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좋은 친구 사귀어라" 충고 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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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문제아 부모들의 주장,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우리 애가 어쩌다가 못된 친구를 사귀어서…." 그럼 그 못된 친구는 어디서 생겨난 걸까. 또 그 아이를 탈선하게 만든 더 못된 친구는?

"좋은 친구 사귀어라!" 무작정 세뇌만 하기 전에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인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자.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구체적으로 대답하려니 막막하다고들 한다. 마이클 델라니의 '새집머리 아모스'(시공주니어)에게 조언을 구해보면 어떨까.

아모스는 풍채 당당한 하마다. 거대하고 근사한 하마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밤낮 없이 괴롭히는 진드기와 벌레들. 아모스는 벌레 잡아줄 새를 고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아모스의 광고를 보고 찾아온 쿰바. 진드기 잡는 새라는 이유만으로 아모스의 합격점을 받고 둘은 공생 관계를 시작한다.

유머감각이라곤 빵점인 쿰바는 농담도 은유도 비유도 상징도 통하지 않는 먹통이다. 네 집처럼 생각하고 편히 지내라는 아모스의 말 한 마디에 쿰바는 머리 위에 새집을 짓고 알까지 낳는다. 졸지에 머리 위에 새둥지를 얹고 돌아다니게 된 아모스는 늪지의 놀림감이 된다. 마음 약한 아모스는 결국 새끼 새 아메바의 보모 노릇까지 한다. 공생인지 천적인지 모호해진 쿰바 모녀와의 관계 속에서, 아모스는 우정이란 끝없이 참아주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아모스의 유아적인 우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면 뉴베리상 수상작가 캐더린 패터슨의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대교출판)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시와 레슬리가 만든 "다른 사람들한테는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키가 더 커지고 힘도 더 세어지며 더 슬기로워진 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테라비시아 숲 속에서 아이들은 백과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좋은 친구 고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 있다. 좋은 친구를 얻는 지름길은 결국 먼저 좋은 친구가 돼주는 것임을. 처음부터 좋은 친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참아주고 품어준 만큼 좋은 친구로 함께 자라가는 것임을.

대상 연령은 하루는 아모스 같고 또 하루는 쿰바 같은 10세 이상의 어린이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테라비시아 숲 너머로 어릴 때 단짝 친구를 잃어버린 쓸쓸한 어른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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