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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스템과 연계 쉬운 챗GPT, 구글 검색 능가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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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호 15면

이준기의 빅데이터

이준기의 빅데이터

이준기의 빅데이터

“당신들의 프로젝트가 다른 웹 서버에 문제를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 때문에 입은 금전적 피해도 상당합니다.”(구글스토리 인용)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네트워크 담당 스티븐 핸슨이 나중에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에게 보낸 불평 e메일의 일부다. 당시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천재는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웹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으나 사이트를 찾아보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검색 방법을 고안해 낸다.

구글 초기 20억 가치, 20년 뒤 100만 배

래리 페이지

래리 페이지

페이지와 브린은 논문의 중요도는 결국 인용에 달려 있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사람들이 찾는 웹사이트도 결국은 다른 사이트에서 그 사이트에 얼마나 많이 연계돼 있는가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생각해 낸 것이다. 이는 연계의 연계사이트, 또 그 연계사이트의 연계를 연속적으로 계산하는 엄청난 컴퓨팅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자원이 부족했던 두 박사과정 학생은 자신의 기숙사에 여러 PC를 모아서 결합해 하나의 서버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들의 알고리즘은 너무나 많은 컴퓨팅을 요구해 당시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던 스탠퍼드대학의 총 인터넷 용량의 반 이상을 쓰고 있었고, 이것 때문에 캠퍼스 내 다른 컴퓨터 서버가 마비됐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학교의 네트워크 담당자는 불평 e메일을 보내는 등 여러 번 그들의 시스템 사용에 대해 경고를 날리지만 스탠퍼드대학은 그 이상의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결국 두 창업 멤버는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실험해 볼 수 있었으며 마침내 지금 우리가 아는 구글이라는 세계적 기업이 완성됐다.

현재 구글(알파벳)의 시장 가치는 1977조원에 이른다. 구글 하나를 팔면 삼성전자 같은 기업 5개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이 처음부터 성공을 달린 것은 아니다. 그들도 좋은 검색 알고리즘을 가졌지만 어떻게 그것으로 수익을 만들어 낼지는 몰랐다. 페이지와 브린은 결국 박사과정을 중도 포기하고 창업해 여러 군데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초기에 그들은 자신의 시스템을 라이선스 형식으로 다른 기업에 넘기려 했으나 이마저 그들이 제시한 160만 달러와 인수회사에서 제시한 75만 달러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 당시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인터넷의 미래와 발전에 대해 가장 많은 지식과 영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나 검색엔진을 단지 흥미로운 기술의 하나로 여기는 데 그쳤다. 포털의 개념이 더 인기 있는 아이디어로 생각되고 있었다.

여기서 구글의 역사를 살펴본 것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챗GPT가 결국 구글 같은, 아니면 구글을 능가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구글의 가치가 구글 창업자들이 초기 제시한 20억원에서 20년 후 100만 배의 가치가 됐듯이 또 한 번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 것인가?

샘 앨트만

샘 앨트만

먼저 구글과 챗GPT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생각해 보자. 흥미롭게 두 시스템 모두 스탠퍼드 컴퓨터학과에서 공부하던 천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또한 그들 모두 중도에서 학위를 포기한다. 구글의 창업자들은 박사과정을 포기했고, 챗GPT의 샘 앨트만은 대학 2학년에 중퇴하지만 말이다.

이 두 시스템의 또 다른 공통점은 초기에는 정확한 수익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색당 사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검색은 무료로 제공했다. 구글 수익의 대부분은 검색 후 나오는 광고에 의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챗GPT도 현재는 프리미엄모델로 한 달 사용료를 받고 있지만 이것 자체가 주요 수익 모델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구글이 여러 진통 끝에 결국 광고 모델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초기 챗GPT 모델들도 일단 기술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결국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두 시스템의 다른 공통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시스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구글에서는 1초당 9만9000개의 검색이 행해지고 있으며 한 달에 약 900억 건의 방문이 이루어진다. 챗GPT도 서비스 개시 불과 1개월 만에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했으며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되면 거의 구글 수준의 사용자가 만들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은 두 시스템 모두 서비스를 위해 엄청난 양의 컴퓨팅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구글의 실험 시스템이 스탠퍼드대학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챗GPT의 시스템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타입의 인공지능 칩을 필요로 한다. 현재 이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의 가치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이제 다른 점을 살펴보자. 구글에 비해 챗GPT의 투자는 순조로운 편이다. 구글의 창업자가 불과 20억원에 라이센스를 팔기 위해 고생했지만 챗GPT는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올해 13조원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에 대한 독점 배타적 사용 라이선스를 갖게 됐다.

세르게이 브린

세르게이 브린

두 시스템을 보면서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볼 부분의 하나는 ‘챗GPT도 구글처럼 독점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현재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약 92%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거의 독점적 위치에 있다. 이것은 구글의 기술과 알고리즘이 독보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챗GPT의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대용량 언어를 학습시키는 데 극히 어려운 기술이 적용되지만 현재 챗GPT 기술이 독보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관련된 주요 논문이 2017년 이미 발표됐고 챗GPT 기술은 많이 알려져 있다. 구글, 메타(페이스북), 테슬라 등의 거대 테크(tech)기업에서는 비슷한 성능의 시스템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말만 하면 여행 계획·예약 처리도 가능

현재 이들의 경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오픈시스템이다. 원래 인공지능의 연구 분야는 코드 등을 공개하는 오픈시스템이 관행이었고 챗GPT를 만든 OpenAI도 처음에는 이름이 그러하듯이 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개발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감으로써 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게 됐고 결국은 폐쇄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오픈시스템 쪽의 연구와 실험도 상당해서 최근에는 챗GPT와 거의 비슷한 성능의 시스템이 오픈으로 시장에서 소개되고 있고 몇몇 시스템은 사용자의 권한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최근 구글에서 유출됐다는 내부보고서에는 “우리는 해자(경쟁우위 요소)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면에서는 OpenAI 도 마찬가지다”라는 내용이 있어 파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구글과 챗GPT가 가장 다른 비즈니스 모델은 구글이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고립돼 사용되고 있는 데 반해 챗GPT는 다른 시스템과의 결합으로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곧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가 사용하는 오피스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에 챗GPT를 연결하는 코파일롯을 출시해 엑셀에 있는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 또는 그래프를 만드는 것 등의 일들이 챗GPT로 인해 더욱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 사이트인 엑스피디아는 챗GPT를 자신의 사이트에 연계해, 그저 말로 희망 장소, 시간을 얘기해 주기만 하면 여행 계획과 필요 예약을 해 주는 시스템을 최근 선보였다. 이러듯 쇼핑, 법률 정보 서비스, 교육, 상담 등 여러 방면에서 챗GPT과 연계된 서비스가 제공됨으로써 챗GPT의 사용 용도는 구글 검색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는 구글과는 달리 다양한 형식으로 사용되고 분야별, 산업별로 여러 가지 시스템이 보급될 것이다. 구글처럼 큰 규모의 단위 기업이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챗GPT가 생성해 내는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이고, 산업 측면에서도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분야별, 애플리케이션별로 다양한 챗GPT 모델이 보급되면 많은 기업이 향후 큰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과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국가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로 경영하라』 『오픈콜라보레이션』 『웹2.0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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