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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파워 인터뷰 | ‘대한민국 금기깨기’에 도전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중앙일보

입력

“돈 버는 데 진심, 경기도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  

■취임 1년 만에 34조원 투자유치… 글로벌 경제 인맥 효과 톡톡
■“기회소득은 복지정책 아닌 미래주에 대한 가치 투자”
■“민생 위기에 때아닌 이념타령? 철학 없는 ‘역사 자해다’”
■與野, 지지율 아니라 경제성장률, 청년실업률 걱정해야 할 때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스스로를 ‘돈 버는 도지사’라고 부른다. 시장을 이해하고 경제에도 유능한, 제대로 된 진보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비즈니스 무대를 누빈다. 취임 후 1년간 경기도 한 해 예산과 맞먹는 34조원의 투자유치를 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스스로를 ‘돈 버는 도지사’라고 부른다. 시장을 이해하고 경제에도 유능한, 제대로 된 진보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비즈니스 무대를 누빈다. 취임 후 1년간 경기도 한 해 예산과 맞먹는 34조원의 투자유치를 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유쾌한 반란’은 형용 모순이다. 반란이 유쾌할 리 없고, 체제를 깨뜨리는 동력원은 대개 ‘분노’이지 ‘긍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지스탕스 투사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라〉에서 분노하고 저항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유쾌한 반란이라니. 게다가 반란이란 모든 것을 거는(all or nothing), 승패가 확실한 게임 아닌가. 그래서 ‘유쾌한 반란’은 상업 광고나 문학에서 변주용쯤으로 쓰인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 발칙함이 현실정치의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57년생 도지사’ 김동연을 통해서다. 김 지사는 2019년 12월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을 만들었다. 단체 이름 자체도 모순적이지만, 그걸 만든 김동연의 이력과도 이질적이다. 반란은 꿈도 못 꿀 공무원 조직에서만 35년을 몸담았다. 그것도 숫자와 씨름하느라 전혀 유쾌할 것 없는 경제 부처 한 우물만 파왔다.

지난 1년 그가 걸어온 길에선 ‘3쾌’가 보인다. 유쾌, 경쾌, 상쾌다. 청년들에게 ‘밑천(기회소득)’을 쥐여주며 반란을 부추긴다. 실패가 빤히 보여도 개의치 말라고 주문을 건다. 그가 설립한 ‘유쾌한반란’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이런 ‘모순덩어리’처럼 보이는 그의 진심이 궁금해졌다. 그가 경기도에서 일으킨 반란의 근황도 알고 싶었다. 9월 15일 수원 광교신도시의 경기도청에서 백팩을 걸쳐 멘 김 지사를 만났다.

고시에 합격해 사무관부터 경제부총리까지 34년의 공직생활을 했다. 선출직으로 보낸 지난 1년은 좀 달랐을 것 같다. 비교한다면?

“‘목검’과 ‘진검’의 차이라고 할까, 무기가 달라졌고 긴장감이 다르다. 임명직일 때는 정해진 방향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집행했다. 선출직으로서는 내가 만든 공약을 정책으로 만들어 집행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직접 미친다. 그만큼 생생하다.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보인다. 34년의 공직 생활이 한국경제 전반을 보는 일이었다면, 도지사로서는 도민 한분 한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경제부총리로는 숲을 보고 가꿨다면, 도지사로는 나무를 심고 있다. 개인적으로 숲과 나무를 같이 보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진보는 경제 무능? 편견 깨고 싶다

8월 3일 수원 아주대학교 연암관 대강당에서 열린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 2기 오리엔테이션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청년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경기도

8월 3일 수원 아주대학교 연암관 대강당에서 열린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 2기 오리엔테이션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청년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경기도

재임 중 100조 투자 유치를 선언했다. 첫 번째 미국 출장에서는 중앙정부 못지않은 실적을 올렸다고 들었다.

“나는 ‘돈 버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편견을 깨고 싶다. 진보는 시장을 잘 모르고 경제에 무능하다는 건 오랜 편견이다. 시장을 이해하고 경제에서도 유능한, 제대로 된 진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취임 후 1년 동안 경기도 한 해 예산에 해당하는 34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임기 내 100조원 이상 투자 유치를 약속했는데 반드시 지키겠다. 지난 4월 첫 출장으로 미국에 가서 4조3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2주 뒤 경제인 100명을 대동하고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7조9000억원을 유치했다. 이와 단순 비교해도 역대급 성과라 자부한다.”

