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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국악-서양 춤 접목에 관심 커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다섯 자매 모두가 국악에 매달리는 집안의 막내딸 변종혁씨(29)가 7일 오후 7시 국악당 소극장에서 해금연주회를 갖는다.
"하나같이 국악에 푹 빠진 언니들 때문에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땐 언니들이 왠지 못마땅했어요. 제 손이 조그마한데다 자매끼리 국악합주를 하려면 해금이 더 낫겠다고 해서 국악고등학교에서는 전공악기를 해금으로 바꿨는데 여전히 시큰둥했지요. 대학생이 돼서야 「우리소리」의 참 맛을 알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해금은 찰현 악기이면서도 음악 내용적으로는 관악편제에 드는 까닭에 관악기의 음악성까지 나타내야 하는 부담도 있어 독주악기의 특성을 살리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있는 악기.
변씨의 첫째 언니 금자씨(46)가 어릴 적부터 한국 고전무용을 배우다 가야금의 선율에 심취한 것을 계기로 둘째 영숙씨(42)도 가야금, 셋째 진심씨(37)는 정가(가곡과 시조), 넷째 성금씨(34·전주우석대 교수)는 거문고와 각각 인연을 맺은 국악 가족이 되었다. 특히 둘째 영숙씨는 대학에서 가야금을 전공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다 마흔 살이 넘어서 서울예전 국악과에 입학한 열성파. 그 때문인지 그의 국민학교 4학년짜리 쌍둥이 딸도 이미 사물놀이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있다. "셋째 언니는 음대 성악과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했으면서도 역시 우리음악이 최고라며 여창가곡 인간문화재 김월하 선생님을 찾아가 새로 공부한 것을 보면 우리 다섯 자매는 국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타고난 모양" 이라고 변씨는 말한다.
원래 국악을 즐기는 변씨의 부모는 딸들이 연주무대에 설 때마다 객석 맨 앞줄에 앉아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터뜨리며 격려해준다.
서울대 국악과와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85년 이후 국립국악원 연주단원으로 활동중인 변씨는 「해금 운궁법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는 등 좀더 아름다운 해금소리를 만들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립발레단 공연 때는 이 발레단 중견단원인 남편 박희태씨(33)의 안무 작 "옥-소리, 빛, 그리고 어우러짐" 공연에서 해금 반주를 직접 맡아 호평 받는 등 매우 서양적인 춤과 전통적인 국악을 접목시키는 데도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번 첫 개인발표회에서 "경풍년" "산조" (지영희 유) 및 이성천 작곡의 "독주곡 35번"을 연주할 변씨는 "내년부터는 다섯 자매의 합동연주 무대도 마련할 생각"이라며 기대가 크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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