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간중앙] 특별기획 | 울산항 미래 먹거리 플랜 다진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

중앙일보

입력

“4대 에너지(LNG·메탄올·수소·풍력) 허브 구축해 친환경 물류 선점할 것”

■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 메탄올,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선에 공급 성공
■ “울산항의 궁극적 목표는 무탄소 에너지 수소 클러스터로 도약하는 것”

울산항은 지난해 국내 4대 주요 항만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물동량이 늘었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의 맞춤형 ‘포트 세일즈’가 물동량 증가에 기여했다.

울산항은 지난해 국내 4대 주요 항만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물동량이 늘었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의 맞춤형 ‘포트 세일즈’가 물동량 증가에 기여했다.

김재균(67) 사장은 2년 전인 2021년 8월 울산항만공사(UPA) 제6대 기관장 자리에 올랐다. 1981년부터 2021년까지 40년간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환경 안전과 품질 물류 분야 등을 가르친 산업 안전 전문가다. 그는 해당 분야 전문가답게 취임 이후 울산항만공사의 항만 안전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국내 항만 최초로 안전 수준 측정 도구인 ‘울산항 하역안전지수’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윤리 경영을 강화하고 노사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항은 지난해 국내 4대 주요 항만 중 유일하게 물동량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울산항만공사는 공기업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 등으로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우수등급(A)을 받았다.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4년 연속 우수기관, 동반성장평가 최우수 등급,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 2년 연속 최우수 등급 등을 달성했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다. 그는 “울산항은 물론 울산시의 미래 먹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재해 저감을 위해 ‘하역안전지수’를 개발했다.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 달라.

“항만들은 그동안 하역안전 수준을 단순 사고 건수로만 측정해왔다. 거기에서 벗어나 하역사업자들의 안전 관련 예산과 집행률, 안전 관리자 수, 관리자의 역량 수준, 안전 사고 발생 건수 등 과거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객관적이고 정량화한 하역안전 진단 측정 도구개념이다. 지난해 12월 지수 개발을 완료했고, 울산항 하역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는 언제까지 진행되나?

“2024년 말까지다. 울산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역안전지수를 실제 적용해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실증 결과, 특정 업체의 하역안전지수가 100점 만점에 50점에 그쳤다고 치면 점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등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 기업별 하역안전 수준을 측정하고, 이듬해부터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그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울산항 하역안전지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스리랑카, 미얀마, 캄보디아 항만 관계자 10여 명이 울산항만공사를 방문했다. 울산항의 안전 항만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모두들 울산항 하역안전지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안전지수 덕분에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공공기관 안전보건활동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현장을 방문해 공사 직원들 표정을 살펴봤는데, 분위기가 꽤 좋더라. 노사 화합에 신경을 쓴 덕분인가?

“좋게 봐줘 고맙다. 그런데 노력을 기울인 건 맞다. 대학에 근무할 때 노조 활동 등에 직접 관여한 적은 없지만, 그쪽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던 편이다. 가끔 후원금을 내기도 하면서 노사 간 쟁점 등에 관심을 가지곤 했었다. 취임하자마자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노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면서 잘해보자’고 했다. 살펴봤더니 노조가 요구하는 사안이 무리한 수준도 아니더라. 이후 가급적이면 노조의 아이디어를 회사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노사 간 노력에 힘입어 공공기관의 뜨거운 감자인 직무급제를 지난해 12월 노사합의를 통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했다. 67%의 찬성률을 보였고, 올해는 직무급제 고도화를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업무에 비해 임직원 수가 부족한 것 같더라. 항만공사 홍보 담당자가 한 명뿐이다. 깜짝 놀랐다. 인력 규모가 얼마나 되나?

“현재 정원이 121명이다. 전국 주요 항만공사의 딱 절반 수준이다. 추진 중인 신사업이 굉장히 많아서 인력 충원이 절실하고, 특히 항만 사업 특성상 신입사원만 늘려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 경험 등도 갖춘 경력직도 필요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매번 건의하고 있다. 부족한 인원이지만 성과를 내다 보면 정부에서도 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모든 임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에도 4대 항만 유일 물동량 증가

김재균(왼쪽 다섯째) 울산항만공사 사장과 강덕호(왼쪽 여섯째) 노조위원장 등이 노사 소통 활성화를 위한 ‘노(勞)랑사(使)랑 소통 카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울산항만공사

김재균(왼쪽 다섯째) 울산항만공사 사장과 강덕호(왼쪽 여섯째) 노조위원장 등이 노사 소통 활성화를 위한 ‘노(勞)랑사(使)랑 소통 카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울산항만공사

성과 얘기로 넘어가보자. 울산항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물동량이 증가했다. 비결이 뭔가?

“물동량 유치를 위해 선주사는 물론 화주사까지 뛰어다니면서 맞춤형 포트 세일즈를 실시했다. 임직원들과 고민해 낸 아이디어 중 하나가 울산항 조선소에서 건조돼 선주사에 납품하는 컨테이너선을 1회용 수출선으로도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건조 뒤 선주사에 인도하기 위해 울산항을 떠나는 선박에 수출 물품을 담은 컨테이너를 실어 보내는 방식이다. 출항 전 컨테이너를 싣기 위해 임시 기항하는 선박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운영했는데, 의외로 성과가 좋았다. 지난해 해당 컨테이너 물량만 2만2000TEU 정도였으니, 울산항 전체 물동량의 6% 가까이를 차지한 셈이다. 지난해 전국 항만 물동량이 전년 대비 평균 2.0% 감소했다. 반면 울산항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1억9486만t의 물동량을 기록했다. 국내 4대 주요 항만 중 유일하게 물동량이 늘었다.”

