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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슈 인터뷰 | 노동개혁 정당성, 데이터로 입증한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중앙일보

입력

“강성노조는 한국 경제 걸림돌… 연공서열·근로시간·최저임금제 뜯어고쳐야”

■ “노사관계 좋아야 법인세 감면효과로 경제도 성장”
■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에 대한 사실상의 면죄부”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불법파업에 대한 면죄부나 다름없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저지는 물론 연공서열제, 근로시간제, 최저임금제 등 노동계를 둘러싼 쟁점 사안을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불법파업에 대한 면죄부나 다름없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저지는 물론 연공서열제, 근로시간제, 최저임금제 등 노동계를 둘러싼 쟁점 사안을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 구도가 격화하는 모양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동자·서민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며 정부와 집권 여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더불어민주당과 손잡고 ‘노동탄압 대책TF’를 구성했다. 정부의 공권력 남용과 노동 탄압에 공동 대응한다는 명분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노동계가 윤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정부의 개혁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간중앙이 만난 라정주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강성노조가 한국 경제에 걸림돌이 된 지 오래됐다”며 “불법파업에 대한 면죄부나 다름없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저지는 물론 연공서열제, 근로시간제, 최저임금제 등 노동계를 둘러싼 쟁점 사안을 싹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 전문 민간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법인세와 노조협상력’, ‘연공제가 청년실업률에 미치는 영향’, ‘노란봉투법 도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최저임금과 정규직 임금의 동행성’ 등 노동 관련 현안을 데이터로 분석한 보고서를 연이어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노동문제 등 경제 전반을 다룬 총 16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게재했는데, 이중 5편이 SSCI급 국제 학술지 게재 승인을 받았다. SSCI급 국제 학술지의 논문 게재 거절률이 9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성과다. 6월 28일 라정주 원장을 만났다.

“한국 노사관계협력지수, 세계 꼴찌 수준”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민주노총)의 집회 행태를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민주노총)의 집회 행태를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원초적으로 묻겠다. 노동개혁이 왜 필요한가?

“한국의 노동유연성이 세계적으로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행하는 ‘글로벌경 쟁력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노동유연성지수는 141개 국가 중 97위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2019년 기준 보고서가 가장 최신 자료다. 한국은 모든 지수를 통합한 전체 지수 기준으로는 13위다. 노동유연성이 한국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장 좋지 못한 항목이 노사관계협력지수다. 한국의 노사관계협력지수는 141개 국 중 130위다. 거의 꼴찌 수준이다. 그 원인은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에 있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할 수 있나?

“노사관계가 좋아야만 법인세 감면효과도 발생한다는 게 이미 사실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영국의 법정 법인세율은 2008년 기준 전년 대비 약 6.7% 감소했지만, 경제성장률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약 0.2% 감소했다. 반면, 2018년 기준 미국의 법정 법인세율은 전년 대비 약 40%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은 약 2.9% 증가했다. 법인세율을 똑같이 감면했는데도 그 결과가 왜 다르게 나타날까? 답은 노사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영국과 미국의 노사관계가 어떻게 달랐나?

“앞서 거론한 세계경제포럼 노사관계협력지수를 통해 확인해보자. 노사관계협력지수는 노사관계가 대립적인지 아니면 협력적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노사관계협력지수는 그 값이 낮을수록 노사관계가 대립적이고, 높을수록 협력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2008년 기준 영국의 노사관계협력지수는 전년 대비 약 3.2% 감소했다. 노사관계가 그만큼 악화했다는 얘기다. 반면, 2018년 기준 미국의 노사관계협력지수는 약 5.4% 증가했다. 영국과 반대로 미국의 노사관계는 호전된 상태였다. 노사관계가 악화한 영국에서는 법인세율 감면 조치에도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감소했지만, 노사관계가 호전된 미국에서는 법인세율 감면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 법인세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가 노사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다.”

노동자의 근속연수가 증가하면 연봉도 자연적으로 오르는 연공서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우리 연구원에서 지난 1월 ‘연공제가 청년실업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냈다. 분석 결과, 연공서열제로 인해 청년실업자가 연간 9000명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에는 한국을 포함한 OECD 27개 국가들의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연간 단위 자료를 활용했다. 국가별로 연공서열제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기 위해 사용한 지표는 근속연수 1년 미만 근로자 임금 대비 30년 이상 근로자 간 임금 격차다. 이 지표가 커질수록 연공서열제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은 649만원으로, 1년 미만 근로자 임금 209만원의 3.1배다. 일본이 2.4배, 덴마크는 1.5배, 스위스가 1.4배, 독일은 1.8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 임금은 아무런 왜곡이 없으면 개인의 노동생산성과 비례한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근속 연수 증가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을 인상시키는 연공서열제는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켜 자연스레 신규 채용을 억제한다. 신규 채용의 주요 대상자가 청년이기 때문에 연공서열제가 청년실업자를 증가시키게 되는 것이다.”

