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W중심대학을 대학혁신의 프로토타입으로 활용하자

중앙일보

입력

기고자: 장준호, 상명대학교 SW중심대학사업단장

기고자: 장준호, 상명대학교 SW중심대학사업단장

지난 6월29일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던 일이지만 이번 개정안이 대학에 미칠 영향은 제법 클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화에 대한 예고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개정안의 내용들 중 다음 2가지 항목에 주목한다.

첫째는 교수들의 책임시수 9시간 원칙을 폐지하는 것이다. 교수의 책임시수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한 개념일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교수들은 기본 의무로써 주 9시간 이상의 강의를 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기존 9시간을 원칙으로 하는 전임교원의 교수시간을 대학이 발전전략과 교원의 중점적 역할에 따라 학칙으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교수의 중점적 역할이 강의에서 다른 어떤 것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것은 대학의 발전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에게 있어서 강의는 의무이자 권리라는 점에서 각 대학들이 제시할 새로운 원칙이 주목된다.

둘째는 “학과.학부 기반의 조직 원칙 폐지”이다. 대학에서 학문을 다루는 기본 단위는 전공이다. 이 전공을 행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단위가 학과 또는 학부이며 그것들이 모여 단과대학을 이룬다. 이러한 조직 원칙 폐지에 대해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학과.학부 원칙이 대학 내 장벽으로 작용하여 경직적 운영을 초래함에 따라 학과.학부 기반의 대학 조직 원칙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전공들이 생겨나고 기존 전공들과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던 지난 몇년간의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 기존의 학과.학부 기반의 조직 원칙이 대학 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원칙을 폐지하고 새로운 원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대학교육에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아주 기본적인 구조들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모든 대학교육의 기본 단위는 과목이고 각 과목은 주당 강의시간, 이론과 실습 여부, 교양인지 전공인지, 선택인지 필수인지 등이 정해져 있고 매 학기 단위로 개설 여부가 결정되며 그때마다 담당 교수가 정해지는 구조이다. 각 과목들은 그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필요한 선수과목(Prerequisite)들을 지정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과목들 간의 계층구조가 형성되고 이것을 소위 전공별 교과과정(Curriculum)이라 부른다. 따라서 대학에서 부여하는 학위의 기본 단위인 전공들은 해당 전공의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에서 이렇듯 대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개정안을 내놓았을 때에는 대학이 기본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입법예고 이전부터 교수의 역할과 대학 교육행정의 변화에 대한 압력은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그 원인으로서 여러가지가 언급될 수 있겠으나 어떤 원인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다음의 두가지를 가장 큰 변화의 동인으로 선택하고자 한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에듀테크의 발전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의 경험이다. 하나는 발전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이다. 대학은 오래전부터 최신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산학협력을 활성화하여 교육내용에 이를 반영하려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교육방식, 그리고 학문간의 연계 또는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소위 일타강사들의 현란한 인강(인터넷강의)과 최첨단 멀티미디어 교육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그들과 그들의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대학은, 많은 학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주요 과목들은 학내 일타교수가 영상으로 남겨 놓아 인공지능 기반의 튜터가 학생들의 학습역량에 따라 안내하여 적절히 수강토록 지도하고, 실습이 필요한 교과내용들은 교수들과의 대면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스케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대학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을 하려면 기존 분반 체계나 책임시수 체계로는 지원이 어렵다. 그러한 면에서 새로운 원칙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지난 몇년간 대학들이 집중한 주제가 학문간 학제간 융합이었다. 수많은 융합과정들이 만들어졌고 꽤 의미 있는 성과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기존 구조에서 이러한 융합과정들이 그 취지에 부합되어 운영되기 어렵다. 현재의 학과 중심 구조, 학과 소속 교수들의 책임시수 체제에서는 모든 교수들이 소속 학과의 과목에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으므로 기존 학과들의 전공과 새로운 융합전공 모두들 살릴 수 있는 묘수를 찾기 어렵다. 역시 새로운 원칙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을 시작한 SW중심대학사업은 이러한 대학교육 변화의 시기에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원칙들을 수립하여 대학을 혁신하기에 적합한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SW를 중심으로 대학을 혁신하라는 것이 결국은 SW 자체에 대한 교육 경쟁력을 높여 SW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전체의 교육에 SW의 가치를 활용하여 최첨단 에듀테크가 적용될 수 있는 데이타 중심의 교육행정을 포함하는 개념이기에 그렇다. 더우기 대학의 모든 구성원에게 SW기초를 익히도록 하여 자신의 전공, 또는 업무에서 SW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다양한 전공분야가 SW를 중심으로 융복합되도록 하여 새로운 SW의 가치를 창출하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상명대학교는 2019년에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선정 직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초기 3년간은 많은 사업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비대면 SW 기초 교육을 실시하였고 결과물로서 게임을 만들어 온라인 전시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SW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오픈소스 SW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그들의 SW 활용능력이 입학시부터 졸업시까지 모두 클라우드 상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여 기업이나 개발 커뮤니티의 전문가들이 손쉽게 접근하여 우수한 학생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였다. 방학 중에는 글로벌 SW기업의 전문가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그들이 멘토가 되어 프로젝트가 진행되도록 하였고, SW전공이 아닌 학생들에게 데이타 분석 과정을 이수토록 하여 현재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환경에서는 물리적 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SW 실습 교육이 PC기반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여 기존보다 훨씬 다양한 최첨단 SW들을 교수 및 학생들이 보다 손쉽게 활용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에듀테크를 최대한 도입하고 학생들이 졸업 후 진출할 기업들의 실제 개발환경과 최대한 유사한 실습환경을 구축하고, 기업과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SW중심대학사업이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내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하며 아쉬웠던 점들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융합교육이다. 인문사회과학, 경영경제, 문화예술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SW 및 인공지능과 연계 및 융합된 과정을 원하였다. 의욕적으로 그러한 과정들을 개설했으나 SW전공 과목들을 타 전공분야에서 진입한 학생들에게 적합하도록 강의할 교수들을 찾기도, 또한 그러한 교육내용을 새로 만드는 것도, 기존의 제도 내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새롭게 수립되어야 할 두가지 원칙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무엇일지 아직 확신은 없다. 다만, SW중심대학사업을 추진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전국에서 SW중심대학사업을 열심히 추진해오고 있는 50여개 대학들의 경험들이 모인다면 대학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원칙을 수립하는 것의 어려움을 조금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