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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원경의 돈의 세계

해피 드러그와 말라리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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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선진국형 질환은 돈이 된다. 비만과 당뇨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증시에 큰 변화가 왔다.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세계 시가총액 10위 기업이 되었다. 같은 계열 덴마크 회사인 노보 노디스크도 루이뷔통을 제치고 유럽 시총 1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비만과 당뇨 제품은 선진국형 질환 치료제다. 삶의 질을 높이는 ‘해피드러그(Happy Drug)’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다.

큰돈 들여 주사 맞고 살도 뺀 일론 머스크를 보라. 그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무료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한국에도 두 회사 제품이 빨리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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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궁금한 게 있다. 빌 게이츠와 그의 전 아내 이름을 딴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이야기다. 게이츠가 재단 설립을 통해 그토록 외친 말라리아 백신 보급은 큰 성과를 못 냈다. 지난 20년간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은 2배 증가했다.

이즈음 게이츠와 머스크가 나눈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게이츠는 머스크에게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를 본 후 염장 지르는 말을 했다. 태양 에너지가 기후변화 해결책이 되겠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핵전쟁이 발발하면 인구를 화성으로 이주하려는 머스크의 야망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화성 탐사 꿈도 지나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머스크에게 그의 재단에 기부할 것을 권유했다. 머스크는 게이츠의 자선 활동이 다 헛짓거리라고 맞받아쳤다. 테슬라에 투자하는 게 기후변화에 더 도움 된다고 비아냥거렸다.

기술은 시장을 이길 수 없나 보다. 코로나 백신도 따지고 보면 자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비용은 42조원으로 추정된다. 자본의 논리가 없었다면 제약사들이 그렇게 빨리 움직였을까. 시장은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 혹시 후진국형 병인 말라리아에 돈을 듬뿍 넣지 않는 게 아닐까.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