올해 울산항 개항 60년을 맞아 ‘친환경 에너지 특화항만’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4대 경영 목표 중 2030년까지 신사업 매출 비중을 20%로 향상시키기로 했는데, 구체적 방안이 있는가?

“울산항의 1차 목표는 ‘LNG 선도 항만’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초로 오일·LNG 복합 터미널을 조성하는 ‘에너지 허브 1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터미널이 완공되면 울산항은 현재 수준에서 가장 현실적 친환경 에너지인 LNG를 취급하게 된다. 에너지 허브 1단계는 울산항만공사가 지은 하부 시설 위에 복합 터미널을 짓는, 사업비 1조6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총 6개 선석과 약 30만㎡ 부지에 86만㎘ 규모의 LNG 저장 시설과 46만㎘ 오일 저장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 7월 일부 탱크가 상업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항만의 필수 부대사업인 LNG 벙커링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1만DWT(재화중량톤수)급 LNG 전용 부두 건설을 마쳤다. 향후 민간과 합작법인회사를 설립해 항만 경쟁력에 필수적인 LNG 벙커링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2030년 신사업 매출 비중 20%로 향상시킬 것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8월 7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울산항에 LNG·메탄올·수소·풍력 등 4대 에너지 허브 구축이 완료되면 울산광역시가 글로벌 친환경 물류 시장을 선점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8월 7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울산항에 LNG·메탄올·수소·풍력 등 4대 에너지 허브 구축이 완료되면 울산광역시가 글로벌 친환경 물류 시장을 선점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LNG를 넘어 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이 늘고 있다.

“LNG와 메탄올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20~ 30% 줄여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브리지연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항은 LNG와 메탄올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최적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울산항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울산항에서 세계 최초로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인 그린 메탄올 1000t을 컨테이너선에 공급한 것이다. 지난 7월 16일 일이다. 울산항이 메탄올 벙커링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셈이다. 덴마크 ‘에이피 몰러 머스크그룹’이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21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었다. 머스크그룹이 국내 조선소에 건조 의뢰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9척 중 첫째로 건조된 선박이다. 해당 선박은 수에즈운하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등을 거쳐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2만1500㎞를 운항하는데, 기존 전통 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 이상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 친환경 에너지는 수소 아닌가?

“맞다. 울산항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무탄소 에너지 역시 수소다. 정부는 2021년 11월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2030년 한국으로 수입되는 수소가 약 200만t, 2050년에는 약 230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그린 수소 수입에 대비해 울산항을 수소 수입기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항에 수소 캐리어로 주목받고 있는 그린 암모니아 터미널을 구축하고 있다. 2021년 북신항에 5만DWT 규모 1선석을 착공했고, 현재 안벽을 조성하고 있다. 2030년부터 암모니아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울산항은 이미 연간 80만t의 암모니아를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된 블루 암모니아 5만t이 울산항 2부두로 수입된 적도 있다.”

수소를 수입하는데, 암모니아 터미널을 구축한다? 잘 이해되지 않는데.

“수소는 액화시키는 게 굉장히 어렵다. 액화되는 절대온도가 섭씨 영하 253도나 되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수소를 기체 상태 그대로 운송하는 건 부피가 커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선택하는 방법이 중간 단계 물질인 암모니아다. 쉽게 말해 수소에 질소를 더하면 암모니아가 되는데, 암모니아는 섭씨 영하 33도에서 액화된다. 그만큼 다루기가 쉽다. 수입한 암모니아를 터미널에 저장해뒀다가 공급할 때는 질소를 제거해 순수한 수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핵심 새 먹거리 수소·부유식 해상풍력 선점 총력

울산항의 핵심 신사업으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소 수입기지와 함께 울산항이 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신사업이다. 울산에서는 현재 5개 개발사가 연간 6기가와트(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러 추가 인허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선결사항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인접한 곳에 해상풍력발전기를 조립할 수 있는 조립부두를 조성하는 것이다. 부두에서 조립한 발전기 하부 구조물과 상부 구조물을 각각 바지선에 싣고 세운 채 발전단지까지 끌고 가는 개념이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1기당 하부 구조물이 6000~8000t이다. 상부 구조물은 2000t 정도 된다. 풍력기 1기당 무게만 최대 1만t, 높이는 280~300m다. 그만큼 대규모 조립부두가 필요하다. 울산항만공사는 온산국가산업단지 인근에 항만기본계획상 철재부두와 잡화부두로 용도 변경할 목재부두를 2028년까지 안벽 610m, 부지 약 17만㎡를 순차적으로 개발해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고정식 해상풍력발전사업도 이미 추진되고 있다. 차이가 뭔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는 고정식 발전기 대비 먼 바다에 설치할 수 있다.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곳은 육지에서 50㎞ 밖 해상이다. 그렇게 되면 바람의 질이 달라진다. 고정식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된 해역에서는 풍속이 초당 5m 이상 되기 어렵다. 먼 바다로 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초속을 8m 이상 유지할 확률이 70%쯤 된다. 그만큼 양질의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발전 용량으로 따져보면 현재 울산 앞바다에 연 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 허가가 완료된 상태다. 여기에 개발사들이 3GW 규모를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연 총 9GW의 전기가 울산 앞바다에서 생산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1GW는 1000메가와트(MW)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이 보통 1000MW급인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9기가 울산 인근에 들어서는 셈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겠다?

“일자리뿐만이 아니다. 9GW 기준 사업 투자 규모만 54조원 정도 된다. 투자 금액만 따져 봐도 엄청난 규모의 신산업이 형성되는 셈이다. 남은 임기 동안 울산항이 궁극적으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를 일본과 대만 등에 수출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