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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종학의 경영산책

감성적인 리더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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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가끔 아내로부터 “당신은 꼭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해야만 아느냐? 이야기를 듣기 전에 남의 마음을 읽는 센스가 부족하다”라는 잔소리를 듣는다.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젊은 시절에도 남의 기분이나 눈치를 재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래서 타인의 마음을 잘 읽고 그에 맞춰 행동해서 인기가 많던 몇몇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당시 내 부족한 점을 자각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약간의 발전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내가 보기에 아직도 내 능력은 수준 미달인 듯하다.

이처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정보를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이용하는 능력을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감성지능이 높으면 상대방의 사고나 감정을 추론하여 자신의 입장과 통합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다른 사람과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타인 감정 이해하는 감성지능
상대와 효율적 상호작용 도와
감성지능 높으면 업무도 잘해
코로나 이후 중요성 더 높아져

감성지능과 인지능력의 관계는

최종학의 경영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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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지능은 우리가 흔히 지적 능력이라고 번역하는 ‘인지능력(cognitive ability)’와 관련되어 있다. 인지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지능지수(IQ)다. 감성지능과 인지능력 사이에는 밀접한 정(+)의 관련성이 있지만, 하나가 높다고 다른 하나도 꼭 높은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도 인지능력이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감성지능은 부족한 사례일 것이다.

모임에서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주로 감성지능이 높은 경우일 텐데, 이런 사람이 꼭 IQ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감성지능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성지능을 자기인식, 자기확신, 자기절제, 공감, 동기부여, 사회성 등 6가지 요소로 구분하는데, 남자는 자기인식, 자기확신, 동기부여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고, 여자는 나머지 세 요소의 수치가 높다. 그래서 이 6가지 요소를 모두 합치면 남녀 사이에 유의적인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IQ가 높은 사람이 직장에서의 업무성과도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도 업무성과가 높을까? 다수의 학술적 연구들은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이 실제로 업무성과나 직장에서 승진할 확률이 클 뿐만 아니라 직장에 헌신하는 정도나 직업 만족도도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보다 행복을 느끼는 듯하다.

공동 과업 수행에서 중요한 감성지능

그렇지만 모든 직장에서 동일한 발견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감정노동을 더 많이 요구하는 사업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감정노동이 덜 필요한 곳에서는 두 변수 사이에 의미 있는 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환자들과의 접촉이 많은 간호사, 고객과의 접촉이 중요한 서비스나 영업 직종,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마케팅 부서, 다른 직원과의 접촉과 정보교류가 중요한 인사 담당 직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감정노동의 빈도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회계, 자금, 법률, 연구 등 고객 및 다른 직원과의 접촉이 적은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라면 감정노동이 덜 필요할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IQ가 높지 않은 직원들의 경우 감성지능이 높다면 업무성과가 향상되는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학생의 경우 학업성적도 감성지능과 연결되어 있다.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은 팀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과목의 성적이 높았다. 그러나 팀 프로젝트가 거의 없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과목들은 감성지능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즉 감성지능은 여럿이 공동의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직원들 사이의 단절이나 의사소통의 부재가 큰 이슈가 됐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가 줄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회식이나 소모임 빈도가 과거보다 줄어들면서 직장내 개인주의 성향이 이전보다 강화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잘 이루는 감성지능의 효과가 과거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40대 넘어서도 발전하는 감성 능력

언론에 보도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관리자들로부터 공감받기 어려워졌다고 답하는 직원들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상사가 나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공감하는 비율은 반 토막이 났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CEO가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거나 즐거운 업무환경을 만들어야 직원들의 성과가 향상될 것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리더십은 상대방이 공동의 목적을 향해 노력하도록 설득하는 기술”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서로 단절된 상황에서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성과를 높이려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과거보다 더욱 필요할 것이다.

물론 감성지능만 중요한 것은 아니며, 높은 지적능력이나 전문지식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들을 갖추지 않았다면 CEO 후보에 오르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CEO로 성공하기 위해선 감성지능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IQ는 대부분 20대 이전 최고점에 도달하며 40이 넘으면 서서히 감소한다. 그러나 감성지능은 노력에 따라 40대가 넘어서도 더 계발될 수 있다. 따라서 CEO로 성공하고 싶다면 감성지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권한다. 이는 직장에서의 성공을 넘어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