“연공서열 호봉제, 청년 취업 가로막아”

5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대로에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사진:장서윤 중앙일보 기자

5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대로에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사진:장서윤 중앙일보 기자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어떤가?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이후 직무등급별로 임금구간을 설정하고, 숙련도와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브로드밴딩’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도 2004년 신임금협약을 통해 직무 중심으로 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심지어 연공서열제 관행에 익숙했던 일본조차 연공제 대신 직무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해 공식 선언했다. 이런 흐름과 달리 한국 대부분 기업은 여전히 연공서열 임금체계 중심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56%가량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연공서열식 호봉제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반면,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핵심 쟁점 사안이다.

“현행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의 2·3조를 개정하자는 것으로, 총 11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를 종합해서 대안을 제시해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단체교섭과 노동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파업으로 회사 추산 약 8000억원의 막대한 피해를 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업체 노동자조합의 파업도 합법이 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에서 기업 간 거래(B2B)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2.7%다. 그만큼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하청관계로 엮여 있다. 만약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하청업체 간 파업 때문에 한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동으로 불법 행위를 한 사람 모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기여도에 따라 책임을 지우게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것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불법행위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귀책사유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해서 책임을 물리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개정안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 모두에게 전부 급부의무를 지우고 있는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시 매년 일자리 2만개 증발”

라정주 원장이 6월 28일 서울 중구 통일로 파이터치연구원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정주 원장이 6월 28일 서울 중구 통일로 파이터치연구원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증명한 연구 결과도 있나?

“당연하다. 우리 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카스의 1978년 모형을 바탕으로 ‘노란봉투법 도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노란봉투법을 도입할 경우 대기업 일자리가 연간 0.4%, 중소기업은 0.0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일자리 1만6000개, 중소기업 일자리 4000개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아울러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0.2%, 4조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면 기업의 영업 피해가 증가해 일자리가 줄고, 연관효과로 대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 일자리도 감소한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피해는 실질 GDP의 감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을 도입하면 총실질소비와 사회후생도 각각 연간 1.0%, 0.1% 감소하고, 불법파업확률은 연간 0.0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감소해 전체 근로자의 임금소득이 줄면 소비도 감소하고 경제 전체 구성원의 편익을 나타내는 사회후생도 감소한다.”

정부는 근로시간제도 개편도 계속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 유연제에 따르면 노사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 산정단위를 확대해 최대 주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그러나 ‘주 69시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반대 여론이 엄청났다. 그런데 이 부분도 데이터로 꼼꼼하게 따져 보면 쉽게 결론이 나온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에서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는 9.2%다. 노동자 대다수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는다. 그럼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9.2%는 어떤 경우일까? 대부분이 광업 또는 제조업 등 업무 특성상 주 60시간 이상 근무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이었다. 한마디로 예외적인 경우다. 한국의 산업은 1970년대와 다르게 매우 다변화해 있다. 일률적 잣대 하나로 통제할 수 없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근로시간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시대가 됐다. 국가에서 특정 법을 만들어 통제하려고 하면 다른 곳에서 역효과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탄력적으로 바꿔야

근로시간만큼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편이 낫다는 뜻인가?

“그렇다. 국가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해 근로시간을 통제하기보다는 노사합의에 맡기고 추가 근로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는 일하면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이미 정착됐다. 시장에 맡겨도 근로시간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었던 게 팩트다. 정부는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강제적으로 일을 시키는 사업체나 추가 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업장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매년 노사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통 6~7% 정도 인상하던 최저임금을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16.4%, 2019년 10.9% 급상승시켰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는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최저임금 인상분을 음식 등 서비스 가격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여러 업종에서도 최저임금을 받던 임시직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됐다. 약자를 보호하겠다던 최저임금제도가 오히려 약자를 나락으로 내모는 정책이 됐다.”

매년 반복되는 노측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사실은 노조 중심의 정규직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더라.

“당연하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이 정규직을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부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정작 최저임금과는 무관한 정규직의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간당 최저임금과 정규직 시간당 임금총액의 연도별 증가율을 살펴봤다. 2015년을 제외하고 거의 같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문재인 정부 5년 기간에는 두 지표의 싱크로율이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월 최저임금과 정규직·비정규직 월 임금총액 차이를 비교해보니 2019년 이후 증가 추이가 거의 같다는 것이 확인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조가 많이 분포된 정규직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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