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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콩·녹두 섞어 만든 생면 ‘동굴 숙성’ 된장 버무려 호로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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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24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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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게 직접 만든 생면 파스타로 요리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다양한 밀가루와 콩류를 섞은 자가 제면으로 색다른 면 요리를 선보이는 ‘면서울’(사진1)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 ‘윤서울’의 김도윤 셰프가 코스 중 하나로 선보였던 면 요리가 크게 각광받자 면 요리만 판매하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오픈한 곳이다.

면서울에서 현재 사용하는 면은 프랑스·터키산 밀에 우리나라 사천에서 생산한 백강밀을 섞어서 만든다. 우리 밀은 20% 정도 사용하는데, 매년 밀 수확 철에 여러 지역의 밀을 받아 다양하게 배합해 본 후 배합 비율을 정한다. 김 셰프는 제면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달걀을 빼고, 대신 콩과 녹두를 넣는다. 그 외 첨가물은 배제하고 물도 최소로 사용한다. 덕분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밀가루면보다 면의 탄성이 더 느껴지고 밀·콩·녹두의 은은한 향도 우러난다. 김 셰프는 “우리나라 밀은 대게 봄에 수확해서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자연건조가 잘 안 돼서, 프랑스와 터키산 밀을 사용해 식감을 보완한다”고 했다.

하루 200인분 정도의 면을 만드는데 25㎏ 정도의 밀을 사용한다. 김 셰프는 바로 만든 면보다 하루 정도 숙성하면 나오는 안정적인 맛을 선호한다. 때문에 오늘 만든 면은 내일 판매한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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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양념이나 곁들이는 재료에 따라 4가지 면요리를 선보인다. 생 들기름과 들깨·표고절임을 같이 쓴 ‘생 들기름면’은 ‘윤서울’에 이어 ‘면서울’에서도 가장 인기다. 동굴 안에서 숙성한 된장을 버무려 섞고 고사리 고명을 올린 ‘고사리면’(사진2)도 많이 찾는 메뉴다. 물냉면과 비슷하게 차갑게 식힌 쇠고기 육수에 얇게 썬 아롱사태나 차돌을 곁들인 ‘찬면’, 2달 정도 숙성한 고추장 양념장을 사용한 비빔면도 있다. 각 1만4000원.

함께 나오는 열무김치와 백김치 모두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다. 국내 여러 농가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수확하자마자 바로 받아 김치를 담기 때문에 식감이 질기지 않다.

홍대 앞에 있던 ‘윤서울’도 ‘면서울’ 옆으로 이전했다. 이번 달 말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이곳만의 새로운 면요리를 또 선보일 예정이다. “면을 조금 더 두껍게 만들어서 한식과 이탈리아 요리의 경계선 어디쯤에 있는 면요리를 선보이고 싶다”는 게 김 셰프의 포부다.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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