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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부산의 비전과 엑스포 유치전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 낳았다”

중앙일보

입력

[2030 부산 엑스포 특별기획 | 특별 인터뷰] 박형준 부산시장이 말하는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얻은 것들

■“성패 떠나 엑스포 유치 과정 통해 새로운 기회 창출… 尹 대통령 관심 큰 힘”
■“유치전 거치며 부산의 브랜드 가치 올라가, 가덕도 신공항·북항 재개발 탄력”
■“대한민국의 ‘두 바퀴 성장론’·‘글로벌 중추국가론’, 엑스포 홍보하며 얻은 지혜”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금까지 얻은 소득을 반추하며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정신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다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금까지 얻은 소득을 반추하며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정신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다짐했다.

애초 질문지에는 ‘만에 하나 부산이 2030년 엑스포 유치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다음 엑스포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부산시청 1층 로비에 들어선 순간, ‘묻지 말아야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인 방탄소년단(BTS)의 친필 사인과 엑스포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응원 문구가 벽 한쪽을 채우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2030 부산 엑스포 홍보영상관과 종이학 조형물이 있었다. 2023년 4월 5일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을 찾았을 때, 시민들이 선물한 12만 개의 종이학을 기념한 것이다. 심지어 시청 매점 간판에조차 ‘세상에 없던, 세상을 바꿀, 당신이 처음 만나는 새로운 엑스포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바깥에선 “빈 살만 왕세자가 전면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부산이 안 될 것”.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현실적 목표”라고 쉽게 말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부산은 진심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시장 집무실로 들어가려는데 출입카드 찍는 곳 옆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확정, D-55’라고 표시된 점등판이 있었다. 11월 28일 2030년 엑스포 개최지 확정을 앞두고 ‘질 수도 있다’란 의구심은 털끝만큼도 없이 유치전에 임하는 결기가 느껴졌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난 10월 4일은 6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이었다. 박 시장이 10월 8일 다시 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 이날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다. 엑스포추진본부 핵심 직원들은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이미 BIE 본부가 위치한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대변인이나 특보들도 회의에 회의가 이어져 잠시 대면하는 것조차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만큼 부산은 비장했고 간절했다. 박 시장은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역량과 진심이 통한다면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지금까지 잘해왔다”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엑스포도 이제 38㎞ 이후 ‘마(魔)의 스퍼트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부산은 어느 위치에서 뛰고 있다고 보고 있나?

“현재까지는 대한민국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며 참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원팀으로서 에너지를 끌어모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특히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대통령이 닷새간 47개국 정상들과 연쇄 회동을 하면서 엑스포 지지 요청을 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교섭 계획에 따라 정부 부처 장관들과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들도 역할을 나눠서 원팀으로 뛰고 있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가 워낙 강하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막판 30일을 열심히 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뛰고 있다.”

부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참 잘해왔다’고 표현했다.

“지난해부터 부산 엑스포가 정부 국정과제가 됐고, 윤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대기업 등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정부와 부산시의 팀워크도 잘 맞았다. 사우디가 (빈 살만의 오일머니라는) 단순한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우리는 역할분담을 통해서 ‘스크럼(scrum)’을 짜서 하고 있다.”

결국 부동표를 잡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 같다.

“하나는 우리가 꼭 표를 얻어야 될 곳을 찾아가거나 국내로 초청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파리 현지에서의 활동이다. 물론 본국의 훈련을 받아서 투표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각국 BIE 대표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의사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투 트랙으로 가겠지만 갈수록 파리 현지 활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부산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유치위원회까지 협업해서 이미 인력이 파견돼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일본, 중국의 부산 엑스포 지지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처음에 사우디 쪽으로 기울었다가 한덕수 국무총리가 가면서 분위기가 바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본은 우리를 지지해줄 것으로 본다. 기시다 총리가 비공식적으로 약속도 했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결정하기보다 엑스포 대표에게 일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미 관계를 봤을 때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우리 외교의 지평 넓어져”

2023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은 사실상 엑스포 홍보 세일즈를 위한 무대였다. 무려 41개국 정상과 개별 양자회담을 가졌다. / 사진:연합뉴스

