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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윤석금 웅진 회장의 인생·경영 멘토링

중앙일보

입력

나는 오늘도 도전한다  

7월 25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웅진역사관. ‘세일즈맨의 신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젊은 기업가 30여 명이 마주 보고 앉았다. CEO 전문 교육기관 IGM세계경영연구원과 글로벌 컨설팅기업 커니코리아(Kearney Korea)가 주최한 젊은 기업가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열렸다. 백발이 성성한 레전드 기업가는 화려한 성공과 한순간의 추락, 그리고 오뚝이처럼 재기한 자신의 삶을 2시간여 동안 담담하게 풀어놓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갓 기업을 창업했거나 계승한 젊은 기업가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이들의 만남은 저녁 식사 이후로까지 이어졌다.

“아무리 튼튼하게 지은 집이라도 태풍이 오면 쓰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신력입니다. 태풍 속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틴다면 사람들은 여러분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강단 앞에 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기운은 여전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윤 회장은 강연 내내 현실을 직시하되 긍정적 태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그 누구도 아닌 윤 회장의 말이었기에 좌중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도 파주 웅진역사관에서 젊은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명은 ‘불안을 확신으로 바꾼 윤석금 회장의 인생·경영 멘토링’. CEO 전문 교육기관 IGM세계경영연구원과 글로벌 컨설팅기업 커니코리아(Kearney Korea)가 함께 준비한 자리였다. IGM의 Scale up 과정을 밟고 있는 스타트업 CEO들과 후계경영자 모임인 MMPS 멤버들, 포브스코리아 30under30선정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출판사 브리태니커 한국지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 회장은 1년 만에 전 세계 54개국 영업사원 중 최고 실적을 달성해 윌리엄 벤튼상을 수상했다. 이후 1980년 웅진을 설립해 학습지·출판 사업으로 한국 교육문화에 큰 획을 그은 그는 1997년 보관문화훈장을, 2005년 보건복지부 국민포장을 받았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윤 회장은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을 소개하고 이러한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정적 감정은 재빨리 털어내라

윤석금 웅진 회장은 “매사 신이 나고 적극적인 리더로서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금 웅진 회장은 “매사 신이 나고 적극적인 리더로서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가장 먼저 ‘건강’을 강조했다. 기업가로서 기운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 식습관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건강관리에는 운동이 필수적”이라며 “훌륭한 리더는 매일 운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마다 운동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땀을 흘릴 때 노폐물이 빠지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걸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올바른 식습관이었다. “음주 자랑만큼 어리석은 말은 없다”는 윤 회장의 지적에 좌중은 박장대소했다. 그는 골고루 먹는 식습관으로 건강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건강과 함께 리더가 우선시할 덕목으로 기(에너지)를 꼽았다. 2011년 재계 자산순위(공기업 제외) 32위까지 올랐던 웅진은 2012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라는 태풍에 정면으로 마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재진입하며 또다시 저력을 보여줬다.

“세상일은 잘되다가도 굴곡이 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오게 돼 있어요. 이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기가 살아 있는 리더는 직원의 기분을 좋게 바꾸고 일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윤 회장은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무조건적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활기 넘치는 리더가 되기를 권했다. 윤 회장은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웬만해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는 늘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저도 인간이기에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오래도록 가슴속에 품고 있지는 않아요. ‘살다 보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내면의 부정성을 재빨리 털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세일즈맨 시절에 겸험했던 긍정성의 위력을 소개했다. 윤 회장은 “영업을 하러 갈 때마다 ‘고객이 제품을 살 것’이라 믿고 확신에 찬 주문을 외웠다”며 “만약 고객이 구매하지 않더라도 ‘그가 다음에는 제품을 사게 될 것’이라고 되뇌었다”고 회고했다. 윤 회장의 ‘마법 같은 주문’은 [나의 신조]라는 명언 카드로 집대성됐다.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윤 회장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나는 나의 능력을 믿으며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고 항상 배우는 사람으로 더 큰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구절에는 자기 신뢰와 향상심, 용기, 겸손, 끈기 등 긍정적 개념이 서려 있었다.

여기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헌신, 사랑도 녹아 있었다. 윤 회장이 “남을 미워하거나 시기, 질투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을 사랑할 것”이라고 읊을 때 좌중은 숨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특히 윤 회장은 “경쟁자를 비난하지 말라”며 “경쟁자는 나를 자극해 나의 발전을 도와주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설사 경쟁에서 1등을 했어도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며 “자신감과 자만심은 다른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간의 뇌는 계속 변합니다. 어떤 습관을 지속하느냐에 따라 두뇌가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은 무한대로 뻗어나가요. 우리가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보를 계속해서 흡수하면서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합니다.”

