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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三年 無改於父之道(삼년 무개어부지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내 고향 전북 부안에는 ‘성황산’이라는 산이 있다. 영락없이 누에가 길게 누운 형상이다. 중학교 동창 친구는 중2 때 “성황산은 커다란 누에, 몇 잠을 더 자야 깨어나려나?”라는 시를 써서 상을 받았다. 우연히 ‘필향만리’를 본 그가 50여년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친구의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그 시를 외워 들려주었다. 깜짝 놀라며 기억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며칠 후, 전주까지 나를 찾아와 좋은 벼루 하나를 주고 갔다. “내 자식들은 그럴 리 없으리라고 믿지만, 주변을 보면 부모 사후 자식들이 값나가는 유품이나 부동산만 챙길 뿐, 비록 값은 안 나가지만 기념이 될 만한 유품은 전혀 챙기지 않고 다 버리더라고. 그래서 내 생전에 쓸 만한 물건은 그 물건을 사용할 만한 사람에게 다 주려고 하네….” 말하는 친구도 듣는 나도 마음이 씁쓸했다. 공자님 당시도 그래서 그랬을까? 공자는 “아버지께서 걸어오신 길을 3년은 고치지 않아야 효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최소한 3년은 부모님께서 살아오신 흔적을 지우지 않고 기리는 마음을 가져야 효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께서 걸어오신 길을 3년은 고치지 않아야. 改:고칠 개, 於:어조사 어(...에서), 道:길 도. 35x71㎝.

아버지께서 걸어오신 길을 3년은 고치지 않아야. 改:고칠 개, 於:어조사 어(...에서), 道:길 도. 35x71㎝.

세상의 자식 된 자들아! 장례식은 결코 ‘치우기 까다로운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는 행사’가 아님을 저린 가슴으로 각성하도록 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