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일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뉴욕 마라톤과 함께 치러진 아테네 마라톤의 기록은 형편없었다. 남자 1위가 2시간16분59초, 여자 1위는 2시간43분18초로 속도 경쟁이 치열한 현대 마라톤답지 못한 기록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코스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 코스는 2천5백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코스다. 기원전 490년 그리스의 한 병사가 페르시아의 침략군을 물리쳤다는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전장(戰場)인 마라톤 평야에서 아테네까지 내달렸던 바로 그 원조 코스다.
단조로운 풍경에 표고차가 2백50m에 달하며, 출발 이후 32㎞까지 줄기차게 오르막이 이어지고 이후 10㎞는 엄청난 스피드 경쟁을 해야 하는 내리막 코스로 돼 있다. 마라톤 코스를 달린 후 병사가 탈진해 사망했다는 역사처럼 최고(最古)의 코스이자 최난(最難)의 코스다.
남자 우승자인 제바다야 바요(탄자니아)는 "내 마라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였다"고 말했다.
1997년 아테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이 코스를 뛰어봤던 백승도 삼성전자 코치는 "나는 오르막 코스를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20㎞까지는 해볼 만했는데 그 이상은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백코치는 당시 2시간22분40초로 26위에 그쳤다.
내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이 코스가 마라톤 코스로 채택됐다. 내년 올림픽은 8월의 폭염 속에서 벌어진다. 마라톤 출발시간을 저녁시간으로 잡았지만 지중해를 낀 그리스는 일교차가 크지 않은 곳이다.
한국의 이봉주(삼성전자)는 올림픽을 1년 앞둔 지난 9월초 이 코스를 꼼꼼히 답사한 바 있다.
삼성전자 오인환 감독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아무리 코스가 어렵더라도 2시간12분에서 13분 사이의 기록은 돼야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봉주는 "이 코스에서 우승해야 진정한 마라톤 우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이봉주는 이 '죽음의 코스'에서 2시간12분대에 뛰는 것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