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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잘못 따라하다 '마비'…요즘 유행 신전운동 '위험한 함정'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중앙일보

입력

칼럼 28) 허리 신전운동의 위험한 함정

‘안성맞춤’은 경기도 지명인 ‘안성’과 맞추다의 파생어인 ‘맞춤’이 결합됐다.
조선시대 수공업 도시 안성에 유기를 주문하면 생각한 대로 잘 들어맞는 물건이 나온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이 말에는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도 잘 어울린다는 뜻도 담겨 있다.

‘안성맞춤’은 스포츠의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몸에 맞고 어울리는 운동은 ‘보약’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몸을 해치는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전운동은 요추를 바로잡아 주기에 허리디스크 탈출 환자들에겐 효과적이다. 하지만 환자들마다 증상과 체형이 다르고 질환의 정도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나친 맹신은 건강에 독이 된다. [중앙포토]

신전운동은 요추를 바로잡아 주기에 허리디스크 탈출 환자들에겐 효과적이다. 하지만 환자들마다 증상과 체형이 다르고 질환의 정도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나친 맹신은 건강에 독이 된다. [중앙포토]

최근 신전운동이 유행인데 사전적 의미의 신전운동(伸展運動)은 신체를 늘여 근육을 이완하고 유연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척추에 있어서는 ‘굴곡’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허리를 펴고 뒤로 젖히는 동작, 엎드린 자세에서 팔을 펴 상체를 가볍게 들어 올리거나, 서서 양손을 허리에 대고 상체를 뒤로 젖혀주는 동작 등이다.

신전운동은 척추기립근을 강화시켜 요추를 바로잡아 주기에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된다.
특히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을 느끼는 허리디스크 탈출 환자들에겐 효과적이다. 뒤로 젖히는 움직임을 통해 밀려나온 디스크가 본래 위치로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허리통증엔 신전운동이다’는 것이 공식처럼 자리를 잡아 급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맹신한 나머지 신전운동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다.
환자들마다 증상과 체형이 다르고, 질환의 정도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40대 후반의 회사원 진모씨는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배쪽으로 밀려나가는 척추전방전위증과 함께 척추협착증을 앓아 왔다.
그는 유튜브에서 허리에 좋은 운동으로 소개된 신전운동을 열심히 따라 하다가 통증이 크게 악화돼 내원했다.
그는 “신전운동을 하기 전 1km를 걷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운동 이후 다리 저림이 극심해 6~7번은 쉬어야만 겨우 걸을 수 있게 됐다”고 호소했다.

60대 중반의 한 여성도 전방전위증으로 허리가 아팠는데 신전운동이 좋다고 해서 과도하게 하다가 한쪽 다리가 약해지는 마비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방전위증의 경우, 척추뼈가 어긋나 신경통로가 좁아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하게 신전을 하게 되면 신경통로는 더욱 좁아지고 신경근을 압박해  다리 통증 등 상태를 더 악화시킨 것이다.

유튜브 잘못 따라했다가 '몸에 안맞는 신전운동'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개원의협의회가 '신전운동'으로 학술대회를 열 정도이다. 허리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한뒤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 [중앙포토]

유튜브 잘못 따라했다가 '몸에 안맞는 신전운동'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개원의협의회가 '신전운동'으로 학술대회를 열 정도이다. 허리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한뒤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 [중앙포토]

스포츠 마니아인 강모씨도 신전운동의 함정에 빠지는 바람에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다.
강씨는 철인 3종 경기와 축구 등 운동량이 많은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척추체 뒷면에 뼈판이 연결되는 후관절에 관절염이 있었다.

그도 통증 완화를 위해 유튜브에 나오는 신전운동을 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신전운동 이후 오른 옆구리쪽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 것이다. 신전운동이 관절끼리의 압박을 더욱 가중시켜 후관절에 염증을 유발한 탓이다.

신전운동은 좋은 운동이지만 누군가에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이 겪는 허리 통증은 복잡 미묘하다.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모두 디스크의 문제는 아니다. 디스크 질환은 전체 요통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환자는 디스크와 협착증이 같이 있고, 어느 환자는 디스크와 척추관절염, 다른 환자는 협착증과 척추관절염이 함께 있는 등 변수도 여러가지다.

또한 어느 환자는 허리 근육만 아프고, 다른 환자는 디스크와 인대만 아프고, 또 다른 환자는 디스크와 인대와 관절 모두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등 증상도 다양하다.

따라서 신전운동은 ‘살짝 아프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면 계속해도 무방하지만 ‘그냥 아프다’는 느낌이 들면 곧바로 중단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허리 상태에 맞지 않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신전운동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스크가 탈출된 경우에 적합한 운동이다. 또한 척추가 굽는 등 자세가 나쁘거나, 근육이 뭉치거나 굳었을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여기에 허리를 구부렸을 때 아프다면 신전운동이 통증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척추전방전위증이나 척추분리증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것은 전문의와 함께 뼈와 관절 등 자신의 허리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한 뒤 알맞은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개원의협의회는 15일 서울에서 학술대회를 열어 신전운동에 대한 올바른 지침과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토론의 주제로 선정될 만큼 신전운동의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신의 허리 상황에 ‘안성맞춤’인 운동이야말로 허리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29편에 계속-

〈나영무 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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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솔병원 원장

-現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前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분과위원장
-現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주치의
-前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1996년~2018년)
-前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前 김연아, 박세리, 윤성빈, 차준환 등 국가대표 선수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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