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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내공 구수한 청국장닭볶음탕, 큼직한 감자 입맛 돋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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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호 24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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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볶음탕은 닭도리탕, 닭감자탕, 닭감자조림으로도 불리는데 1900년대 들어 평양 등지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음식이다. 흔히 닭도리탕으로 불러왔는데 ‘도리’가 일본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금은 닭볶음탕으로 많이들 쓰고 있다. 닭볶음탕은 조림에 가까운 요리로 토막 낸 닭고기를 고추장·고춧가루·간장·파·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볶거나 물을 더해 졸여 만든다. 지금은 국물이 낙낙하고 매콤한 닭볶음탕이 대세로 감자·양파·당근 등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요리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닭볶음탕은 외식메뉴로도 인기인데 다양한 재료와 조리방법을 자랑하는 맛집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택가에 위치한 ‘우면동 소나무집(사진1)’은 필자가 오래 전 과천에 근무할 당시부터 다니던 곳이다. 1977년 개업해 한 자리에서 닭볶음탕(사진2) 메뉴로 45년 된 가게다. 예전에는 메기매운탕도 했지만 지금은 단일메뉴만 판다. 1대 사장님은 오래 전 청와대경호실에 근무했던 분으로 지금은 아들이 경영하고 있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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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원조닭볶음탕’과 ‘청국장닭볶음탕’이 있는데 대·중·소 각각 2~4인이 푸짐하게 먹을 만한 양으로 닭다리는 1인당 하나씩 나온다. 가격은 3만8000~6만8000원. 조리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리므로 예약이 필수다.

주문한 닭볶음탕은 주방에서 미리 조리한 것을 테이블 위 가스 불에 올려 먹는다. 마니커 닭을 비롯한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을 고집한다. 육수는 감자를 기본으로 한 채소육수로 오랜 시간 정성스레 우려내고 양파의 당으로 단맛을 낸다. 진득한 국물은 칼칼하지만 크게 맵지 않고 구수하며, 닭고기는 푹 삶아져 가슴살까지 모든 부위가 부드럽게 발라진다. 큼지막한 감자도 입맛을 돋운다. 따끈한 흰밥에 닭살과 국물을 비벼가며 먹으면 맛깔 나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국물에 우동·당면사리를 별도로 주문해 먹을 수도 있고, 추가해주는 김과 함께 볶음밥으로 먹어도 좋다.

청국장닭볶음탕에는 청국장이 더해지는데 끓일 때 청국장 고유의 냄새가 약간 나지만 먹을 때는 청국장 잘 못 먹는 사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특유의 구수한 맛으로 다가온다.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얇게 구운 바삭바삭한 식감의 감자전도 특별하다. 추가 시 5000원. 두부김치 등 맛깔스런 반찬도 제공된다. 가게가 90년대 가정집 같은 분위기이고 음식도 집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한 거리로 주말 가족나들이를 겸해 방문할만한 곳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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