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씨 한국 황병기단장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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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간 노래자랑·기술대결 아닙니다/이번공연 남쪽언론서 비평하지 말길 부탁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성사시키는데 앞장섰던 재독음악가 윤이상씨는 8일 평양에서 황병기교수에게 북측 성동춘단장을 통해 편지를 보내왔다. 윤씨는 백지 두장에 빽빽이 쓴 이 편지를 통해 『이번 공연은 어떤 형태로든지 그 질적·양식적 가치를 비평하지 않기를 각 신문에 호소한다』고 밝히고 『이런 모임은 노래자랑도,기술의 상호대결도 아니며 양쪽사회가 오래도록 분리되어 발전한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씨 편지의 요약.
『친애하는 황병기교수에게. 지난번 평양에서 있었던 범민족통일음악회때 커다란 공헌을 하셨고 이번 행사의 준비와 운영에 많은 수고를 하시는데 진심으로 치하드립니다.
다음 몇가지는 나의 진정한 소원이니 이것을 한국여론(특히 언론기관)에 반영시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악교류는 조금도,어떤 형태로든지 그 질적·양식적 가치를 가지고 비평하지 않기를 각 신문들에 호소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최대 목표는 그저 우리민족이 다시 만나 평화롭게 노래하면서 통일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임은 노래자랑도,기술의 상호대결도 아니며,양쪽 사회가 오래도록 분리되어 발전한 현실 그대로 입니다. 쉽게 말해 남쪽도 북쪽도 다치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 또 저는 많은 교류의 가지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의 병은 많이 나아졌으며 1월중순께 베를린에 돌아갈 예정입니다.
1990년 12월7일 평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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