2023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은 사실상 엑스포 홍보 세일즈를 위한 무대였다. 무려 41개국 정상과 개별 양자회담을 가졌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부산 엑스포를 공개 지지한다는 보도의 진위 여부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조직위로부터 유치 전략 포인트를 제공받기도 했고, 우리가 수차례 일본을 방문하며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다. 최근 일본 언론을 통해 기시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부산 엑스포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답하기 곤란하지만 아주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다. 이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와 부산시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고 본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당초 일정에 맞춰 정상 개최될지 의문시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등록박람회는 참가국이 직접 경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파빌리온 건설 신청이 극도로 저조하다면 향후 엑스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현재 일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2차례(1970년 오사카, 2005년 아이치) 등록박람회를 치러낸 일본의 역량을 고려할 때 결국 성공적으로 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부산 엑스포는 경쟁보다는 ‘화합과 연대의 엑스포’를 천명했다. 한국전쟁 시절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의 손길을 이제는 보답할 것이다. 그 차원에서 개도국이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국가관 건설 지원 등이 포함된 역대 최대 규모의 개도국 지원 방안을 마련해 놨다. 세계 3대 메가 이벤트인 등록박람회를 흑자 행사로 치러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엑스포는 세계 문명을 선도하고, 수많은 글로벌 비즈니스가 형성되는 장(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리야드의 오일머니에 대응할 수 있는 부산의 메리트는 무엇이 있을까?

“한마디로 고기를 주느냐,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느냐다. 발전도상국들에게 우리가 계속 강조한 것이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나라마다 협력할 수 있는 사업에 관해 우리가 맞춤형 전략으로 어필하고 있다. 특히 카리브해 국가들, 태평양 도서국들,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그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 정부, 기업이 역할분담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엑스포 유치 성패를 떠나서 이를 통해 무엇을 확보할 수 있을까?

“기업들은 투자나 기술 협력에서 연관성이 깊은 나라에서 뛰고 있다. 사실 엑스포 유치 과정을 통해 기업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그동안의 강대국 중심 외교에서 이제는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판세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하나?

“막판 유치 전략은 오롯이 ‘대한민국 총력 개별교섭’으로 임한다. 각 나라가 필요로 하는 바가 복잡다양하기 때문에 181개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1:1 교섭을 할 것이다. ‘부산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사업을 제안하고 있고, 실제 호응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에서 온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에게 부산과 어떤 협력을 이어나갈지, 부산은 어떤 매력을 지닌 도시인지를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9월 파리에 사무실을 열었고,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중심이 돼 교섭본부를 본격 가동 중이다. 개최지 투표는 결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는 사우디 리야드를 지지하지만, 2차 투표로 가면 우리를 지지하겠다고 하는 나라도 있다.”

파리에서 막판 총력전

대한민국 부산의 엑스포 유치전은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 두 번째부터), 윤석열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으로 상징되듯 부산시와 정부, 기업이 삼위일체로 뛰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 사진:대통령실

대한민국 부산의 엑스포 유치전은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 두 번째부터), 윤석열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으로 상징되듯 부산시와 정부, 기업이 삼위일체로 뛰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 사진:대통령실

부산의 열망이 부산 바깥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스며들었다고 보나?

“우리 국민이 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은 동의하지만, 부산 시민들만큼 바로 열정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올림픽, 월드컵과 달리 엑스포는 이성적·논리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국민에게 인지도는 많이 올라갔다.”

부산은 2021년 9월 이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총 인구수 330만 명 가운데 15~34세 청년 인구가 71만 명인데 비해 65세 이상 인구가 73만 명에 달한다. 저출산과 더불어 청년 인구의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럴수록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서 엑스포가 절실한 상황이다.

