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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

중앙일보

입력

 라운드테이블 회의 모습

라운드테이블 회의 모습

경희학원은 9월 21일 제42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을 개최했다. 행사 주제는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Peace or Collapse: Planetary Society at on Inflection Point)’로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기념 강연 △기념 대담 △라운드테이블 회의 등이 이어졌다.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개최된 PBF에는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를 비롯해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석좌교수 겸 경희대 Eminent Scholar, 리베라토 바우티스타 유엔 NGO 협의체(CoNGO) 의장 등 미래학자, 국제정치학자와 실천가가 모였다. 이들은 기후, 인공지능, 핵 등 지구사회가 마주한 실존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통찰을 공유했다.

기념 강연자 닉 보스트롬 교수는 ‘AI 유토피아로 가는 길과 그 도전’을 주제로 과학기술 발전과 더불어 인류에게 부과된 과제를 논의했다. 그는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갈등은 핵 대전으로 치닫지 않았다. 핵을 사용하면 모든 인류가 자멸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인류의 실존적 위협은 핵이 전부가 아니다. 기후일 수도 있고,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 인공지능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실존적 위협은 인간이 자초했다는 것이다”라며 인류의 각성을 촉구했다.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 문명 바꿀 의식과 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찾아서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의식과 정치’를 주제로 진행된 기념 대담은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 닉 보스트롬 교수, 존 아이켄베리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인류의 실존을 위협하는 기존 문명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역사 문명의 틀을 만들어갈 의식과 정치가 무엇인지 논의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진화 혹은 절멸’의 화두가 문명사적 연구의 장을 넘어 국제사회로 확대됐다. 유엔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집단 대응, 아니면 집단 자살이다’, 교황청은 ‘지구 운명의 날(Doomsday)을 말하는 것이 더 이상 논리적 비약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지구 행성의 재앙적 기후·환경 변화, 핵전쟁 가능성, 파괴적 과학기술의 빠른 확산, 만연한 불안정한 균열이 만연한 현실 정치 등을 위기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했다.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정상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 참석했다.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지정학적 위기, 기후 위기, 첨단기술 발전에 따른 패권 경쟁 등 복합적 위기가 산적해 있는데, 유엔을 비롯한 다자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이 출범한 역사를 반추하면서 세계 각국은 협력과 연대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의식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인원 이사장은 “지구적 재앙의 가능성을 목전에 둔 지금, ‘지구 행성 시민’, ‘우주적 존재로서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일성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통시적이고 공식적인 인류의 보편 가치, 지구 행성 모든 존재의 상생과 공영, 새로운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전체는 하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전일사관(全一事觀)의 중추인 이 명제는 현대사회 현대문명이 양산해 온 원자화된 사유의 오류, 경계와 환원의 오류, 배제와 패권의 오류를 극복하는 첫걸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닉 보스트롬 교수는 “인류는 거시적인 것을 보지 못한다. 우리의 노력이 가치 있고, 멋진 것을 쌓아 올리길 바라지만, 과연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거시적인 관점으로 대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가 붕괴에 이르는 길을 가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국제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SDGs 이후의 세계, 패러다임 전환 위한 시민의 역할 강조

라운드테이블 회의는 ‘지구사회로 가는 길: Post-SDGs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리베라토 바우티스타 의장, 야쓰후미 요코이 일본 오카야마대학교 부총장, 야오 야오 중국 커뮤니케이션대학교 소프트파워센터 이사가 발표했고,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이우균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공동회장, 최동주 한국유엔체제학회 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사회는 송세련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유엔이 인류의 멸절을 막기 위해 설정한 체제로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주제로 NGO의 역할, 지역 사회의 참여, 교육 분야의 역할 등을 토론했다. 이들은 SDGs의 진행 성과를 중간 점검하며 보다 급진적 실천과 시민사회의 참여, 그리고 이를 위한 세계시민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평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SDGs의 역할, 그리고 시민사회의 활동으로서 NGO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리베라토 바우티스타 의장은 “평화를 인류의 가장 큰 열망으로 삼고, 인간의 마음에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평화를 소프트웨어로 전쟁을 하드웨어로 설정해 하드웨어에만 투자해 왔다. 이제는 평화의 수단을 하드웨어로 정해 평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전쟁이 인류 상상력의 실패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이런 인식 전환을 추동할 주체로 NGO 커뮤니티의 역할과 ‘글로컬 시민교육’이라는 실천 방안을 제안했다.

야오 야오 이사는 문화를 통한 소통과 국가 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 호혜적 관계를 언급하며 “각국의 리더들이 글로벌 싱크탱크를 위해 동맹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야쓰후미 요코이 부총장은 오카야마대가 실천 중인 SDGs 관련 활동을 소개하며 ‘경쟁이 아닌 협력’이라는 슬로건을 소개했다. 그는 “대학들이 국제화를 목표로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을 유치하지만, 실질적 대화는 대학이 스스로 담을 넘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 사회와 글로벌 참여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조대식 사무총장은 SDGs 실천의 미흡함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신중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왔다. 그는 “희망의 원천이 남았다. SDGs가 등대처럼 지침이 된다. 지구촌보다 개별화된 국가의 모습이 보이지만, 시민사회가 정책 결정권자들의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 새로운 세대는 가장 큰 희망의 원천이다”라고 말했다. 최동주 회장은 개발 협력의 측면에서 사안을 바라봤다. 그는 “거버넌스를 지역 사회의 수요를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 국제적 솔루션이 로컬 솔루션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참여할 방안을 설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시민의 지속적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시민 참여를 강조했다. 이우균 공동회장은 식량 안보와 평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식량 안보의 확보, 기후변화 대응 등을 통해 궁극적 평화 달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포괄적·압축적 성장 경험이 개발이 필요한 국가에 필요함을 강조하며 “평화를 위해 한국의 개발 경험을 공유할 것”을 제안했다.

양 캠퍼스에서 ‘세계평화의 날’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로 평화 의미 되새겨

경희학원은 9월 16일(토)부터 23일(토)까지를 ‘세계평화 주간’으로 설정해 경희대 서울·국제 양 캠퍼스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9월 16일 청운관 B117호에서는 유엔 세계평화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유엔한국학생협회, 한국유네스코학생회, 유엔아카데믹임팩트 어스파이어 등이 모여 ‘제42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9월 21일(목)과 22일(금)에는 청운관 앞마당에 ‘지구시민부스’를 설치해 세계시민 활동 체험을 통해 행동하는 시민이 될 것을 다짐했다. 같은 날 서울캠퍼스 중앙로에서는 ‘경희 평화운동 사진전’을 열어 경희의 평화운동 여정을 기록한 사진을 통해 PBF의 의미를 조명했다.

9월 21일(목) 국제캠퍼스 멀티미디어관 112호에서는 ‘생태시네마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자연, 인간과 문명의 공존을 묻다’를 주제로 개발과 성장 중심의 현대문명이 자연에 가한 파괴적 결과를 성찰하며, 인간과 문명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9월 22일(금)에는 국제캠퍼스에서 ‘세계평화 카드 뉴스 공모전’을 개최했다. 9월 23일(토)에는 서울캠퍼스 청운관 B117호에서 ‘UNAI ASPIRE 경희 평화 포럼’이 진행됐다. ‘협력으로 해결해 나가는 위기: 기후 위기와 탈세계화’를 주제로 대학생들이 모여 평화를 위한 실천 대안을 공유했다. 오는 11월에는 세계평화의 날 기념 ‘제9회 후마니타스 글쓰기의 날’ 백일장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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