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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 집값 비쌀 때 가입 유리…해지 땐 제약 따져봐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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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호 15면

당신의 연금 설계 〈끝〉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 주택연금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 주택연금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우리에게 주택은 무엇일까? 가계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 아끼고 저축한다. 집을 장만한 후에는 대출을 갚기 위해 또 허리띠를 졸라맨다. 안 내던 재산세, 심지어는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 한다. 일단 집을 사고 나면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다. 애들이 결혼해서 분가한 후에는 큰 집을 작은 집으로 줄인다. 양도세를 내고 남은 차액은 증여하거나 상속하기도 한다. 집으로 시작해서 집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과 관련하여 우리의 관심을 끄는 소식들이 있다. 하나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매년 작성·발표하는 국민대차대조표다. 집값 하락으로 인해 지난 해 가계 순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집을 담보로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대상이 올해 10월부터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된다고 한다.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주택연금에 가입해야 할까.

집값과 주택연금의 관계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집값이 하락하자 주택연금 해지가 줄어들고 가입은 늘어났다는 것이다. 우선 집값부터 확인해보자. 한국부동산원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계속 떨어져 7월 고점 대비 8.8% 하락했다.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는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15.5% 하락한 후 5월까지 반등했지만, 여전히 13.1% 떨어진 수준이다.

이제 주택연금 추이를 살펴보자.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집값이 오르던 2021년과 떨어지던 2022년 이후가 극단적으로 다른 양상이다. 상승기인 2021년에는 주택연금 해지가 5135건으로 사상 최대였던 반면, 하락기인 2022년에는 해지가 3430건으로 급감(-33.2%)했고, 신규 가입은 1만4580건(+34.9%)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에 비해 해지는 14.8% 감소했고, 가입은 17.1% 증가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집값과 주택연금 가입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가입 요건은 공시가격 9억원(10월부터 12억원) 이하의 자기 주택에 거주하는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으로 동일하지만, 집값이 높게 평가될수록 연금 수령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입이 가능한지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판단되지만, 얼마가 지급되는지는 한국부동산원, 국민은행 등의 인터넷 시세가 먼저 적용된다.

이는 주택연금의 구조를 통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소유자는 자기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13개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연금 방식으로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노후 생활자금을 대출받고, 주택금융공사는 금융기관이 지급한 대출과 이자의 지급을 보증한다. 공사는 사망 등으로 연금이 종료되는 시점에 집을 팔거나 상속인으로부터 상환 받아 원리금을 지급한다. 집값이 높을수록 공사의 위험은 줄어든다.

주택연금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가급적 연금 수령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시점, 다시 말하면 집값이 고점일 때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해지가 급감한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해지와 관련해서는 유의할 점이 있다. 해지할 경우 수령한 연금액과 보증료, 이에 대한 이자를 모두 상환해야 한다. 재가입할 경우 수령 연금액이 늘어날 수 있지만, 어떤 제약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주택이 동일할 경우 해지 후 3년이 지나야만 재가입할 수 있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닌데, 집값 상승률이 직전 가입시점 대비 공사의 연금모형상 주택가격 상승률 범위 이내여야 한다. 주택평가액을 초과한 총연금액, 보증료, 이자까지 전부 보증하는 공사로서는 사망 시점까지의 집값 상승률과 100세 이전 사망확률이 매우 중요한 변수인데, 집값 상승에 따른 반복적인 해지와 가입은 연금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해지 땐 보증료도 감안해야 한다. 보증료는 집값의 1.5%에 해당하는 초기보증료와 보증잔액의 연 0.75%에 해당하는 연보증료로 구성되는데, 최초 수령 후 3년이 지나 해지하면 초기보증료까지 모두 상환해야 한다. 집값이 10억원이면 1500만원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으로, 3년 경과 해지 후 재가입하는 경우 초기보증료를 또 다시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주택연금은 집값이 하락하기 전 가급적 비쌀 때 가입하는 게 좋다. 집값이 올라서 해지를 고민한다면, 3년 이전에 해지하는 것이 초기보증료를 아낄 수 있고, 동일주택으로는 집값이 꽤 오르면 3년간 재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떨어질 것 같으면 가입, 오르면 해지’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해지 후 꽤 오른 집을 매도하고 새로 산 집으로 재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기준도 완화되니 말이다. 새 집의 편익과 늘어난 연금수령액에서 중개수수료, 양도세 및 취득세, 인테리어 및 이사비용, 주택연금 재가입비용 등을 차감한 순편익이 크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어떻든 주택연금을 포함해 대한민국 가계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은 신중하게 관리돼야 한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장기신용은행,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한 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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