이른바 ‘김동연 프리미엄’, 경제전문가로서의 특기가 발휘되는 건가?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한다. 세계은행에 근무하면서, 또 경제부총리로서 맺은 세계의 경제 지도자, CEO 등과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다. 국내외 정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경기도의 장점, 인프라, 지원 정책, 저의 철학을 이야기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4월 미국 출장 때 한 글로벌기업 CEO에게 RE100 등 미래위기 대응 비전을 설명하자 ‘No limit’, 즉 약정한 것보다 더 많이, 무제한으로 투자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김동연 프리미엄’이라는 평가, 기분 좋고 보람을 느낀다. 지금 대한민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리더십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김동연 프리미엄을 살려 ‘더 큰 경기’,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미국과 중국 주한대사를 비롯해 많은 외교사절이 경기도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지방정부로서 이례적이다.

“외교는 이념이 아니라 국익이고 실리다. 지금 세계 어느 지도자도 이념 얘기를 하지 않는데, 윤 대통령만 이념을 내세우면서 한쪽에 기대는 일방외교를 한다. 원사이드 외교로 우리의 레버리지를 포기하고 있다. 굉장히 위험하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통상국가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도 높다. 폭넓게 만나야 한다. 가장 큰 지방정부인 경기도라도 나서 덧셈외교를 활발히 하겠다.”

‘부모 찬스’ 없다고? ‘경기 찬스’ 쓰면 되지!

2023년 4월 25일 시흥시 마팔하이테코 야외 행사장에서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 사진:경기도

2023년 4월 25일 시흥시 마팔하이테코 야외 행사장에서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 사진:경기도

‘기후도지사’를 자처하고 ‘경기 RE100 비전’을 선언했다. 특히 이 부분에선 정부의 정책 후퇴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기후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 RE100이라는 ‘뉴노멀’에 역행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30.2%에서 21.6%로 대폭 하향하고 온실가스 감축은 14.5%에서 11.4%로 후퇴했다. 그뿐인가. 목표량의 75%를 차기 정부 몫으로 떠넘겼다. 5년짜리 정권 때문에 미래세대는 엄청난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RE100을 적극 이행하면 ‘기회의 30년’을 만들 수 있다. 경기도는 다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겠다. 먼저 성과로 보여주겠다. 기후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프런티어’가 되겠다.”

‘청년기회사다리’로 많은 청년이 해외 연수를 경험하고 있다. ‘청년기회패키지’ 등 다양한 청년 정책이 있던데 특별히 신경 쓰는 이유가 있나?

“‘수저계급론’을 깨고 싶다. 물고 태어난 수저 색으로 자기 인생이 결정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졌다. 기회는 부족하고 그나마 수저 색깔에 따라 편중돼 주어진다.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 구조 때문이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 그래서 ‘부모 찬스’가 없는 청년에게 ‘경기 찬스’를 제공하려 한다. 그것이 경기도가 추구하는 청년 기회정책이다. 특별히 이번 기회사다리에는 고졸, 초급대학 출신에게 더 많은 가중치를 둬 선발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해외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다. ‘청년의 날’(16일)에 1기 해외연수를 다녀온 청년들을 다시 만난다.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기대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얘기한 경기도지사는 여럿 있었다. “이번엔 다를 거다”라고 얘기한 근거는?

“김동연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이 선거 득표를 위해 약속하고, 당선 후에는 유불리를 계산해 접었다. 저는 다르다. 정치적 고려로 추진하는 게 아니다. 경기북부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게임체인저’다. 경제부총리를 했던 제 경험상, 경기북부는 대한민국 성장률을 1~2%포인트는 너끈히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

경기북부에 대한 비전은?

“경기북부를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심장으로 키우겠다. 경기북부 인구가 약 360만 명이다. 경기 남부, 서울 다음 세 번째 규모다. 부산(330만), 경남(325만)보다도 많다. 잘 보존된 환경과 생태계가 경쟁력이다. 접경지, 군사시설, 수도권정비계획, 상수원보호, 그린벨트 등 지난 70년간 수많은 중첩규제로 발전할 기회가 없었다. 이런 규제만 풀리면 자연환경, 인적자원 등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평화협력 시대도 바라봐야 한다. 이런 비전으로 경기북부의 산업전략지도를 제대로 그려나갈 계획이다.”

