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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부동산 위축에 위안화 약세 겹쳐 ‘D의 공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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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호 10면

디플레 먹구름 드리운 대륙

지난 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0.3%.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9일 발표한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하 전년 동기 대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CPI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2.1%, 3월 0.7%, 5월 0.2%로 이미 하락세가 뚜렷했다. 같은 날 NBS가 발표한 중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4.4%였다. 중국의 CPI와 PPI 상승률이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20년 11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인 관계로 PPI가 CPI 못잖게 중요한 지표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다른 주요국 CPI에 영향을 미친다.

팬데믹이 사실상 끝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는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전쟁 중이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다. 이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등 고강도의 통화 긴축 정책으로 올해 1월 6.4%, 3월 5.0%, 5월 4.0%를 기록했다. 진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안심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런데 중국은 때아닌 ‘D의 공포’, 즉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봉쇄 조치 등을 골자로 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난해 말 폐기하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는데도 지표는 역주행 중이다.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도 경제에 안 좋지만, 디플레이션 국면이 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므로 이 또한 안 좋다. 또 금리 인상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보다 나쁜 상황일 수 있다. 디플레이션 늪에 빠졌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최근 왜 이런 우려에 직면했을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배경으로 해석한다.

우선 내수 시장 소비 침체의 리스크로부터 눈을 돌린 중국 정부의 판단 미스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출보다 내수 시장의 성장에 중점을 둔 경제 정책을 펼쳤다. 급변한 글로벌 환경 속에 세계 1위 인구를 자랑하는 내수 시장을 앞세워 미국을 빠르게 추격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중국 정부는 재정의 대부분을 내수 시장의 소비 진작이 아닌 기업들을 위해 투입했다. 그러면서 산업계 세금 감면과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이어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의식,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유지가 급선무라고 본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 겹치면서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진 것이다. 반면 미국은 대규모 재정을 대(對)국민 재난지원금과 실업수당 지급에 투입해 소비 심리를 유지시킬 수 있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재정 여력이 부족해져 기업들 쪽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그러면서 내수 활성화에 힘쓰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중국 정부가 2021년 8월부터 추진한, 사회주의 노선의 ‘공동부유’ 정책도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높은 의존도 때문에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위축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0.7%에서 올해 1분기 -5.8%로 뚝 떨어졌다. 이는 중국 내 원자재 가격 하락과 PPI 상승률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나빠졌음에도 중국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규모 조치를 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런 조치 자체가 사회·경제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위안화 약세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인상을 자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증가율은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하락해 5월 0.1%에 불과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통화지수 대비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성태윤 교수는 “중국도 디플레이션을 원치 않지만, 미국 등 대외 변수는 (중국이) 원한다고 제어 가능한 게 아닌 만큼 당분간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과거 일본처럼 장기 침체 수순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 중이다. 다만 반론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가능성일 뿐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한 상황은 아니다”며 “중국의 소비 심리 악화는 사실이지만 다른 디플레이션 유발 요인인 통화 긴축이나 자산 거품 붕괴,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인한 제품 공급 증가와 생산 단가 하락은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중국 정부가 지난달 중국공산당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자동차·가전 등의 상품소비 진작을 통한 소비 심리 회복에 총력전을 펼치기로 정한 만큼 향후 내수 시장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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