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밤중 자다가 극한 상황 반응 체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3차 시험을 통과한 10명의 우주인 후보가 쇠구슬이 미끄럼 모양의 틀을 내려오면서 얻은 힘 등으로 로켓을 발사하는 '골드 버그 미션' 테스트에서 각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4일 경기도 일산 SBS 탄현 제작센터 운동장에 설치된 '스페이스 캠프'. 세 개의 흰색 돔 안에는 한국인 우주인 후보 10명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다섯 명씩으로 짜인 두 팀은 온갖 궁리를 내 쇠구슬로 로켓을 쏘기 위한 틀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사용하는 도구는 지름 1㎝ 크기의 쇠구슬.스프링.모터.플라스틱 기어.시소.미끄럼틀 등으로 이뤄졌다. 작업대 위에는 마치 레고 블록 조립 작품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이 테스트 이름은 '골드 버그 미션'.

쇠구슬은 미끄럼틀 모양의 여러 구조물 등을 옮겨다니며 가속도를 얻은 뒤 시소에 떨어지고 그 시소는 또 다른 부품을 건드린다. 이런 과정을 10여 단계 거친 뒤 마지막으로 방아쇠가 당겨지면 로켓이 발사된다. 이 과정에서는 사이다병 속의 탄산가스가 나와 구조물의 피스톤을 작동시키기도 한다.

우주인 후보 류정원씨는 "중력과 충격 등 20여 가지의 물리.화학적인 작용을 이용해 쇠구슬이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얻게 하는 게 핵심"이라며 "주어진 시간이 6시간이지만 시간이 짧아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들 10명은 23일 밤 입소했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2박3일 합숙을 하며 생체리듬 체크, 응급 상황 대처 능력, 창의력 등을 다시 한번 체크받고 있다.

이들이 테스트를 받고 있는 돔은 운동장에 세워졌을 뿐 실제 우주인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주인이 되겠다며 나선 3만6000명 중에서 10명으로 압축된 때문인지 이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화장실을 제외하고 10평 남짓한 곳에서 모든 생활을 한다. 후보 중에는 남자가 7명, 여성이 3명이지만 돔 안에서는 여자라 해서 봐주는 게 없다.

점심은 우주 식량으로 먹는다. 우주 식단은 북엇국.미역국.라면.양송이 수프.두유.초콜릿.건빵.육포 등으로 우리가 먹는 것과 비슷할 것 같지만 형태는 영 딴판이다. 모두 완전 건조된 채 봉지에 들어 있다. 여기에 80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다. 음식 염분은 일반 식사의 3분 1에 불과해 맛이 밋밋하다. 한 끼 원가는 1만원 선.

이들은 한밤중 자다가도 생체리듬 체크를 받는다. 심박동을 재고 필요에 따라서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 몸을 맡기기도 한다. 우주의 혹독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선 극한 환경 아래서 인체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25일 이들은 더 힘든 평가를 받는다. 영어 능력 평가는 수시로 이뤄지며, 무중력과 가장 비슷한 환경인 물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수중 실습, 우주환경을 어느 정도 견뎌내는지 평가하는 '회전의자 테스트' 등이 기다리고 있다. 회전의자의 경우 후보들이 한 명씩 차례로 의자에 올라앉을 때마다 의자는 1분에 60번을 돈 뒤 멈춘다. 의자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머리가 빙글빙글 돌게 된다. 그 즉시 평가위원들이 질문을 던져 극한 상황에서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이들 중 우주공간을 체험할 사람은 단 한 명. 12월 25일 최종 후보 두 명이 선발되고 두 사람 중 발사 시점에 몸 상태가 좋은 사람이 실제 우주선에 오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이현상 기자<bpark@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 앞으로의 일정=후보 10명 중 2명이 이번 합숙 테스트에서 탈락한다. 나머지 8명은 12월 3~9일 러시아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현지 테스트를 받는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12월 25일 최종 후보 두 명이 선발된다. 이 두 명은 내년 3월께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로 가 1년간 다양한 우주 적응 훈련을 받는다. 이 둘 중 한 명은 2008년 4월께 러시아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올라간다.

<크게 보기>

후보 10명 누구인가
최고령 36세 … 군인·학생·연구원 등 직업 다양

한국인 우주인 후보로 압축된 10명은 건강과 지적 능력, 비상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후보자로 등록한 3만6000명 중 각종 테스트를 거쳐 뽑힌 사람들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차 선발을 통과한 30명을 대상으로 정밀 신체 검사와 상황대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중 10명을 선발했다고 24일 밝혔다.

10명 중 최고령은 공군 소령인 이진영(36)씨며, KAIST 대학원생인 박지영씨가 23세로 가장 어렸다. 직업을 보면 고산씨의 경우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며, 장준성씨는 경기도 부천남부경찰서 경위로 재직하고 있는 등 직업도 다양하다. 김영민씨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초고전압 투과 전자현미경을 운용하는 연구원이다. 여성으로는 박지영씨 외에 이소연.최아정씨 등 3명이다. 기혼자는 2명에 불과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진행됐다.얼굴 전문가가 동원되는가 하면 역량 전문기관인 머서(MERCER)가 상황대처 능력을 평가했다. 우주적성 검사에는 러시아 의학 전문가와 국내 항공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선발사업단장은 "러시아 우주인 선발 관계자가 한국을 최근 방문해 평가 결과를 보고 '체력이나 건강상으로 모두 적합한 사람이 후보로 뽑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며 "모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어느 사람을 마지막 후보 2명으로 뽑아야할지 정말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외의 후보자는 다음과 같다.▶류정원▶윤석오▶이한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