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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이미 공산주의 실체 간파…이승만, 미국 지도자보다 10년 앞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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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23일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철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나’를 주제로 한 복거일 작가 특별강연회가 열렸다. 박장희 중앙일보·중앙일보S 대표(가운데)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복 작가, 황교안 전 총리(왼쪽부터). 최영재 기자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23일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철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나’를 주제로 한 복거일 작가 특별강연회가 열렸다. 박장희 중앙일보·중앙일보S 대표(가운데)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복 작가, 황교안 전 총리(왼쪽부터). 최영재 기자

“1930년대에 우남이 간파한 공산주의의 탐욕적인 실체를 미국 지도자들은 10년 뒤에야 깨달았다.”

우남(雩南) 이승만 대통령 일대기를 그린 전기 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을 쓴 복거일(사진) 작가의 말이다. 복 작가는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철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연에는 이종찬 광복회장, 이승만 대통령기념관건립위원장을 맡은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이승만 건국 대통령 기념사업회장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복 작가는 “우남은 제정 러시아와 소비에트 러시아를 실제로 경험하고 실체를 깨달은 몇 안 되는 지도자였다”고 운을 뗐다. 1898년 제정 러시아 시절 부산 절영도(絶影島) 조차(租借) 요구를 만민공동회를 조직해 막아낸 이후부터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에 이르기까지 우남의 눈에 비친 러시아는 중세적 체제 위에 전체주의가 덧씌워진 압제 국가였다.

복거일

복거일

복 작가는 “이러한 통찰이 우남의 으뜸 업적으로 꼽히는 ‘얄타 비밀 협약’ 폭로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1945년 초에 미국·영국·러시아가 맺은 얄타 비밀 협약은 ‘일본과의 전쟁이 끝난 뒤까지 조선을 소비에트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승만의 폭로는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이 러시아의 실체를 깨달은 건 그로부터 10여 년 지난 뒤다. 1946년 모스크바 주재 미국 임무단 부대표인 조지 케넌은 워싱턴에 보낸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비타협적 팽창주의가 모스크바 대공(大公)국 시기부터 이어진 전통에 바탕을 두었고, 공산주의에 의해 더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뒤에도 러시아가 여전히 압제적이고 팽창적인 데에는 바로 이런 전통 때문”이라며 “러시아의 위성국인 북한도 이런 압제적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복 작가는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2등, 3등 시민으로 전락하지 않는 길은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국가 정체성 강화를 위해선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도 기념관 건립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그분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국내용 전시관이 아니라 우리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다만 “‘건국’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보다 많은 국민 지지를 얻고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국민 통합에 도움 되고 역사를 제대로 평가해 객관적 사실에 맞는 기념관 건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이승만 대통령은 해방 직후 사회주의자가 70%를 넘는 엄혹한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끌어냈다”며 “이승만 정신이 곧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고 강조했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전 러시아 대사)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링컨기념관처럼 이승만 기념관이 개인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역사와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2016년부터 월간중앙에 연재해 온 『물로 씌어진 이름』 제1부 ‘광복’ 완간을 기념해 열렸다. 제2부 ‘건국’도 월간중앙에서 절찬 연재 중이다. 강연 전체 영상은 월간중앙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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