그러려면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서 뜻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 지난 5월 여야 의원 49명이 국회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국회를 통과한 ‘평화경제특구법’, ‘기회발전특구법’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모멘텀이 되고 있다. 여야 동수인 경기도의회도 한뜻으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추석 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을 선포하고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하겠다. 내년 총선 전에 특별법 통과를 추진하겠다.”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 등 감액 추경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의 적극재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재정정문가의 말이라 더 관심이 간다.

“경제정책에서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 감세와 증세, 지출 증대와 건전 재정의 논쟁은 이념이 아니라 나라의 경제 상황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렸다. 지금 정부의 재정정책은 진단도 해법도 틀렸다. 중병 걸린 환자를 두고 ‘상고하저’, ‘연말이면 나아진다’, ‘내년이면 나아진다’ 등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기본공식에 따라 투자, 소비, 수출의 동반 부진을 감안하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불가피하다. ‘건전 재정’이 아니라 ‘민생 재정’, ‘소극 재정’이 아니라 ‘적극 재정’, ‘긴축 재정’이 아니라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4%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을 제외하면 1%대 성장률은 없던 일이다. 올해 1분기부터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경제성장률을 역전당했다. 민생위기는 더 심각하다. 중산층이 취약계층으로 추락할 위기다. 소상공인의 폐업 신청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가구 실질소득은 2006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는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저는 국가 재정정책을 총괄해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되고 세수도 대폭 감소했을 때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그 결과 2010년 경제성장률은 6%포인트까지 올랐다. 반대로 2011~2012년 예산에선 경기 회복에 따라 세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긴축 재정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했다. 그때 재정건전성을 크게 높였다. 이처럼 ‘운용의 묘’가 필요한 때다. ‘재정건전성’은 재정 당국의 오랜 로망이다.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돈을 쓰기 위해서다. ‘목표 가치’가 아닌 ‘수단 가치’다. 경기도는 적극적인 확대 추경을 통해 침체된 경기를 진작시키고,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돕겠다.”

중병 걸린 민생 경제, 재정 확대로 치유해야

‘경기도 AI창작단’ 멤버들이 각자의 작품을 뽐내고 있다. 경기도는 문화예술인과 장애인의 창작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기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경기도 AI창작단’ 멤버들이 각자의 작품을 뽐내고 있다. 경기도는 문화예술인과 장애인의 창작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기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대통령 처가 땅과 관련한 급작스런 수정안 등장과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백지화 선언 등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김 지사도 두 차례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적극 대응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사람을 연결해야 할 ‘국책사업’이 사람을 가르는 ‘철책사업’이 돼버렸다. 문제의 본질은 간명하다. 왜, 누가, 어떻게, 세 가지가 문제의 본질이다. 2년간 예타한 사업을 민간 용역사가 50일 만에 착수보고서로 뒤집었다.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나중에 공개한 국토부 자료도 부실했다. 1조8000억짜리 국책사업을 장관 한 사람이 백지화 운운하며 국정 난맥을 초래했다. 결론을 내려야 한다. 원안 추진이 해법이다. 첫째, 애초의 사업목적에 부합한다. 둘째, 주민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다. 셋째, 가장 빠르게 건설할 수 있다. 원안대로 16㎞만 이으면 ‘서울-양양고속도로’와도 연결된다. 양평군민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경기도는 당사자로서 원안의 신속한 추진과 연계도로 연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념 논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대”

1983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임용됐을 때 받은 명패. 김동연 지사는 이 명패를 40년째 쓰고 있다.

1983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임용됐을 때 받은 명패. 김동연 지사는 이 명패를 40년째 쓰고 있다.

문화예술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기회소득’ 지급을 시작했다. ‘김동연표 새로운 실험’이라 정의했는데 전임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과 차이점은?

“기회소득은 ‘투자’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치 투자’다. 지난 7월 기회소득 지급을 시작한 날, 예술인들과 만났다. ‘돈 얼마를 받는 것보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나의 창작 활동을 인정해준다는 게 큰 힘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예술인들은 이미 커다란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 가치, 취지, 원칙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은 ‘일의 미래’와 관련돼 나온 개념이다. 기술 발달로 소수의 일하는 사람과 다수의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때를 대비한 것이다. 보편성, 무조건성, 정기성이 특징이다. 반면 기회소득은 사회적 기여에 대해 한시적으로 지급한다. 기회소득은 복지가 아니라 사회 투자 성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의 역사·이념 논쟁 어떻게 보나?

