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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육수에 미꾸라지·두부·버섯 넣은 서울식 칼칼한 ‘추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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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호 24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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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은 여름에 지친 몸을 보하기 위한 가을음식으로 미꾸라지가 살이 오르는 가을에 먹어야 제 맛이라 한다. 미꾸라지 ‘추(鰍)’자는 ‘고기(魚)’와 ‘가을(秋)’이 합해진 글자다. 추어탕 재료는 미꾸라지 또는 미꾸리인데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로, 미꾸라지는 약간 납작하고 미꾸리는 둥그스름하다. 요즘은 더 빨리 자라는 미꾸라지를 많이 쓴다고 한다. 과거 강이나 논에서 흔히 잡혔던 미꾸라지는 문헌에서 ‘원기를 돋우는 보양식’ ‘속을 편하게 하는 건강식’ 등으로 소개되고 있다.

추어탕 레시피는 지방마다 특색이 있다. 경상도에서는 삶은 미꾸라지를 체로 걸러 배추·숙주·토란대 등을 넣고 끓이다 파·마늘·고추양념과 방앗잎·산초를 더한다. 방앗잎은 잡내를 없애고 소화를 촉진하며, 산초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항균작용이 있다 한다. 국물도 맑게 끓이는 스타일이다. 전라도에서는 삶은 미꾸라지를 뼈째 갈아 된장·시래기·들깨가루 등을 넣어 끓인 다음 부추·산초를 더한다. 국물이 걸쭉하고 구수하다. 서울에서는 사골국물에 삶아 놓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고춧가루·두부·버섯·파 등을 추가해 빨갛게 끓이며 ‘추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원도식은 감자·미나리 등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빨갛게 끓인다.

추어탕이 전국음식이 된 지금은 지방별보다 식당에 따라 특별한 맛을 선보인다. 인기 있는 맛집 또한 곳곳에 포진해 있다. 40년 넘는 관록의 ‘남도식당’(덕수궁 뒤 정동길), 1977년 개업한 ‘원주추어탕’(강남교보타워 길 건너), 1975년산 ‘구마산’(여의도 미원빌딩) 등이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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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32년 문을 열어 서울식 추탕의 역사를 써온 ‘용금옥(사진1)’을 소개한다.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근현대사 주역들이 즐겨 찾았던 가게로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시청 옆에서 큰 가게를 운영하다 1960년대 재개발로 문을 닫았는데 단골손님들이 가게를 다시 하라고 성화를 해 지금 위치인 중구 다동에 다시 문을 열었다. 서촌에 인척이 하는 동명의 가게가 있다.

식사메뉴는 ‘추탕’(1만2000원·사진2) 한 가지. 소뼈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미꾸라지를 넣고 유부·두부·버섯과 양념을 더해 칼칼하게 끓여낸다. 서울식대로 미꾸라지를 ‘통으로’ 요리하지만 먹기 편하도록 ‘갈아서’도 준다. 옛날에는 냄비에 나왔으나 이젠 뚝배기를 쓴다. 비치된 대파·후추·소금·산초는 식성대로 넣어 먹는다. 열무김치, 무생채, 숙주나물 등 반찬도 맛있다. 밥은 따로 나오는데 삶은 면도 제공한다. 지금도 사장이 직접 주방에서 땀 흘리며 요리하는, 정성이 돋보이는 집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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