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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익의 이코노믹스

4분기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자산 배분 미 쏠림은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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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의 의미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난 8월 미국의 대표 시장금리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4.3%까지 오르면서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금리 급등은 주가 하락과 더불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0.52%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올해 8월에는 4.3%를 넘어서면서 거의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이처럼 오르고 있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금리 16년 만에 최고 기록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 높아져

금리 상승에 소비·투자도 위축
경기침체·주가하락 가능성 커

우리 해외주식 중 미국 비중 61%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 나서야

미 국채수익률 2007년 이후 최고치

첫째, 물가상승률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목표로 내세운 2%보다 높다. 지난해 9월 전년 같은 달보다 9.1%나 상승했던 소비자물가가 올해 6월에는 3.0%까지 낮아졌다가 7월에는 3.2%로 반등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3%를 웃돌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아직도 4%대 중반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둘째, Fed의 긴축적 통화 정책이다. Fed는 지난해 초부터 공격적 금리 인상을 계속해왔다. 작년 2월 0.00~0.25%였던 연방기금금리는 올해 7월 5.25~5.55%로 높아졌다. 이와 더불어 Fed는 작년 6월부터 양적 긴축도 같이 단행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양적 긴축으로 미국의 통화량이 실물 경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광의통화(M2)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지표인 ‘마샬 케이(K)’는 2019년 말 0.69에서 2021년 말에는 0.88로 급증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미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자 Fed가 통화공급을 크게 늘린 탓이다. 실물 경제에 비해 급증한 통화량이 시장금리 하락에 크게 기여했다. 1990년 이후 장기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마샬 케이와 10년 국채수익률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73으로 높게 나타났다. 통화량과 시중금리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림 1〉 박경민 기자

〈그림 1〉 박경민 기자

그런데 실물 경제에 비해 많이 풀린 돈이 물가상승을 촉발하자 Fed는 통화량을 줄이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마샬 케이는 0.78로 2021년 말보다 11.5% 감소했고, 이것이 금리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림 1〉.

〈그림 2〉 박경민 기자

〈그림 2〉 박경민 기자

셋째,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 축소이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14년엔 외국인이 미 연방정부 발행 국채의 34%를 보유했으나, 그 비중이 올해 1분기에는 24%로 줄었다. 특히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출했다. 여기서 벌어들인 돈 일부로 미 국채를 사들였다. 2001년 말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786억 달러였으나 2013년 말에는 1조270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그 이후 계속 줄어들어 올해 6월엔 8354억 달러로 감소할 정도로 축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Fed가 양적 긴축으로 미 국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국채를 매도하니 국채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그림 2〉.

현재 S&P PER 장기평균보다 높아

경제학 원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는 하락한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보다는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최근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1870년 이후 장기 평균치 16보다 훨씬 높다. 주가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편 S&P500의 배당수익률도 1.5%로 장기 평균치 4.3%보다 낮다. 배당금에 비해서도 주가가 높다는 의미이다. 수익률이 4% 이상으로 올라온 국채에 투자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그림 3〉 정근영 디자이너

〈그림 3〉 정근영 디자이너

금리가 오르면 통상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한다. 이는 결국 기업 매출과 이익을 줄여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0년 1월~2023년 7월의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10년 국채수익률 움직임이 S&P500에 19개월 선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도 -0.76으로 높았다. 〈그림 3〉은 이런 국채수익률의 주가 선행성을 고려하여 향후 주가 방향을 가늠해본 것이다. 금리와 주가는 역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국채수익률 축을 거꾸로 잡았다. 2000년 이후 통계를 응용하면 금리 상승의 시차 효과가 나타나면서 주가는 올해 8월부터 하락 추세로 돌아서고 이러한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12~20개월 뒤 소비 많이 줄어

역사적으로 금리 상승은 상당한 시차를 두고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성장률과 기업 수익이 같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엔 미국 GDP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 감소가 크게 작용한다. 과거 통계를 분석해보면 미국 가계는 금리 인상 후 12~20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를 많이 줄였다. 코로나 이후 시작된 이번 금리 인상기에 적용해보면 지난해 3월 이후의 금리 인상 시차 효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실제로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1분기에 8.3%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비율이 올해 1분기에는 9.6%로 올라왔다. 특히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1월 1.3%(2010년 이후 평균 1.9%)에서 올해 7월에는 2.5%(5061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소비의 원천인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2020년 말에 4만6790달러였던 1인당 실질 가처분소득이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만6515달러, 4만5603달러로 감소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올해 7월에는 4만6741달러로 늘었으나 아직도 2020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소비 감소 요인이다. 지난해 저축률이 3.7%로 장기평균(2000~22년, 6.6%)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직전 해였던 2007년(3.4%)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지출할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이다. 올해 1~7월에는 월평균 저축률이 4.3%로 오르고 있다. 이제 소비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 금리 상승은 부채가 많은 기업의 투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미국의 기업 부채(금융회사 차입금+회사채 발행액)는 GDP 대비 48.0%로 2021년 1분기 53.5%에 비해 낮아졌지만, 2000년 이후 평균인 43.8%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미국 GDP에서 소비와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1%와 15%이다. 금리 상승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빠르면 그러한 현상이 올해 4분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단기 금리 차이(만기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 차이)가 역전되면서 경기 침체를 예고해왔다. 1980년 이후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한 후 예외 없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달러 가치도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

금리 상승으로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 지난 7월 99.8이었던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가 9월에는 105를 넘어섰다. 그러나 중기적으로 보면 지난해 9월 114.1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상에서 반등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10년 국채수익률과 달러지수는 동행(상관계수 0.34)했다. 최근의 금리 상승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미국 경제가 머지않아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물가상승률도 낮아질 것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면 국채수익률도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10년 국채수익률 하락은 달러지수 하락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외 주식은 5194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3173억 달러가 미국 주식이다. 미국 주가가 하락하면 다른 나라 주가도 같이 내려갈 수 있다. 투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게다가 달러 가치마저 하락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 자산 배분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