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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네가 그래서 안돼" 소주병 폭행 의대교수 2차가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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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 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소주병 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전북대병원 인권경영팀 "조사 착수" 

전공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북대병원 교수가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마주친 제자에게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등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병원 측이 조사에 나섰다.

7일 전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이 병원 전공의에서 전임의(전문의)가 된 A씨는 지난달 28일 “B 교수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며 인권경영팀에 조사를 요구했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달 20일 오전 8시쯤 병원 내 한 중환자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B 교수가 ‘야, ○○○(A씨 이름) 왜 인사 안 하냐’고 쏘아붙였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사건 가해자-피해자 관계이나 과목 특성상 병원 내 동선 분리가 어렵다고 한다. A씨는 “(갑자기 만나) 당황스러웠는데, 강압적으로 말해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이후 둘은 ‘인사 문제’를 두고 3분가량 승강이를 벌였다. A씨가 “왜 교수님에게 인사해야 하느냐”고 반문하자 B 교수는 즉시 “내가 왜 인사 받으면 안 되는 거냐”고 맞받아쳤다. 이후 B 교수는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등 폭언 뒤 자리를 떴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유희철 전북대병원장이 지난해 10월 12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전남대·전북대·제주대 및 각 대학병원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희철 전북대병원장이 지난해 10월 12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전남대·전북대·제주대 및 각 대학병원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행 교수, 6개월 만에 복귀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건 B 교수가 지난해 9월 29일 부서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A씨 머리를 소주병으로 때리면서다. 사건이 불거지자 B 교수는 지난해 10월 직무 정지 6개월에 병원 진료를 금지하는 겸직 해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의료 공백을 우려한 전북대병원은 지난 4월 19일 전문의위원회를 열고 B 교수 복직을 허용했다. “B 교수가 담당하는 과 특성상 대체할 전문의를 새로 구하기 어려운 데다 당사자도 6개월간 충분히 반성했다”면서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북대병원 측에 B 교수 복귀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A씨는 복직 허용 일주일 만인 4월 26일 “후배 의사들이 또 피해를 볼 것”이라며 B 교수를 전주 덕진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달 1일 “피의자가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며 B 교수를 검찰에 송치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달 22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B 교수 사건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전주지검 청사 전경. [연합뉴스]

전주지검 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로 인사하며 살자’고 했을 뿐…” 반박

앞서 B 교수는 지난 4월 병원 내부 게시판에 “사건을 인지한 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만나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마음까지 녹이지는 못했다”며 “술에 취한 것이 절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변명할 생각도 없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미력하게나마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돕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오고자 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A씨는 “사건 이후 단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다”며 “고소한 후 ‘합의하자’고 얘기하거나 서면을 보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 교수는 “‘서로 인사하면서 살자’고 얘기했을 뿐 폭언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건 이튿날 A씨 부부와 1시간가량 만나 사과했다”며 “피해자를 만나는 건 ‘2차 가해’라고 해서 만나지 못했던 것이고, 고소 이후엔 ‘○○○ 선생님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도 보냈다”고 했다.

유희철 전북대병원장은 “최근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조사 착수 안건을) 결재했다”며 “양측 주장을 들어본 다음 조사 보고서가 나오면 절차대로 조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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