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음에 민감해진 미술관, 도슨트 줄이고 스마트폰 앱·오디오 가이드 활용…이어폰 끼고 해설 들으며 조용히 그림 관람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46호 10면

소음과의 전쟁,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장이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다. 문소영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장이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다. 문소영 기자

개막 두 달 만에 누적 관람객 20만명을 모은(6월 27일 기준)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은 전시장이 매우 붐비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많은 이들이 미술관에서 대여한 오디오 가이드 기기의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휴대폰에 유료 앱을 다운받아 이어폰을 끼고 듣고 있다. 반면에 개별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관람객 그룹은 없다. 소음에 대한 거부감과 미술 애호가의 증가가 낳은 최근의 전시장 풍경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따르면 27일까지 ‘에드워드 호퍼’전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 대여는 총 5만1282대에 이르렀다. 즉 관람객 네 명 중 한 명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했다는 이야기다. 이 오디오 가이드에는 스타 배우 유지태가 참여해 전시작 중 25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

한편 하루에 두 번 있는 미술관 도슨트 프로그램은 한 회에 20명까지만 예약을 받아 도슨트와 관람객이 각각 송신기와 수신기를 착용하고 매우 작은 목소리로 진행한다. 사설 업체나 개인이 전시장 내부에서 도슨트를 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관련기사

유수경 서울시립미술관 홍보담당 학예연구사는 “과거에, 특히 유료 기획전에는 개별 도슨트로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이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료 기획전의 경우 관람객 중에 ‘내 돈을 내고 왔으니 온전히 감상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미술애호가들이 더 많아져서 (다른 사람의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며 감상하고 싶은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무료 상설전에서는 개별 도슨트 그룹을 특별히 제지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료 특별전에서는 개별 도슨트를 허용하지 않고, 무료 상설전에서는 큰 소음이 아닌 경우에는 제지하지 않으나 박물관 정식 도슨트 프로그램을 장려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은 “2~3년 전부터 특별전에서는 전시장 내 도슨트를 아예 허용하지 않는다”며 “특별전에서는 관람객이 (소음 등으로 방해받는 것에) 더 민감해지는데 관람객이 더 많으니 상대적으로 공간이 더 협소한 탓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가 설명을 할 때도 왜 감상을 방해하느냐고 화를 내는 관람객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교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특별전에 오는 경우에는 전시 관람 전이나 후에 전시장 바깥에서 설명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미국의 대형 뮤지엄은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과 그들을 이끌고 다니는 가이드들이 많아서 관람객이 소음에 비교적 둔감한 반면에, 한국은 관람객들이 소음에 대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더 엄격하다는 견해도 있다.

유럽에서 오래 활동하다 최근 한국에 정착한 한 한국인 미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미술을 편하게 즐기기보다 하이아트(고급 예술)로 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 보니 미술관 매너도 엄숙주의가 더 강한 것 같다”며 “또한 평소에 과밀한 도시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니 고요함을 기대한 미술관에서 소음을 마주치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더욱 조용한 전시 문화가 정착하면서 미술관 유료 기획전에서 오디오 가이드 기기와 가이드 앱의 수요가 높아지고 이에 전시 기획자들은 오디오가이드 제작에 적극적으로 스타를 참여시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10월 9일까지)은 박물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강훈이 오디오 가이드를 맡아 전시작 52점 중 27점을 설명한다.

또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9월 10일까지)은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 도슨트를 맡아서 그림 20여 점에 대해 설명한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또다른 전시인 ‘제우스: 룸 711’(7월 6일까지)에는 가수 이석훈이 오디오 도슨트로 참여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