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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천재의 미완성 숲, 콜로니아 구엘 교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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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불세출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는 일생의 후원자 에우세비 구엘을 만나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 바르셀로나의 백작은 국제적인 방직 산업으로 거대한 부를 쌓았고, 가우디를 가문의 건축가로 초빙했다. 구엘 저택을 비롯해 와이너리, 별장 등을 설계했고 구엘 공원은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구엘은 바르셀로나 교외에 ‘콜로니아 구엘’이라는 산업과 문화가 복합된 신도시를 조성했다. 자신의 방직공장을 중심으로 극장, 클럽, 학교, 상점, 정원 등 노동자용 복지 시설을 건설했다. 구엘가의 별장을 비롯해 유력가들의 저택을 유치했고 노동자들의 주택도 세웠다. 20여 점의 중심 건축물은 카탈루냐 모더니즘의 걸작들이며, 가장 강렬한 작품은 역시 가우디의 지하교회다.

공간과 공감

공간과 공감

1898년 구엘은 무제한 설계 기간과 건설 예산을 조건으로 가우디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10년 후에 2개의 본당과 2개의 탑이 있는 독특한 계획을 마쳐 착공했으나 1914년 백작의 죽음으로 공사가 중단되어 지하 예배당만 조성된 미완성의 건축이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하이라이트는 아직도 건설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교회)다. 콜로니아 구엘의 교회는 성가족교회의 원형이며 그의 건축 철학을 함축한 채 숨어있는 명작이다.

기울어진 기둥과 나무 가지형 천장 구조는 마치 숲속과 같고 기이한 창문들은 신화 속 동물과도 같다. 가우디는 갖가지 모형실험을 통해 ‘쌍곡선 포물면’의 입체 기하학적 천장을 설계했고 기둥의 경사도도 계산했다. 혁신적 구조와 새로운 시공 기술, 그리고 독창적인 형태 미학을 통합한 환상적인 공간이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우아한 채광과 조각 타일 모자이크의 신묘한 장식까지 더해졌다. 그의 건축에는 고딕, 바로크, 신고전주의 등 서구의 모든 전통과 인도, 이슬람, 중국의 장식예술까지 녹아있다. 콜로니아 구엘 교회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우디 양식’의 출발점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