배우고 또 배워라

윤 회장이 활기와 긍정성 다음으로 강조한 리더의 역량은 정보를 빠르게 확보하는 능력, 바로 ‘정보력’이었다. 그는 “리더라면 세상 물정을 알아야 한다”며 “정보가 없으면 뒤떨어지기 마련이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아무 정보나 수집하는 것은 금물이다. 윤 회장은 일단 “경쟁자도 보는 인터넷 정보는 당연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고, 큰 의미가 없다. 멘토나 전문가의 조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체득하는 정보도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남다른 정보 습득 방법을 고안하라고 강권했다. 수많은 정보가 물밀듯이 생산되는 오늘날, 필요한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른바 ‘효율적인 정보 습득론’이었다. 윤 회장은 “자신만의 ‘최고의 샘플실’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 곳곳의 최고 제품, 최상의 정보를 수집해 연구·분석해야 트렌드를 보는 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를 충분히 습득한 다음에는 ‘차별화’해야 한다며, 『어린이 마을』과 『웅진위인전기』 기획 과정을 소개했다. 윤 회장은 “출판사 초창기에는 매년 10번 정도 해외 출장을 가서 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린이책을 사 왔다”며 “왜 이 책들이 잘 팔리는지 면밀하게 분석했다”고 돌아봤다. 정답은 꿈과 희망에 있었다. 당시 국내 어린이책은 판잣집에서 살거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힘들게 사는 아이의 이야기 등 사회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많았다. 윤 회장은 “우리 문화와 민족성에 자부심을 갖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려는 어린이의 이야기를 담는 등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 『웅진위인전기』를 들었다. 1980년대 국내 대다수 위인전은 ‘태어날 때부터 위인은 정해져 있다’는 논리를 함축하고 있었다. 윤 회장은 “특별한 태몽과 함께 기골이 장대하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위인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 아이들은 오히려 위인이 되기를 포기하고 만다”고 비판했다. 그는 난청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곡을 만들어낸 베토벤이나 여러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사업가로 성장한 헬렌 켈러 등 고난을 극복한 위인들을 선별해 『웅진위인전기』를 펴냈고 대성공을 거뒀다. 현재 누적 출판 부수는 1800만 권에 달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마련해도 고객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윤 회장은 스토리텔링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는 “포인트를 잘 잡은 스토리텔링은 제품·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단번에 끌어올린다”며 “포인트에 고객의 선호와 니즈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왜곡과 거짓은 금물이다.

“얼마 전 지인에게 ‘이 칫솔을 써보면 앞으로 다른 칫솔은 못 쓰게 될 겁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렇게 관심을 유도한 다음,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지요. 실제로 칫솔을 사용한 지인이 호평을 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제품·서비스가 훌륭한데도 매출이 미미하다면 이 같은 마케팅 방법을 강구해보세요.”

프로그램 말미 ‘인생의 낙’에 대한 질문에 윤 회장은 “새롭게 시작한 화장품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이 순항 중”이라며 “과거와 비교해 규모가 작은 사업이지만 그만의 재미가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제가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비록 과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앞으로 더욱 성장하리란 믿음이 있어요. 계속 일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나갈 겁니다.”

윤 회장의 강의가 끝나고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 끝없이 사업다각화에 나선 이유와 한때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고난을 겪은 과정에 대한 질의에 나온 윤 회장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사업이 너무 잘됐어요. ‘손만 대면 성공한다’고 내 손을 만지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30대 그룹 같은 재벌을 꿈꾸지 않았어요. 비록 자만으로 도전이 너무 커졌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웅진은 다시 살아났어요. 30대 그룹에서 어려움에 속했던 기업 중 유일할 겁니다. 평소 투명경영을 해온 덕에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원칙을 지키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박스기사] 윤석금 회장 멘토링 세션을 기획한 이유

한국에서도 매년 수많은 스타트업과 신생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30% 넘는 기업이 1년 이내에 사라진다.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 비율도 30%대에 불과하다. 컨설팅 회사와 리더십 교육 기관의 대표로서 많은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이 중엔 초창기 큰 성공을 이뤄냈지만 지속되지 못하고 사라진 이도 많다. 초기 성공에 대한 축하의 크기보다 지속되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졌다.

경영자가 기업을 지속 성장시킨다는 것은 투자를 유치하고 창업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떤 형태의 기업이건 외부 환경은 물론 내부에서 비롯되는 이슈로 인해 다양한 위기 상황을 겪는 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오랜 기간 지속돼온 기업들은 모두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냈기에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는 위기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변화하며 새롭게 도전해온 강한 리더들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 이어진 글로벌 경제불황을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의 젊은 기업가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고통스러운 위기 상황에 굴하지 않고,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실패를 두려움 없이 딛고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용기와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30대 중반 창업 이후, 40년 넘게 기업을 이끌면서 웅진을 그룹사 규모로 성장시키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극단의 위기와 숱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기업을 지속시키며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선배 기업가의 삶이 도움이 될 듯하다. 윤석금 회장님의 삶과 경영자로서의 살아 있는 경험이 젊은 기업가들에게 그 어떤 변화와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혜로움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진 강한 리더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멘토링 세션을 기획했다.

- 글 조승용 커니코리아·IG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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