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코리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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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관광 나들이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말로만 듣던 외국의 풍물을 직접 보고 배우고 견문을 넓힌다는 것은 얼마나 그럴듯한 일인가. 그런데 이러한 급격한 해외관광 러시에 따른 「어글리코리언」의 인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사람에 대한 인상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니 가슴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사람에 대한 바람직하지 않은 인식,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빨리빨리」와 「몽땅몽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사람들은 기다리는 습성이 부족하다. 특히 식당에서 그렇다. 기다리지를 못한다. 버스나 택시를 탈 때도 그렇다. 줄서는 습성이 부족하다. 외국사람의 눈에 비친 「빨리빨리」는 어이가 없을 정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한국말을 모르는 태국 방콕 어느 식당종업원은 한국사람이 단체로 들어오니까 『빨리빨리 왔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없는 살림에 한국사람만큼 쇼핑 잘하는 사람들도 또한 없을 것이다. 정작 필요 없는 물건까지 무조건 「몽땅몽땅」사버리는 습성 때문에 외국가게들이야 수지맞겠지만 그건 확실히 좀 창피스런 일이다.
일본의 나가사키(장기)에 간 일이 있었다.
생판 지리도 모르고 일본말도 모르는 입장이어서 재일 동포 어느 분의 안내로 우리 일행은 편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나가사키가 자랑하는 「글로버 하우스」도 구경했다. 영국상인 글로버라는 사람이 나가사키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저택에서 살았기 때문에 글로버 하우스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 집은 실은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 『나비부인』의 모델이 되었던 집이다. 그래서 무척 감명 깊게 둘러보았고 설명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기억에 남는 얘기는 한국관광단에 대한 소감 한마디였다. 한국 관광객들은 후쿠오카(복강), 나가사키, 사세보(좌세보) 등 규슈(구주)지방에도 많이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른 것은 나중에 미루더라도 우선 꼭 고쳐야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반말」이라는 얘기였다.
관광버스 운전기사, 식당종업원, 가게점원, 관광안내원 등 누구에게든지 무조건 반말부터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발 그것부터 고쳤으면 한다는 것이 우리를 안내했던 그 부인의 얘기였다. 그러면서 일본사람들은 아무리 자신의 어린 자녀라 해도 존대말을 쓴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집안에서 교육한다는 것이다.
벌써 12월, 어느덧 올해도 마무리되는 것 같다. 우리생활에서 버려야 할 많은 것 중 우선 올해 안에 「빨리빨리」「몽땅몽땅」, 그리고 「반말」은 빨리 몽땅 버렸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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