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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종학의 경영산책

잘생긴 CEO 1위 머스크…최고경영자 멋진 외모, 기업에 도움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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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TV를 보면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는 한류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못 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연기나 가창력뿐만 아니라 외모도 중요할 것이다. 현빈과 송중기, 송혜교나 이영애 같은 배우들, 그리고 차은우(아스트로)나 장원영(아이브) 같은 가수들도 지금의 인기를 얻는 데는 외모가 일부 역할을 했었을 것이다. 여러 드라마에서 성공한 젊은 CEO로 등장하는 배우들도 하나같이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잘생긴 사람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제외한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더 성공하기 쉬울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잘생긴 후보자는 면접 기회를 얻기 쉬우며, 면접에서 합격할 가능성도 높다. 취직하면 더 많은 보수도 제안받는다. 그래서 요즘 취업이 어렵자 젊은이들이 취업 면접을 대비해서 성형수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이를 미인 프리미엄(beauty premium)이라고 부른다. 외모가 첫인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필자같이 평범한 외모의 사람이 볼 때는 참 불공평한 세상이다.

면접·득표 등서 외모 덕 볼 수도
교류·정보 등에선 유리한 측면
종합적 성과에는 별 영향 없어
CEO에 대한 평가, 실적이 결정

판결마저 외모에 영향받는 현실

각종 조사에서 ‘잘생긴 CEO’로 자주 선정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아래 사진). 사실은 외모 자체보다는 그들의 성공 스토리, 능력, 자신감, 언행 등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중앙포토]

각종 조사에서 ‘잘생긴 CEO’로 자주 선정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아래 사진). 사실은 외모 자체보다는 그들의 성공 스토리, 능력, 자신감, 언행 등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중앙포토]

직장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잘생긴 학생은 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고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판사의 판결도 피고의 외모에 영향을 받으며 잘 생긴 정치인은 더 많은 유권자의 표를 받는다.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라디오로 토론 방송을 들은 사람 중 과반수는 닉슨이 케네디보다 토론을 더 잘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동일한 방송을 TV로 본 사람들은 그 반대로 판단했다. 즉 케네디의 멋진 외모를 TV를 통해 직접 본 사람들은 케네디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 결과 선거에서 케네디가 승리했다. 케네디의 승리에는 부인 재클린 여사의 미모도 크게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클린턴 대통령도 외모 덕을 크게 본 경우로 꼽힌다.

그렇다면 과연 가장 잘생긴 CEO는 누굴까? 미국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잘생긴 CEO(The Sexiest CEO Alive)로 뽑힌 사람은 1위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2위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3위 스릴리스트 미디어 그룹의 벤 레러 회장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들이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성공한 CEO인 것은 분명한데, 못생긴 사람은 아니지만 꽃미남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 CEO에 대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가장 잘생긴 CEO로 뽑혔을까? 사람들은 단지 외모뿐만 아니라 성공 스토리나 화려한 언변과 당당한 자세에 반해서 이들이 섹시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즉 설문조사 결과는 다른 많은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객관성이 낮다.

이해관계자 주목 더 받는 건 사실

각종 조사에서 ‘잘생긴 CEO’로 자주 선정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위 사진)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사실은 외모 자체보다는 그들의 성공 스토리, 능력, 자신감, 언행 등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중앙포토]

각종 조사에서 ‘잘생긴 CEO’로 자주 선정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위 사진)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사실은 외모 자체보다는 그들의 성공 스토리, 능력, 자신감, 언행 등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중앙포토]

그렇지만 기술 발달 때문에 외모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졌다. 얼굴의 대칭 정도, 구조, 턱의 모양, 턱부터 눈썹까지의 거리의 비율(golden ratio), 인중의 길이 등 다양한 측정치로 외모 점수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사진을 입력하면 점수를 계산해주는 웹도 있을 정도다. 학자들이 이런 기술을 사용해 CEO들의 외모 점수를 계산하고, 계산된 점수에 따라 잘생긴 CEO가 일도 더 잘하는지 연구해봤다.

그 결과 CEO의 외모가 회계적 수익률이나 주가 변화로 측정한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경영개선 정도, 혁신 정도, 사회적 책임 수행, 재무보고 품질 등 여러 측면에서도 결론은 동일했다. 즉 필자같이 평범한 외모의 사람도 일은 잘한다는 것이다. 외모는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감이 간접적으로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외모가 CEO의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는 것이다. 다만 잘생긴 CEO가 더 많은 이해관계자의 주목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외모는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교류나 정보 교환의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는 연구 발견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자주 만나는 자리에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배치한다면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영업, 홍보, 로비 등의 업무가 그 예다. 전문직인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도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더 많은 일감을 따올 정도다. 즉 외모가 도움되는 업무가 일부 있지만, 복잡·다양한 업무를 다뤄야 하는 CEO의 성과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성과 좋으면 잘 생겨 보인다?

그런데 외모는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일 뿐 우리가 노력한다고 크게 바꿀 수 없다. 물론 성형수술을 하거나 잘 꾸며서 일부를 바꿀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CEO는 더 멋있게 보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필자는 앞에서 잘생긴 CEO로 뽑힌 사람들이 실제로는 그렇게 뛰어난 외모를 가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들의 스토리, 인품, 능력, 자신감, 언행 등이 그들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을 잘생겼다고 고른 것이다. 즉 이들은 단지 외모 때문이 아니라 다른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가장 섹시하다고 뽑혔을 것이다. 그러니 성형수술을 받기보다는 훌륭한 인품과 당당한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외모는 첫인상을 형성하는 기준일 뿐, 결국 CEO에 대한 최종 평가는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즉 열심히 노력하여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것이 존경받는 CEO가 되는 최선의 방법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