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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점 근육' 김연아 이후 처음…의사 놀라게 한 압도적 그녀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25) 항저우를 빛낼 서채현에게 ‘빙판 여제’가 아른거리는 이유?

요즘 MZ세대에게 인기있는 운동 가운데 하나는 스포츠클라이밍이다.

실내·외 인공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밍은 몸의 근육과 관절을 골고루 단련할 수 있는 전신운동인데다 칼로리 소모량도 많아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특히 스트레스를 날리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데다 공간지각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어 인기가 뜨겁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인구는 50만 명을 돌파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인공암벽장도 600여개를 넘을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운동량이 많고 암벽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근골격계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으로 손가락 관절염과 어깨회전근개 손상이 꼽힌다. 등반 중에 체중을 손가락으로 지탱해야 하고, 홀드를 이동하는 동작에서 어깨에 과도한 힘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의 경우에는 무리하게 힘을 쓰다가 허리 염좌와 함께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과 진료실에서 재활 및 치료계획 등을 이야기하다 말미에 듣는 말들이 있다.
“원장님, (그 선수)가 국제대회에 출전했던데 언제 병원을 방문하나요?
(그 선수)의 몸 관리의 강점과 비결은 무엇인가요? (그 선수)를 직접 만나보고 싶고, 기회되면 사진도 찍고 싶은데 어떻게 안되나요?” 등 열광적인 팬심을 드러낸 것이다.

동호인들의 우상으로 자리한 주인공은 국내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이다.

그녀와는 지난 4월 대한산악연맹 활동을 하면서 주치의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녀의 첫 인상은 ‘외유내강’이었다. 무엇보다 지문이 닳아버린 손가락을 비롯해 손발 곳곳에 박힌 굳은살에서 프로의 향기가 전해졌다.

당시 병원에서 스포츠의학 검사 등을 해보니 유연성과 균형력, 무엇보다 코어근육이 훌륭했다. 한마디로 클라이밍에 최적화된 몸이었다.
하지만 더 돋보이는 것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효율성 있는 근육’이었다.
말 그대로 온몸의 근육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압도적이었다.

클라이밍은 시작부터 완등하고 내려오기까지 계속해서 근육을 사용한다.
두 손과 두 발로 상하좌우 다양하게 움직이는데, 상체는 당겨주고 하체는 밀어주는 조화능력이 필수다.
몸에 있는 미세근육들까지 효율적으로 쓰게 되면 동작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부상 위험도 적고 최상의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코어근육과 유연성, 민첩성 등은 후천적 노력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지만 효율성 있는 근육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놀라움을 국가대표 선수에게 느낀 것은 ‘피겨 여왕’ 김연아 이후 처음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빛낼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 선수에게서 ‘빙판 여제 김연아’가 아른거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서채현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효율적인 근육’이 압도적이다. [중앙포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빛낼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 선수에게서 ‘빙판 여제 김연아’가 아른거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서채현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효율적인 근육’이 압도적이다. [중앙포토]

김연아도 선수 시절 상체와 하체의 근육들을 효율적이면서도 균형있게 사용했다. 이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연기를 빙판에 수놓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녀와 김연아는 같은 소속사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데 닮은 구석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강한 승부근성이다. 김연아는 완벽한 동작을 구사할 때까지 수천 번 엉덩방아를 찧으며 노력하는 연습벌레였고, 서채현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또한 과묵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도 비슷하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결코 대범함을 잃치 않는 것도 닮았다.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인 서채현 선수(왼쪽)가 나영무 솔병원 원장의 진료를 받고 있다. 서채현은 13년 전 김연아처럼 항저우 하늘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인 서채현 선수(왼쪽)가 나영무 솔병원 원장의 진료를 받고 있다. 서채현은 13년 전 김연아처럼 항저우 하늘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23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일이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눈물을 흘렸던 그녀의 안타까운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13년 전 김연아가 그랬듯 서채현이 항저우 하늘의 가장 높은 곳까지 멋지게 올라 환한 웃음으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전해주길 열렬히 응원한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26편에 계속-

〈나영무 원장은…〉

-現 솔병원 원장
-現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前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분과위원장
-現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주치의
-前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1996년~2018년)
-前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前 김연아, 박세리, 윤성빈, 차준환 등 국가대표 선수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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