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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보건의료 R&D 혁신 가져올 ‘한국형 ARPA-H’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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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은 보건의료와 관련 산업이 국가안보, 사회안전과 미래발전에 있어 핵심요소임을 드러냈다.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보건의료산업의 기술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과의 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이공계 기피, 우수인력 의대 유입 현상이 심화되었다. 그런데 의학계 우수 인력들이 보건의료산업의 영세성으로 인하여 안타깝게도 정작 국가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기초 부문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지만, 임상 부문에는 훌륭한 의사과학자들이 많다. 문제는 의사과학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무대가 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조선, 반도체 부문의 경우에는 정부가 학계와 기업을 키웠고 건실한 기업이 튼튼한 생태계를 만들어 주어 다시 국가성장을 이룬 바 있다. 반면, 금융 부문은 우수인재가 모였어도 IMF 외환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최근 어느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국제포럼에 참석하였다. 생태계 혁신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인체유전자연구소 폴 리우 소장과 패널토론을 이끈 미국 국립과학재단 수브라 수레시 전 총재는 NIH의 역사와 업적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진정 보건의료 연구개발(R&D)에서 혁신적 성장을 원한다면 NIH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IH는 예산과 조직 운영에 있어 진정한 범부처기구 성격을 가지고 있다. NIH 예산(2023년 NIH 예산은 60조원, 우리나라 정부 R&D 예산은 약 31조원이다)이 확정되면 각 부처로 나누지 않고 NIH가 직접 집행하며 ‘임무지향적 연구’와 연구자 창의성 위주의 ‘풀뿌리 연구’를 효율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백신개발, 암연구와 항암제 개발, 치매 극복 등 국가전략사업을, 과거 인간 달착륙이나 국방 R&D 혁신에 적용하였던 대단위 임무지향적 사업형태인 ARPA-H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추진한다. 이 사업에는 기초과학을 포함한 모든 관련 분야의 학계, 산업계, 정책관련자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협력한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일본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의료 R&D 사령탑 없이 R&D 업무가 각 부처에 분절적으로 분산된 우리와 비교된다.

최근 정부는 한국형 ARPA-H와, 보건의료 국제협력을 위한 보스턴-코리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 인재들이 사장되어 안타까웠던 차에 밝은 희망이 보인다. 예전에 들은 과학기술계 인사의 말이다. “우수 인력이 이공계로 더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보건의료계에 가 있는 우수 인력이 나라를 먹여 살리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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