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간중앙] 파워인터뷰 | ‘규제 혁파 앞장’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중앙일보

입력

[파워인터뷰] ‘규제 혁파 앞장’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글로벌혁신특구 안에선 ‘금지’ 빼고는 다 가능”  

소상공인들로부터 좋은 반응 얻은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 기억에 남아
상생 위한 ‘동행축제’ 5월 매출만 1조1934억원, 3조원 목표 달성에 성큼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6월 12일 세종시 중기부 청사에서 “9월에 열리는 두 번째 동행축제에도 국민께서 우리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6월 12일 세종시 중기부 청사에서 “9월에 열리는 두 번째 동행축제에도 국민께서 우리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주현(55)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의 공직 행로(行路)는 일관되게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맞닿아 있다.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선 후 지난 28년여 동안 중기부에서만 근무하며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업무를 맡았다. 2013년에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중소기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9일 그를 새 정부 초대 중기부 차관으로 승진 발탁한 것도 소상공인과 기술정책 분야 전문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해법을 마련하고, 스마트·디지털화를 촉진해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그를 낙점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1개월여가 흐른 지금, 중기부는 여러 혁신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며 중소·벤처·스타트업·소상공인 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6월 12일 세종시에 있는 중기부 청사에서 조 차관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23조원 조기 지급’ 성과

조주현(왼쪽 둘째)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4월 21일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태림포장㈜ 시화공장을 방문해 스마트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조주현(왼쪽 둘째)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4월 21일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태림포장㈜ 시화공장을 방문해 스마트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기부 차관으로 일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중기부 차관 임명 소식을 듣고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한편으로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지난 1년 1개월여의 시간 동안 국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중기부 직원이 원팀으로 뭉쳐 노력한 결과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1969년 대전 출생인 그는 서울대 외교학 학사, 같은 대학 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델라웨어대 정책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기부에 와서는 소상공인정책과장, 중기부 성장지원정책관, 중소기업스마트제조혁신기획단장, 소상공인정책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9일 중기부 차관에 올랐다.

차관에 임명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그렇다. 지난해 5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 힘들어했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컸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들이 대출 받은 금액이 1020조원에 이를 정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중고 현상이 나타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었다. 자칫 내수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어 발 빠른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중기부 전체가 손실보전금 조기 지급을 위해 힘을 모았고, 결국 373만 소상공인에게 약 23조원을 지급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팬데믹 기간 중 중기부의 내수시장 촉진 정책도 주목받았다.

“중기부가 주도한 동행축제가 대표적이다. 5월 동행축제의 총 판매 매출이 1조193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첫 동행축제 행사였는데 목표인 3조원 매출의 3분의 1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9월에 열리는 올해 두 번째 동행축제에도 국민들께서 우리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최저임금과 최근 에너지 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 등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애로 해소를 위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관계부처에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등 관련 정책을 꼼꼼히 잘 살피겠다.”

동행축제도 같은 맥락이지만 ‘기업 상생’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납품대금연동제를 진행하는 과정이 힘들어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웃음). 납품대금연동제 도입의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 국회와 업계에서 모두 동의하셨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기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 중지(衆志)를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국회·정부·업계를 오가며 설득과 토론을 멈추지 않은 결과 법제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납품대금연동제 동행기업 모집 등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윤 대통령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다. 원도급업체와 하청업체 간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 대금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이로써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곤경에 처했던 중소기업계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 제도는 10월 4일부터 시행된다.

“혁신특구 내 안전 문제 해결할 보험제도 갖출 것”

조주현(왼쪽 다섯째)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봄빛 동행축제 성공 개최를 위해 5월 8일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동행축제 공동브리핑 행사를 개최했다.

조주현(왼쪽 다섯째)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봄빛 동행축제 성공 개최를 위해 5월 8일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동행축제 공동브리핑 행사를 개최했다.

‘글로벌혁신특구’ 정책은 중기부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제도다. 지난 2019년 처음 도입된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업그레이드해 특구 내 중소기업의 미래기술 분야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오는 10월 기존 규제자유특구 가운데 2곳을 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10개를 새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왜 규제자유특구를 글로벌혁신특구로 업그레이드한 건가?

“기존 규제자유특구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실증 특례다. 혁신·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실증을 거친 규제 특례를 적용해 사업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규제자유특구는 그간 나름의 성취가 있었지만,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이 현행법과 충돌해 국내에 출시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글로벌혁신특구는 무엇이 다른가.