“윤 대통령은 1년 만에 이념을 부르짖는 ‘극우전사’가 됐다. 태극기부대, 극우 유튜버를 보는 기분이다. 도대체 어느 지도자가 지금 이념을 얘기하나? 윤 정부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진짜 이념 논쟁을 하고 싶다면 민생위기와 싸우자. 민생이 이념이다. 지금 벌어지는 건 ‘역사 논쟁’이 아니라 ‘역사 자해’다. ‘이념 논쟁’이 아니라 ‘가치의 빈곤’이다. 이 정부의 가치와 철학이 그만큼 초라하다는 방증이다. 더군다나 홍범도 장군은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인물이다. 흉상을 옮기고, 거리 이름을 바꾸고 국민이 선정한 홍범도함 명칭을 바꾼다는데 개탄스럽다. 정부는 역사, 이념 바로 세우기 전에 정부의 빈약한 철학과 비전을 바로 세워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작아지고 있다. ‘철 지난 색깔론’과 ‘역사 갈라치기’로 대한민국은 더욱 쪼개지고 있다. 그것이 30%대 정권의 총선전략이라면 오산이다. 지금은 ‘선거전략’이 아니라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소통엔 늘 진심… 금기는 깨라고 있는 것”

여야의 극한 대치상황을 바라보는 ‘정치인 김동연’의 생각은?

“정치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언제부턴가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판의 문제다.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우리 정치판을 완전히 바꾸는 ‘정치교체’를 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 대선에 출마할 때 정치교체를 맨 앞에 내세웠고, 민주당 정치교체위원장으로 ‘정치교체 결의안’을 93.7%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이대로 간다면 여야 모두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여야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선행돼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제대로 된 혁신이 필요하다. 말만 앞설 게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 정부·여당에는 ‘윤심(尹心)’만 있고 ‘민심(民心)’은 없다. 민주당도 반성해야 한다. ‘반윤심(反尹心)’에 집중할 게 아니라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각자도생 시대에 살고 있다. 여야가 비호감 경쟁으로 반사이익을 취하는 동안 국민은 삶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권은 지지율이 아니라 경제성장률, 청년실업률을 걱정할 때다. 여야 정치권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가지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다른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김동연만의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저는 ‘금기를 깨온 개척자’다. 젊은 시절 빈곤을 극복했다. 관료로서 두 번의 국가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최초의 국가미래비전 종합계획인 ‘비전2030’을 만들었고, 경제부총리로 진보 정부에서 혁신성장을 주도했다. 지금은 민주당 단체장으로서 ‘돈 버는 도지사’란 말을 듣는다. 정치 경로도 마찬가지다. 총리 제의를 거절했다. 거대 양당의 제안을 뿌리쳤다. 단기필마로 ‘새로운 물결’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했다. 정치교체를 약속하면서 민주당과 합당했다. 민주당 다선 정치인들과 경쟁해 승리했고, 극적인 역전승으로 수도권 유일한 민주당 단체장이 됐다. 경로 의존성을 탈피하고, 익숙한 경로를 깨는 사람(path breaker)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크고 복잡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기후위기, 인구위기, 경제(디지털 전환)위기 그리고 재편되는 국제 정치와 경제 등 미래 위기를 풀어갈 지도자가 필요하다. 분명한 철학과 비전, 문제를 풀어내는 일머리를 갖고 도전과제를 뚫어가겠다. 최근에 직접 쓴 책 제목이 ‘대한민국 금기깨기’다. 금기를 깨는 사람, 김동연의 길을 지켜봐달라.”

최근 ‘스레드’를 통해 젊은 세대와 나눈 대화가 화제다. 의외였다.

“청년들을 만나면 먼저 ‘괜찮다’고 말하며 토닥여주고 싶다. 대학 총장 시절 많은 청년들을 만났다. 한 해 8000명을 만나기도 했다. 지사가 돼서도 청년들을 많이 만나려 노력한다. 그래도 어떻게 청년의 마음과 어려움을 다 알겠나. 한계가 있다. 청년들과 소통하고 싶어 젊은 보좌진의 도움을 받는다. 앞으로도 많이 배워야 한다. 제가 즐거운 만큼 ‘스친(스레드 친구)’들도 즐겁길 바란다. 소통엔 늘 진심이다.”

※ 김동연
■1957년 충북 음성 출생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
■제6회 입법고시 및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
■제36대 경기도지사

- 글 유길용 월간중앙 취재팀장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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