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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쏴' 조인성 만져보니 '젤리'였다…백세시대 이게 '건강연금'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중앙일보

입력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20) 근육의 두 얼굴 ‘좋은 근육 vs 나쁜 근육’

“박사님, 무엇이 좋은 근육이고, 어떤 것이 나쁜 근육인가요?”
요즘 환자나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주로 건강을 위해 운동 삼매경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근육은 백세 시대를 위한 ‘건강 연금’이다.
하지만 근육에도 두 얼굴이 있다.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있는 반면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어서다.

좋은 근육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면서 탄력이 좋은 이른바 ‘젤리’ 같은 것이다. 반면 나쁜 근육은 뭉쳐있거나 뻣뻣하고 딱딱하게 굳은 것으로 만져보면 우둘투둘한 것이 느껴지고 뻐끈함도 동반된다.

‘앉아 쏴’ 별명으로 유명했던 LG 트윈스의 포수 조인성이 몸을 풀고 있다. 좋은 근육은 젤리와 같다. 평소 좋은 근육 상태를 유지하면 재활기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중앙포토]

‘앉아 쏴’ 별명으로 유명했던 LG 트윈스의 포수 조인성이 몸을 풀고 있다. 좋은 근육은 젤리와 같다. 평소 좋은 근육 상태를 유지하면 재활기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중앙포토]

좋은 근육의 사례로 운동선수들이 꼽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1998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에 입단한 포수 조인성이다.
당시 방콕 아시안게임 야구드림팀에 선발된 그는 대회를 앞두고 쇄골이 골절되는 불운을 당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했는데 그렇게 되면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절박한 마음으로 재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내 진료실을 찾아왔다.
포수석에서 앉은 채로 2루로 송구를 뿌려 ‘앉아 쏴’라는 별명이 붙여진 그의 강한 어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어깨를 감싸는 근육이 탄탄하면서도 부드럽고 강했다. 부상 부위 등을 검사하면서 “어깨 근육이 좋아 잘하면 골절된 부위가 빨리 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한번 해보자”며 재활에 들어갔다.

운좋게도 4주 정도 지나 그는 회복돼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과의 대회 결승에서 콜드게임승을 확정한 뒤 투수 박찬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던 그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너무 기뻤다.
그 장면은 ‘좋은 근육이 한 선수의 운명을 멋지게 바꾸는구나’라는 행복한 기억으로 내 가슴에 저장됐다.

반면 나쁜 근육이 몸을 망가뜨리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강모씨는 대학시절부터 마라톤과 농구를 즐기는 30대 초반의 회사원이다.
정강이쪽에서 통증을 느꼈던 그는 처음엔 가벼운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운동할 때 통증이 느껴지다가 잠시 쉬면 괜찮아져 휴식과 운동을 반복했다.

어느 날 시작된 통증이 붓기까지 동반하더니 3주 이상 지속되는 등 정도가 심해져 내원했다. 검사를 해보니 정강이뼈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긴 피로골절(Stress fracture)이었다.

‘골절’은 강한 외부 충격에 의해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것을 말하지만
피로골절은 약한 충격이라도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골조직 마모로 인해 실금이 간 상태다.

강씨의 경우에는 정강이 하단의 3분의 1 지점에서 발견됐다. 이유는 뻣뻣하고 뭉친 종아리 근육 때문이었다.

근육이 피로하고 타이트해지면 근육에 붙어 있는 정강이 뼈의 끝과 끝을 잡아 당기게 되고, 뼈는 마치 활처럼 휘어지며 압박도 지속돼 피로골절로 이어진 것이다.
평소 뭉친 근육들을 수시로 풀어줘 유연하게 만들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었다.

사실 우리 몸의 근육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근육은 관절보호는 물론 혈액순환 촉진과 에너지를 저장하면서 많은 질병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근육도 근육 나름이다. 또한 단순히 근육량만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질 좋은 근육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근육은 꾸준한 운동에서 나온다. 격렬한 운동을 한 이후에는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걷기 등으로 근육을 풀어 주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좋은 근육은 꾸준한 운동에서 나온다. 격렬한 운동을 한 이후에는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걷기 등으로 근육을 풀어 주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좋은 근육은 꾸준한 운동에서 나온다. 보통 40세 이후부터 근육량이 1%씩 줄어들고 근육의 질도 나빠지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근육 관리의 3대 원칙은 유연성을 늘려주고, 굳은 근육은 풀어주고, 그리고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평소 근육을 눌러서 아프지 않은지, 운동 이후 통증은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운동 전후 가벼운 스트레칭이 필수다. 보통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을 잘 하지만 운동 이후에는 소홀히 하게 되는데 나쁜 근육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운동이 끝나면 맨손체조나 가벼운 걷기 등을 추천한다. 걷기의 경우 팔다리근육을 움직이는 전신 운동으로 근육을 푸는데 안성맞춤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으로는 아령이나 덤벨 들어올리기, 팔굽혀펴기, 벽에 기댄 채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미니스쿼트, 서서 한 다리들기(하지거상), 뒤꿈치 들기 운동 등이 좋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21편에 계속-

〈나영무 원장은…〉

-現 솔병원 원장
-現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現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분과위원장
-現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주치의
-前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1996년~2018년)
-前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前 김연아, 박세리, 윤성빈, 차준환 등 국가대표 선수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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