“글로벌혁신특구의 키워드는 네거티브 규제다. 이는 법률에서 금지하는 것 빼고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우리 중기부가 관련 부처, 이해관계자와 만나 조항들을 살펴보고 네거티브 규제를 할 수 있는 분야를 논의한다. 글로벌혁신특구가 미래 신기술, 첨단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가 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만약 국내에서 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면 해외에 나가서라도 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이영 중기부 장관은 미국·일본과 ‘한·미·일 클러스터’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4월 미국 보스턴에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고, 5월에는 일본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일본 바이오 클러스터인 ‘아이파크 인스티튜트’를 방문했다. 모두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행보다.

글로벌혁신특구 내에서 이뤄질 맞춤형 지원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네거티브 규제에 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기준과 방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또 특구에 들어올 중소기업이 연구·개발(R&D), 사업화에 대한 지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러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험제도도 갖춰야 한다.”

글로벌혁신특구는 지역 중소기업을 혁신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지역소멸 대응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 정책은 중앙정부의 힘만 가지고는 성공시킬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글로벌혁신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더욱 긴밀히 협조해나가야 한다. 중기부와 함께할 혁신적이고 적극적인 지자체가 더욱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는 10대 신산업 분야(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 원전, 양자기술)의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선정해 5년 동안 민·관 합동으로 2조원 이상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기부는 이를 통해 딥테크(고기술 기반 기업) 분야 스타트업 1000개 이상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금석위개, 점적천석의 자세로 일하겠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6월 12일 세종시 중기부 청사에서 “위기의 상황에서 집중하면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6월 12일 세종시 중기부 청사에서 “위기의 상황에서 집중하면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도 벤처기업들이 관심이 많다.

“지난해까지는 10개 분야를 선정하는 작업을 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기업들을 선정해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타트업 공개 모집 경쟁률이 ‘13.1 대 1’일 정도로 반응이 매우 좋았다.”

높은 경쟁률을 보인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전문가 기관들이 스타트업과 발을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해서 업계에서 더욱 관심이 높았다. 심사도 단순히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뽑는 것이 아닌, 초격차 빅테크 분야의 기술성·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스타트업들을 선별하도록 한 부분이 주효했다.”

대법원이 콜택시 불법 영업 혐의로 기소된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의 무죄를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제2의 타다 사태’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진단해야 한다. 결국 업종 간에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다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정부나 국회가 조정자 역할을 충분히 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 국민 다수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소통이 당시에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힘들더라도 사회적 소통 과정이 있어야 서로 양보할 부분과 우리 사회가 꼭 지켜야 하는 부분을 고려해서 룰을 만들 수 있다. 저는 그런 차원에서 지난 5월 이영 장관님이 주재했던 제1차 ‘규제뽀개기’ 행사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기부는 5월 30일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벤처·스타트업의 규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장에는 벤처·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과 실제 사업을 같이 추진한 경험이 있는 서포터, 공개모집으로 선정된 국민판정단, 변호사, 의사, 기업인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향후 중기부는 중소벤처 분야 핵심 규제 100개를 선정할 계획이며, 파급효과와 중요도를 고려해 직접 해결해나갈 예정이다.

‘규제뽀개기’ 행사의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규제 혁파와 관련해 서로 공감과 이해를 넓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기업의 입장, 전문가의 입장, 법률 전문가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난 1월 중소기업인들은 2023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금석위개(金石爲開)’를 꼽았다. 금석위개는 중국 주나라 때 활을 잘 쏜 웅거자가 밤길을 걷다 바위를 호랑이로 착각해 활을 쏘았더니 화살이 바위에 깊이 박힌 일화에서 유래됐다. 정성이 쇠와 금을 뚫는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지 해낼 수 있음을 뜻한다.

올해 목표한 바가 있다면?

“중소기업인들이 경영 화두로 꼽은 금석위개처럼 위기의 상황에서도 제대로 집중하면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세상 일에는 점적천석(點滴穿石), 즉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조금씩 꾸준히 힘을 발휘해야 하는 일도 있다. 중기부가 올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두 리더십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기부가 어떤 화두를 던지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는 금석위개, 성과가 날 때까지 꾸준히 진행하는 건 점적천석의 자세로 해나가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중기부가 보여드릴 여러 혁신적인 모습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