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받는 검찰상 확립하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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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검찰총장에 거는 우리의 기대
검찰이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6일 새 총수로 취임하는 정구영 총장은 역대 어느 총장보다 절실한 과제를 안고 2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것은 검찰이 지금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역이라는 국가공권력의 기능으로 국민의 신뢰를 확고히 획득하고 있느냐는 자문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범죄를 추적하고 소추하는 최고권한을 갖는 검찰권 행사가 조금이라도 국민으로부터 불신당하고 의혹을 산다면 검찰기능은 설자리를 잃게 되고,검찰권이 바로 서지 못하면 법정의는 물론 국가사회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최근 검찰이 내보인 불미스런 사태와 앞으로 2년 동안의 시국의 중대성에 비추어 새 검찰총장에 세 가지만은 꼭 실현해달라고 주문해두고자 한다. 추상같은 기강의 확립과 정치적 중립을 바탕으로 한 검찰권 독립,그리고 이를 통한 검찰력의 강화가 그것이다.
우리는 정 총장이 박종철사건 때 서울지검장이었고 대통령비서관 자리에서 총장으로 발탁됐다는 점 때문에 일부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긍이 가는 선택이었다는 대부분의 평가에 새로운 검찰상 정립으로 보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첫째,기강확립의 과제는 오늘 검찰이 처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해주기 바란다. 검사가 어떻게 조직폭력배와 술판을 벌이고,폭력배의 범행수사를 스스로 축소할 수 있느냐에 많은 국민은 의혹을 갖고 있다. 많은 검사 중에 한두 사람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그같은 일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임을 심각히 반성하는 것 같지 않은 사후대처에 있다. 검찰은 경찰을 지휘하면서 스스로 범죄를 수사하고 소추하는 유일한 국가권력의 담당자다. 사회로부터 범죄를 추방하고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수사와 소추에서의 엄정성은 막강한 권한 때문에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스스로 내부의 일에 엄격하지 못하거나 자신에만 관대하다는 의혹을 살 때 검찰권의 행사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기대한다.
둘째,우리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어떤 다른 권력으로부터의 외풍도 받지 않는 독립된 상태에서 기능하기를 바란다. 더구나 정 총장의 2년임기중에는 선거라는 정치행사가 잇따라 있게 된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권의 독립적 행사는 더 한층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전임 김기춘 총장과는 달리 정 총장은 청와대를 거쳤다는 경력 때문에 이 문제는 배나무 밑에서 갓끈도 고쳐 매지 않는다는 각오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신임 총장은 위의 두 가지 과제와의 씨름에서 이겨내는 것은 물론,이를 통해 검찰 본래의 기능인 범죄추방에 한치의 허술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범죄와 무질서에 검찰력을 총집중해서 대응하고 이를 제압하는 검찰상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치안일선은 경찰이 맡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한 그 책임 또한 검찰의 영역이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신임 총장에게 내부기강확립과 검찰권 독립성 확보를 통해 결연한 자세로 범죄소탕에 임하는 새로운 검찰상 정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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