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선천성 질환 치료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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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임신부의 탯줄을 통해 태아에 직접 수혈함으로써 선천성 질환을 막을 수 있는 치료 술이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김승욱교수 팀에 의해 처음 성공 (중앙일보 11월23일자 14면 보도)한 이래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팀에 의해서도 잇따라 성공, 보편화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송찬호·박용원 교수 팀은 지난 9월26일 임신 28주된 정모씨(31·인천시 북구 십정동)의 태아를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한 결과 저단백혈증에 의한 비 면역성 태아 수종임을 밝혀냈다.
이들 교수팀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임신 30주 째인 10월12일과 31주 째인 10월18일 각각 탯줄을 통해 알부민을 주사했으며 임신 36주되는 지난 11월22일 제왕절개술에 의해 3.5kg의 건강한 여아를 분만시켰다고 밝혔다.
태아의 수종은 면역성과 비 면역성의 두 가지가 있는데 면역성은 모체의 혈액형이 Rh마이너스형일 때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 면역성의 원인은 ▲염색체 이상 ▲태아 심장혈관계 이상 ▲감염 등을 들 수 있으며 30∼60%는 아직 자세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저단백혈증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이 비 면역성 태아 수종의 발병률은 2천5백∼3천5백 명 당 1명으로 그리 흔치도, 적지도 않은 질환이다.
태아의 탯줄을 통한 직접 수혈은 미리 탯줄에서 혈액을 채취해 ▲염색체 검사 ▲바이러스 검사 ▲혈장 단백 검사 등 정밀검사를 한 결과 실시된 것이다. 따라서 종래는 태아의 선천성 질환에 대해서는 전혀 손쓰지 못했었으나 이처럼 태아의 직접 수혈이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태아의 용혈성 빈혈·뇌성마비·태아 감염 등에 따른 거의 모든 선천성 질환을 발병 전에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송 교수는 "앞으로 이를 통해 신속한 태아 염색체의 핵형 분석뿐만 아니라 혈색소 질환·대사성 질환의 진단은 물론 치료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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