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교체수석대표 이상옥대사 제네바 대표부(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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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업구조 조정 시간벌기 최선/전문인력 부족으로 애먹어/내년초 협상타결도 불투명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최종 타결을 목표로 했던 브뤼셀 각료회담이 지난 7일 폐막됐다.
비록 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는 됐지만 국제경제회담에 한국이 60 여명 (지원인원 포함)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총력협상을 폈던 일도 처음이다.
이상옥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UR가 처음 출범한 86년 9월과 거의 같은 시점인 그해 10월 제네바로 부임,그 동안 누구보다도 협상과정에 깊숙히 참여해 왔고 이번 회담에서도 교체수석대표로 분주한 활동을 벌였다. 이번 회담결과 연기된 내년초 회의의 개최장소가 제네바로 정해져,그는 UR와 끊으려야 끊기 힘든 인연을 가진 듯하다.
­이번 회담에 제네바 대표부에서 상당히 많은 분들이 대표단으로 왔는데 혹시 대사관 전체를 옮겨온 것은 아닙니까.
▲대사관 전체 24명의 직원중 12명이 왔습니다. 제네바는 각종 국제기구의 중심지로 비워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 식구의 절반이 옮겨왔으니까 아무래도 UR협상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타결을 볼 것으로 기대되던 이번 UR회담이 결론을 보지 못한 채 연기됨으로써 모양이 좋지 않게 됐습니다.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원인이 무엇때문이라고 보십니까.
▲UR는 출발부터 상이한 두개의 견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미국으로 처음부터 UR를 통해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공정·자유무역체제를 수립하자는 야심적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EC는 현실여건을 감안치 않은 지나친 높은 목표는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농산물 분야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해 현실여건을 무시하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두개의 저류가 그 동안의 협상과정에서도 깔려오다가 이번 회담에서 다시 부딪쳤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봅니다.
­내년초 다시 회담이 열리면 타결될 전망은 있다고 봅니까.
▲한마디로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각료급회의에서 타결치 못한 회담이,제네바회의에서 결론을 찾을 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2월에 협상시한을 재연장하는 사태도 생각해야 합니다.
다행한 점은 모든 참가국이 결렬만큼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현재로선 페르시아만 사태의 진전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협상타결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어야겠습니까.
▲우선 미국은 추구하는 목표의 상한선을 조금 낮춰야 할 것이고 EC도 현실을 감안해야겠지만 UR가 90년대 나아가 21세기의 세계경제 질서를 구축하자는 것인 만큼 하한선을 높여야하지 않겠나 합니다. 물론 여타국들도 협상은 주고 받는 것인 만큼 적절한 이해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입니다. 회담연기로 우리도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를 점검,협상전략을 재수립해야 할텐데 대처방안은 앞으로 어떻게 마련해야 하겠습니까.
▲이번 UR협상에서도 나타났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에는 일본이 50,60년대에 누렸던 소위 「무임승차」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입니다.
우선은 협상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찾아내는데 노력해야 하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또 무역면에서 국내 제도나 관행을 GATT체제에 맞도록 개선하고 앞으로는 무역상대국에 감정대응이나 특별배려를 요청하는 일도 없어져야 합니다.
­특히 농산물은 경제적 이해를 떠나 국내 정치와도 밀접히 연관돼 예민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협상대응방안과 국내적으로 농민들을 포함해 어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UR 15개 협상분야중 농산물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제 자신도 그 동안 협상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여기에 할애해 왔습니다.
그러나 농산물 교역의 자유화란 EC의 1천5백억달러 등 각국이 농산물에 쏟는 연간 2천5백억달러의 보조금이 초래한 무역질서의 왜곡을 막자는 것이니까 시간차는 있어도 우리도 이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걱정은 구조조정인데 국내에서는 농업투자를 확대하고 협상에 임하는 저같은 사람들은 자생력·경쟁력을 갖출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버는데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이번 회담과정을 보면 쌀 등 15개 품목을 비교역적 품목(NTC)으로 특별 예외조치를 요구한 우리의 입장은 무리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어려운 우리의 농업현실을 볼 때 무리는 결코 아닙니다. 또 협상은 상대가 있는 만큼 해 봐야 알겠지만,우리가 먼저 나서서 조정을 이야기 할 것은 못 됩니다.
­이번 회담결과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닙니까.
▲인력 자체보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의 부족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미·일 등 선진국은 물론 콜롬비아 같은 후진국도 70년대 도쿄라운드에 참가했던 분들이 이번 협상에 계속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한두 명을 빼놓고는 전부 새 사람입니다. 또 협상기간 중 사람이 자주 바뀌는 것도 안좋아 협상의 일관성·계속성 확보를 위해선 인사관리를 개선할 필요가 큽니다.
­이번 회담이 비록 연기로 끝났으나 한국협상대표단이 주야로 바쁜 활동을 해온 게 사실입니다. 협상결과를 자평해 보면 어떻습니까.
▲사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는 그 동안 상당히 격상되어 왔고,그 때문에 이번 협상과 같은 경우 선진국과 개도국의 사이에 끼여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UR협상에서 35개의 제안을 내놓을 정도로 적극 참여를 해왔고 이번 회담에서도 노력은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고 자랑할 일은 안됩니다만….
­UR협상은 무대가 다시 제네바로 옮겨지는데 이제 돌아가시면 더 바빠지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모두 참석하는 것은 아니나 제네바에서는 연말연초를 약간 빼고 연간 5천여 회의 회의가 열려 UR협상이 아니더라도 바쁘긴 합니다. 우리가 바쁜 것은 문제가 안되고 성과가 좋아야할텐데 어쨌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브뤼셀=장성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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