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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되새겨야 할 1세대 기업가들의 창업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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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대율 경상국립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정대율 경상국립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기업가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새롭게 변화시키는 산업혁명을 주도해왔다.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생 기업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자유경제의 본질이다. 혁신적인 신생 기업은 일과 생활 방식을 바꾸는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 선진국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기업가정신은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한민국 기업은 건국 이후 자유 자본주의를 도입해 급속한 성장이 가능했고, 국가 경제성장을 주도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구인회 회장이 1947년 창업한 락희화학(현 LG화학)은 LG그룹과 GS그룹의 모태이자 국내 화학공업을 주도해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1958년 설립한 금성사(현 LG전자)는 국내 전자산업의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이 1951년 설립한 삼성물산은 오늘날 삼성그룹 성장의 모태이자 성장동력이 됐고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포스코(옛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등도 한국 경제를 반석에 올려놓은 대표적 1세대 창업주들이다. 이들이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했기에 지금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기업인들의 횡포와 갑질, 정경유착, 세금포탈 등 어두운 과거도 있었다. 이로 인해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고착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거 대부분의 정부에서는 반기업적 정서에 대한 개선 노력이 부족했으며, 포퓰리즘에 편승해 청년창업을 내세웠으나 실질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는 정부와 국민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이 낮은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창업보다 안전한 직장을 선호하는 사회가 됐다.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고, 창업을 자극해야 미래가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려면 기업 경영진과 종업원 모두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함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많은 성공 기회가 있는데도 기회를 인식하지 못해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창업 실무 역량을 갖춰야 한다. 창업은 어렵고 힘든 길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창업(Start-up)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준비가 중요하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기업가정신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지난 8일 각계 인사가 참여해 ‘K기업가정신재단’을 출범했다.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인 경남 진주시는 기업가정신 수도 선포 5주년을 맞아 9~11일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한국경영학회와 공동으로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을 열었다.

삼성 이병철 회장, LG 구인회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넥센 강병중 회장,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 등 무수히 많은 기업의 창업주들이 진주를 중심으로 서부 경남지역에서 배출된 사실이 각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 기업을 일군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은 조선 중기 유학자 남명 조식(曺植·1501~1572) 선생의 경의(敬義) 사상과 연결 짓는 연구가 활발하다. 경상국립대·한국경영학회·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세계중소기업협의회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해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 LG 구인회 회장의 인화 경영, 효성 조홍제 회장의 국리민복(國利民福) 등 남명 사상에 기반을 둔 K기업가정신이야말로 시대를 앞선 경영철학이자 기업가정신이다. 이들 1세대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은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 경영시대에 가치가 빛나고 있다.

이런 인간 중심의 기업가정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앞으로도 근본적 가치에 변함이 없을 것이다. K기업가정신을 체계적으로 잘 정립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은 국가 경제와 국민 행복뿐 아니라 인류의 공동 번영에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대율 경상국립대 경영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