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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방소 큰 성과 있을 것”/서울 온 첫 소 대사 소콜로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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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대화는 당사자끼리… 현실적이어야”
『양국의 국교수립이 두 달밖에 안 됐으나 벌써 매우 의미있는 관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의 소련방문은 양국 관계를 가일층 진전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초대 주한 소련대사로 부임하기 위해 7일 오후 아에로플로트 599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올레그 소콜로프 대사(53)는 영문으로 미리 준비해온 도착성명부터 낭독했다.
『제가 몹시 피곤하고 아직 정식 신임장을 제정하지도 않았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룹시다.』
소콜로프 대사는 노 대통령의 소련방문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달 메드베데프 대통령위 위원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이 작은 파문을 일으켰음을 의식했는지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인상이었다.
그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를 일어섰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친절한 답변을 사양하지는 않았다.
­주미 공사를 역임하는 등 미국통인 당신을 초대 주한 대사로 임명한 것은 소련이 앞으로 미국의 대한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대단히 재미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나는 아시아에서의 경험도 있다. 필리핀대사로 3년간 근무하지 않았느냐. 나는 대결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협력해 문제를 풀어나가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왔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소에서 양국 정상은 무엇을 논의하게 되나.
『모든 것을 다 논의하게 될 것이다. 양국 관계,한반도 주변정세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까지 포함될 것이다. 노 대통령의 소련방문은 매우 생산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남북대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데….
『남북한은 모두 주권국가다. 누가 누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다. 소련은 다만 전반적인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고 노력할 것이다.』
­소련과 북한은 오랜 우방인만큼 북한에 할 수 있는 얘기의 폭도 크지 않겠느냐.
『남북대화는 당신들의 대화다. 남북한 통일은 모두의 희망이며 동북아 및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 대화가 감정적이고 대립적이기보다 건설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방한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그가 방한하기 위해서는 모스크바에서의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방소에서 노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을 초청하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방한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시사할 만한 적절한 위치에 있지 않다.』
미남형에 체구가 큰 편인 그는 모두 일어선 가운데 15분간 어수선하게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매끈하게 마무리 지었다.
고르바초프의 외교고문 도브리닌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으며 84년 재혼한 부인과 네 살 난 딸을 두고 있다.<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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