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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쟁력 대전·광주 3, 4위 지켜…전국적 ‘서고동저’ 현상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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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지자체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지표는 한둘이 아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상호 박사)의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대표적이다.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군에 속한다. 마스다 히로야 일본우정사장(전 건설상)의 ‘소멸 가능성 도시’ 분석 틀을 원용한 것으로 큰 반향을 불렀다.

행정안전부가 별도의 8개 지표로 2021년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하고 연 1조원씩 10년간 지원하는 데는 지방소멸의 지표화를 빼놓기 어렵다. 일본에 지방소멸의 충격파를 던진 마스다 리포트가 지방창생 정책의 쏘시개가 된 점을 연상시킨다. 지방 소멸지수는 진화 중이다. 연구개발비와 일자리 등에 중점을 둔 지수도 등장했다. 지방소멸의 과학적 진단은 족집게 회생 처방전의 밑바탕이다.

서울이 압도적 1위, 경기 2위
하위는 강원·경북·경남 순
지방소멸 완화, 균형발전 절실
하위지역 자원 배분 전략 짜야

효율성·혁신 등 45개 지표 분석

소멸 병에 걸린 지자체가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엿볼 수 있는 지표도 나왔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배지현 과장과 조사국 배한이 과장이 공동으로 낸 지역경쟁력지수(RCI)가 그것이다. RCI는 유럽연합(EU)의 분석 틀을 활용해 17개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시군구)의 경쟁력을 평가한다. 분석 대상 세부 지표는 방대하다. 기본 역량 19개, 효율성 역량 13개, 혁신 역량 13개에 이른다. 여기에 도시 발전 정도에 따라 역량별 가중치를 달리해 지수를 산출한다. 지난 5월 처음으로 공표한 2018~20년의 3년치 분석 결과는 흥미로운 점이 적잖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2020년 광역단체 RCI(평균 39.4점) 순위부터 보자. 상위 5위를 보면 서울이 71.7로 압도적 1위이고, 다음은 경기(50.3), 대전(50.0), 광주(42.3), 울산(42.0) 순이다. 하위 5위는 강원(24.6), 경북(30.3), 경남(31.3), 충남(31.8), 제주(33.9) 순으로 조사됐다. 〈그래픽 참조〉

인천은 8위(37.9)로 중간이지만, RCI도 수도권이 강세라는 점이 입증됐다. 여기에 청년 인구 유입, 4차 산업혁명 환경, 각 분야 인프라까지 더하면 수도권 패권은 강고하다. 올 6월 말 현재 수도권은 전체 상장기업의 73%(1903사)와 시가 총액의 82%를 차지한다. 인구는 2020년 이래 절반을 넘어섰다.

전북 15→6위, 경남 8→15위로

2018년과 2020년 RCI를 비교해보면 서울·경기·대전·광주의 상위 4위는 그대로였다. 순위 변동이 큰 단체는 전북과 경남이었다. 전북은 2018년 15위(33.0)에서 6위(40.4)로 올라선 반면 경남은 같은 기간 8위(37.5)에서 15위(31.3)로 미끄러졌다. 전북의 상승은 보건·고용률·실업률 개선과 웹사이트 보유 사업체 증가 등이 견인했다. 경남은 기본·효율성·혁신의 3대 역량 모두에서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인천은 5위에서 8위로, 부산은 7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강원·경북·충남은 2018~20년 3년 모두 하위 4개 지역에 포함됐다. 충남은 2020년 기준 1인당 지역총생산이 광역단체 중 2위, 1인당 개인소득이 8위지만 RCI가 14위에 그친 데는 의원·종합병원 접근성과 자살률 지표, 교육 부문의 저조 등 때문으로 풀이됐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시군구 RCI는 전체적으로 서고동저(西高東低) 흐름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서울·대전·광주의 모든 시군구 RCI는 전국 평균을 웃돈 반면, 부산·강원·충남·경북의 모든 시군구는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그래픽 참조〉

역내 시군구별 RCI 편차는 특별시·광역시에선 인천이,  도 단위에선 경기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발전 정도를 보면 16개 시는 높고, 9개 시는 중간쯤이고, 6개 시·군은 낮다. 경기도 내 시·군의 상대적으로 큰 RCI 편차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구상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이번 조사 보고서는 시군구 RCI의 경우 대구경북만 공개했다. 전반적으로 대구시 기초단체는 경북보다 지수가 높았지만, 전국과 견줘보면 낮은 수준이었다. 1~4위인 대구 달서구·북구·수성구·달성군이 229개 시군구(세종시, 제주·서귀포시 포함) 가운데 84~117위로 조사됐다.

매력도시가 일류국가 조건

한국은행 지역경제조사팀 배한이 과장에게 관련 내용을 더 물어보았다.

RCI 조사의 의의와 시사점은.
“옛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균형발전지표, 지역발전지수, 지역혁신지수 등은 대부분 광역단체 단위로만 공표되거나 속보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전국 단위 ‘국민 삶의 질 지표’는 개별 지표로만 공표된다. RCI는 한눈에 지역간 경쟁력을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방소멸 완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는 RCI 상위 지역보다 중·하위 지역에 대한 자원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대전과 광주의 RCI가 다른 광역시보다 높은 배경은.
“2020년 대전의 지역경쟁력은 기본 역량 64.3점(2위), 혁신 역량 59.0점(2위), 효율성 역량 38.8점(6위)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혁신 역량이 높은 점이 작용했다. 광주는 혁신 40.8점(4위), 효율성 38.9점(5위), 기본 52.9점(8위)으로 혁신·효율성 역량이 상대적으로 앞섰다.”
2020년 시군구 상위 1위와 하위 1위는 어디인가.
“시군구는 대구경북에만 초점을 맞춰 공개하기로 한 만큼 구체적인 단체는 밝히기 어렵다. 상위 1위가 속한 광역단체는 서울이고, 하위 1위는 강원이다.”

지역은 개개인이 두 발을 딛고 있는 삶의 터전이자, 행정 서비스의 일선이다. 지역경쟁력이 올라가면 매력 도시, 행복 도시도 성큼 다가온다.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들 없이 일류 국가는 없다. 지역경쟁력지수의 좌표축이 상위권에 고르게 분포할 때 지방시대는 개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