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뿌리 없이 사는 식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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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뿌리가 퇴화해 흙이 필요하지 않은 식물군이 있다. 공중에 떠 살아간다는 의미로 영어권에서는 ‘에어 플랜트(Air plant)’로도 부른다. 다른 식물에 붙어서 영양분이나 물을 뺏어가는 형태의 기생식물도 있지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더부살이를 하는 종도 많다. 그중 요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틸란시아(Tillandsia sp)’라는 식물이 있다.

최근 이 식물이 실내식물로 사랑을 받고 있는데, 흙이 없어도 되니 선반 위에 올려두어도 되고 그릇에 담아 길러도 된다. 틸란시아는 뿌리가 없기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식물 형태가 마치 장미꽃처럼 360도를 돌면서 낱장이 차곡차곡 덧붙여져 있는데, 정확하게는 꽃과 잎이 아니라 몸 전체가 이런 모양이다. 에어 플랜트가 이런 모양인 까닭은 겹쳐진 사이사이 공간에 빗물을 담아두기 위해서다. 빗물을 자신의 몸 안에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쓰는 방식이다.

행복한 가드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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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물은 혼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곤충과 동물들, 예를 들면 개미·벌·나비나 작은 새들에게도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준다. 과학적으로는 에어 플랜트 식물들이 담고 있는 물로 인해 주변 땅의 온도가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서도 이 지구의 기후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는 이론이 있다. 모든 것이 상상할 수도 없는 복잡함으로 이 생태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 여름이 정말 심상치가 않다.

이 지구의 위기를 이겨낼 답이 어디에 있을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식물에도 그 답을 기대하게 되는 요즘이다. 틸란시아에게 물을 주는 요령은 샤워기를 틀고 전체 식물을 목욕시키듯 물을 적셔주면 된다. 집안마다 습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