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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와 함께 애도를 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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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지난 2주 동안 다음 글의 후보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오송 궁평 지하차도 참사, 실종 해병대원 사망 사고,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 사건들의 며칠 전에는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을 밝힌 국토부의 점검 결과 발표가 있었고, 이 사건은 광주 서구의 아파트가 붕괴된 사고를 연상시키며, 그 사고는 다시 2년 전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된 학동 참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여기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사고의 기억을 속절없이 떠올리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테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기억은 곧장 질문으로 이어진다. 막을 수는 없었는가. 무엇이 문제였는가. 그리고 늘 이런 질문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다. 설마하니 건물이 무너질까 싶어서, 설마하니 사람이 죽을까 싶어서, 이 정도 해도 버텨왔기 때문에, 이 정도 해도 괜찮았기 때문에 미뤄두었던 대비는 늘 후회로 돌아온다. 해병대원과 교사에게 필요했던 안전한 노동 환경, 지하차도와 아파트 건설 현장에 필요했던 철저한 관리 감독을 놓친 죄로 우리는 자꾸만 무너지는 가슴을 붙잡아야 한다.

삼풍백화점 참사의 유가족 손상철씨는 말한다. “살아 있는 자는 그 짐을 평생 지고 가는 거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짐의 무게는 똑같습니다. 제가 남기고 싶은 말은요, ‘내년이면 괜찮아질 거다, 몇십 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다’가 아닙니다. ‘몇십 년 후에는 더 힘들어질 거다.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입니다. 그러나 꼭 남기고 싶어요. ‘그러나’라는 단어를요. 또 아직 끝난 게 아니고 진행 중이라는 ‘ing’라는 단어를요.”(『1995년 서울, 삼풍』, 2016) 짐은 계속 무거워질 테고 우리는 그 짐을 제대로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럴 때에만 우리에게 ‘그러나’는 허락될 수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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