“부산은 물류·금융·신산업의 메카로 간다”

한국은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막판 역량을 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 집중시키고 있다. 2023년 10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파리에서 엑스포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 사진:국무총리실

한국은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막판 역량을 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 집중시키고 있다. 2023년 10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파리에서 엑스포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 사진:국무총리실

엑스포 유치는 수도권 일극 체제가 양극 체제로 전환되는 모멘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윤 대통령도 지방시대위원회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부산을 허브(hub)로 삼는 남부권, 이렇게 두 축으로 우선 발전해야 한다’고 공표했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통해 부산이라는 브랜드가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의 VIP가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의 브랜드 지수가 상승했고, 물류공항으로서 가덕도 신공항을 조기 개항하는 작업도 구현됐다. 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이뤄지면, 물류·금융·신산업의 메카로 부산과 남부권을 만들 수 있다. 엑스포 유치가 없었다면, 이것들이 다 맞물리기 어려웠다. 이런 비전들이 합체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구조로 만든 것만으로도 엑스포 유치전은 굉장히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 엑스포와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가 맞물려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데, 뒤집어 보면 만약 2030년 엑스포 유치가 불발되면 프로젝트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닌가?

“유치 여부를 떠나서 지금 이야기한 프로젝트들은 놓칠 수도, 지체할 수도 없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은 엑스포 유치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신속하게, 일관되게 추진돼야 하는 것이고 이미 국정과제로도 표명돼 있다.”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을 엑스포 개최 전인 2029년 조기 개항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부산의 원(原)도심인 북항 일대를 2단계에 걸쳐 재개발하는 마스터플랜을 설계했다. 교통 측면에서도 도심형 고속철도(BuTX) 등 광역 교통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한화파워시스템, 삼성중공업의 R&D(연구·개발)센터가 부산으로 들어온다. 왜 대기업들이 수도권 아닌 부산을 선택했다고 보나?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만, 세계 7위 컨테이너 물동량 등 해양 인프라를 보유한 도시다. 게다가 부·울·경은 조선, 자동차, 화학, 기계 분야에서 대기업의 기지다. 그 가운데 부산은 지식, 산업 부문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기업은 부산이 아니라 주변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지식 생산, 지식 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화나 삼성의 R&D 기능이 들어오는 것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2차전지, 반도체, 데이터 센터 등 신산업을 포함한 투자 유치액도 2023년까지 8조원(2021년 박 시장 취임 후 2023년 5월까지 총 101건8조6084억원)을 넘겼다. 내가 시장에 취임하기 전보다 16배 증가했고, 올 연말까지 가면 20배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방문(73만3651명)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5배 넘게 증가했다. 엑스포 유치전을 계기로 세계의 큰 관심을 받은 덕분이라고 본다.”

규제 완화의 힘인가?

“기업 프렌들리 투자 유치 정책도 물론 있겠지만, 정주 여건 측면에서도 부산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 행복도시 순위에서 6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미세먼지에서 가장 자유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끼고 있으며 사시사철 문화·관광 콘텐트가 있다. 국제회의도시 순위에서도 부산은 세계 5위다. 마이스(MICE) 쪽에서도 부산의 잠재력이 굉장히 높다. 그린 스마트, 관광·문화, 지식 서비스 기능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조건이다.”

부산은 스마트센터 지수에서도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3위로 집계됐다. 하지만 아직 더 채워야 할 부분을 꼽는다면?

“에코델타시티(부산시 강서구에서 추진 중인 신도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스마트도시로 지정됐다. 일종의 테스트베드다. 시너지 효과를 더 내려면 교육이 남았다. 부산 교육청과 협력해서 자율공립형 고교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제학교도 2개가 부산에 들어올 예정이다. 부산이 아이들 교육시키기에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부산시 말고, 박 시장 관련해서도 유의미한 여론조사가 있더라. 전국 특·광시장 중에서 긍정 평가 1위로 나왔다. 또 전체 지자체장 통틀어서 중도층 지지율이 1위로 발표됐다.

“오늘 오전에 모 언론사 국장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 부산시청 앞에서는 늘 천막 치고 농성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없어졌다고 하더라(웃음). 또 부산시청 안에 들어오니까 복합문화 공간을 만들어서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소통을 많이 하려는 편이다. 노조와도 자주 만난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부분은 가능한 한 대화로 풀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우리가 내걸고 있는 도시의 비전이나 전략들은 저마다의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동의할 수 있는, 공감의 폭이 넓은 것들이다.”

