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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트로트보다 과학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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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공연계도 바쁘다. 19세기 초 영국의 인기 공연은 왕립학회 과학강연쇼였다. 학자·귀부인·아이 모두에게 최고의 유희였다. 신기한 과학실험은 마술쇼보다 재미있고, 호기심도 채워줬다. 『프랑켄슈타인』 『해저 2만리』 등 SF소설의 원천이 되었고, 상상은 미래를 만들었다. 전자기장의 발명자 패러데이의 ‘양초 화학사’가 특히 유명하며, 칼 세이건·리처드 도킨스도 진행했다. 르네상스 이후 철학자는 과학자였다. 데카르트·라이프니츠부터 괴테·칸트까지.

한 나라에 과학 열풍이 불 때, 그 나라의 빛나는 성공신화가 완성됐다. 19세기 영국, 20세기 초 유럽, 2차대전 후 미국이 그랬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대입 최고 성적의 학생들이 물리학과나 공과대를 지원했다. 인도가 무서운 건 14억 내수 시장이 아니라, 과학자를 꿈꾸는 수많은 학생의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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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의학보다 위대하다. 과학은 재미있고, 명예로우며, 인류애에 기여하는 멋진 일이다. 과학자가 모여 만든 펀드회사가 ‘금융공학’을 개척해 전설적인 거부가 되기도 했다.

TV에서도 먹방이나 트로트 경연보다, 과학프로가 나온다면 어떨까. 미국이 우주시대를 주도하던 1980년대 칼 세이건의 TV시리즈 ‘코스모스’는 많은 과학 키즈를 키워냈고, 또 이들이 현재 세계의 과학을 이끌고 있다.

과학대중서가 진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토비아스 휘터)로 독서모임을 하는 날, 분위기는 어느 소설 때보다 뜨거웠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길 없는 길에도 끝없이 지원하는 정부의 신념과 ‘선진국’의 자격을 봤다. 우리나라의 R&D 연구지원금 삭감 소식이 아프다. 유튜브 과학영상들의 수십, 수백만 조회수를 보며, 대중의 높은 지적 호기심이 얼마나 채워지지 못해왔는지를 절감한다.

과학은 동사다. 나 과학해, 넌 과학하니? 누가 이미 모든 발명은 이루어졌다고 하는가? 과학은 지금 현재진행형이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