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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담 걸리고 허리 아프고…'뜻밖 범인'은 에어컨이었다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중앙일보

입력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16) 더위 잡는 에어컨, 과하면 척추‧관절 건강엔 ‘독’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는 에어컨이다.
에어컨은 미국의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가 1902년 바다와 인접한 인쇄소의 습도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공기조절장치가 출발점이다.
에어컨의 대중화는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국가를 유지하는데도 크게 공헌했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가을이 완충작용을 해 주듯, 우리 몸도 순차적으로 온도에 적응해야 무리가 없다. 여름철 과한 에어컨 사용은 척추와 관절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앙포토]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가을이 완충작용을 해 주듯, 우리 몸도 순차적으로 온도에 적응해야 무리가 없다. 여름철 과한 에어컨 사용은 척추와 관절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앙포토]

여름철 생활필수품인 에어컨은 분명 고마운 존재이지만 때론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중요한 경기를 앞둔 운동 선수들이나 척추‧관절 환자 등이 그들이다.

1996년부터 22년간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를 하는 동안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원정경기는 그야말로 ‘에어컨과의 전쟁’이었다.
현지의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실내외 온도차가 극심해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보통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온도는 18~20도인데 바깥 기온은 38~45도를 오르내린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 가을이 완충작용을 해주는 것처럼 우리 몸도 순차적으로 온도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갑자기 여름에서 곧바로 겨울로 넘어가면 몸은 놀랄 수 밖에 없고 탈이 나게 된다.

일부 선수는 근육 긴장으로 등에 담이 걸려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감기나 냉방병에 걸려 고생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방의 에어컨 설정 온도를 25~26도에 맞추되 너무 더우면 잠시 가동해도 되지만 가능하다면 에어컨 스위치를 켜지 않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에어컨의 찬바람은 척추‧관절 환자들에게도 이롭지 않다.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게 되면 척추를 지지해주는 근육과 인대 등이 뻣뻣해지고 수축된다. 이럴 때는 작은 충격에도 근육과 인대가 손상돼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사무실에서 장시간 앉아 근무하는 사람은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은데 에어컨까지 가세할 경우 혈관 수축으로 인해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 이는 디스크의 탄력을 떨어뜨리는 등 허리 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관절 역시 에어컨의 찬바람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관절 주변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뻣뻣하게 만들면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찬바람이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을 굳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무릎 관절염 환자의 경우 찬바람이 직접 닿으면 주변혈관이 수축되고, 무릎 내의 압력도 높아져 통증과 함께 염증과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에어컨으로부터 근골격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예방적 자세가 중요하다.

여름철 실내온도는 25~28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
가정에서는 개인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중앙 냉방으로 가동되는 사무실 등에서는 여의치 않다.

여름철에 왠 손난로냐고? 냉방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려면 체온 유지를 해주어야 한다. 한기가 느껴지거나 통증이 있는 부위에 준비한 손난로를 대주면 혈관 확장에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여름철에 왠 손난로냐고? 냉방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려면 체온 유지를 해주어야 한다. 한기가 느껴지거나 통증이 있는 부위에 준비한 손난로를 대주면 혈관 확장에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찬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가벼운 긴팔 겉옷이나 스카프, 얇은 담요 등을 챙겨 체온유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겨울철에 쓰는 손난로도 유용하다. 한기가 느껴지거나 통증이 있는 부위에 잠깐씩 대주면 혈관 확장에 도움이 된다.

이와함께 열대야로 인해 밤새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놓기 보다는 취침 예약 모드를 설정해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퇴근 후에는 과도하게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이 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만일 뻣뻣하게 굳어있는 관절 등을 그대로 둔다면 더 큰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뼈, 관절, 근육, 인대 등이 골고루 이완될 수 있도록 국민체조(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해준다. 스트레칭은 서서히 아프지 않게 하되, 근육은 마사지로 부드럽게 풀어준 뒤 동작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벼운 운동은 근육과 관절에 쌓인 피로감 개선은 물론 근력을 유지하고 혈액 순환 촉진에 도움을 준다. 이는 에어컨 찬바람으로 지쳤던 내 몸에 주는 따스한 선물이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17편에 계속-

〈나영무 원장은…〉  

-現 솔병원 원장
-現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現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분과위원장
-現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주치의
-前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1996년~2018년)
-前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前 김연아, 박세리, 윤성빈, 차준환 등 국가대표 선수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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