“‘좋은 관계의 도시 만들기’가 궁극적 목표”

2023년 8월 공개된 부산 북항의 개발 조감도. 엑스포 유치가 성사되면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 / 사진:부산시

2023년 8월 공개된 부산 북항의 개발 조감도. 엑스포 유치가 성사되면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 / 사진:부산시

협치의 이미지로 각인된 비결을 꼽는다면?

“부산시장 후보 시절 때부터 ‘부산의 시장이라면 작은 나라를 경영할 정도의 큰 숲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 시의회, 교육청 할 것 없이 부산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나가는 ‘협치의 시정’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역대 최대의 투자유치 실적(4조6000억원)은 물론, 부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브랜드 경쟁력이 세계적 도시 수준에 부합해가는 좋은 ‘시그널’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사인 EIU가 선정한 ‘2023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에서 6위에 올랐다. 또 영국의 컨설팅 전문회사 지옌이 뽑은 세계 스마트도시 평가에서는 아시아 3위 도시로 지목됐다. 이 밖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숨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 25’에 아시아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언급됐다. 국내에서도 고용노동부의 ‘워라밸 지수’ 1위, 국회연구원의 ‘시민행복지수’ 특·광역시 1위, 한국기업 평판연구소의 ‘도시브랜드 평판’에서도 1위로 나타났다.

왜 부산에 대한 평가가 후하게 나온다고 자평하나?

“내가 도시 경영 측면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좋은 관계의 도시 만들기’다. 행복도 결국 좋은 관계에서 나온다. 서로 보살피고 배려하는 도시 문화를 만들기 위해 ‘15분 도시(15분 내 이동 거리마다 부산의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다(多)핵심 시스템을 구축)’도 하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고립된 삶은 분열, 갈등과 연관돼 있다. 셀피시(selfish)한 조건들을 훨씬 완화시켜서, ‘사람이 따뜻하고 좋아서 이 도시에 살고 싶다’는 평판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나도 당(국민의힘) 소속이니까 정치적 입장이 없을 순 없겠지만, 서로의 뾰족하고 날카로운 부분들을 완화하려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엑스포 유치전 관련해서 윤 대통령이 박 시장에게 따로 당부한 내용이 있다면?

“엑스포와 관련해 대통령과 가끔 통화한다.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성과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장 도움이 되는 점은 장관이나 주요 인사들을 부산으로 보내주니까 우리가 그분들을 ‘케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허브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는 지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나는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산을 중시하는 전략이 나오고 있고, 여기가 잘돼야 다른 지역도 잘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최소한 ‘두 바퀴’로 굴러가는 나라가 돼야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런 인식의 공유를 대통령과 많이 나누고 있다.”

“尹 대통령과 지역균형발전 관련해 자주 소통”
박 시장의 인터뷰를 월간중앙 독자들이 접하게 될 시점에는 엑스포 유치를 위한 여정이 종착역에 다다를 시점일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동안 아프리카나 중남미 같은, 남들이 가기 어려운 나라들을 많이 가봤다. 그곳에서 느낀 소회는 ‘한국이 더 많은 기회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그걸 못했구나’라는 것이었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그 많은 나라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관심을 지니고, 관계 증진을 하려는 욕구와 의지가 있었다. 우리가 그런 정서를 잘 살려내면 글로벌 중추국가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간 것이 아니라 발전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간 나라다. 그 과정에서 없는 게 없는 나라가 됐다. 또 우리나라 국가전략 자체가 개방적 통상국가 전략을 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엑스포 유치 여부를 떠나서 지금까지의 궤적만으로도 대한민국이 얻은 소득이 있다면 무엇일까?

“기후·물·식량·보건·교육 문제에 대해 우리가 솔루션을 갖고 있다. 유치 활동 과정에서 한국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다른 나라들이 느끼게 됐고, 이는 득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태까지 120개국 안팎의 VIP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다 더 적극적인 외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윤 대통령이 우리 공관을 50개 정도 늘리기로 결정했다. 엑스포 유치 과정을 통해 얻은 지혜라고 생각한다. 공관 하나를 늘리는 비용을 아까워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세스라고 이해한다면, 절대 아낄 일이 아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송봉근 중앙일보 기자 song.bonggeun@joongang.co.kr / 녹취 정리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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