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수십억원대 암호화폐(이하 코인) 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시선은 김 의원이 코인을 대량으로 사고 판 절묘한 타이밍에 꽂혀 있다. 그간 암호화폐거래소와 전자지갑 서비스 제공 업체, 이와 연결된 시중은행 계좌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거래 내역에 대해 상당 부분 분석을 마친 결과다.
김 의원은 2021년 1월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팔아 약 9억9000만원을 코인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이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른바 ‘잡코인’ 여러 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억원 이상 들여 대량 매집한 코인들의 가치는 김 의원이 사들인지 얼마 안 지나 급등하곤 했다.
25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1년 2월 비트토렌트에 처음 투자했다. 비트토렌트는 김 의원이 투자한 뒤 두 달여만에 가치가 10배 이상 뛰며 고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했다. 김 의원은 이 거래로 초기 투자금 약 10억원을 4배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9월
종자돈을 불린 김 의원은 2021년 9월 빗썸에서 위믹스 2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위믹스의 시세는 두 달 뒤인 같은해 11월 치솟아 평가액도 한때 80억~100억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시기 위믹스의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시세조종(MM·Market Making)을 통해 인위적으로 코인 시세를 띄운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22년 2월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인 메타콩즈의 메콩코인을 약 5만7000개(당시 약 3억9000원) 매수했다. 아직 상장되기 전의 메콩코인의 가치는 같은해 4월 메타콩즈의 ‘중앙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 확정’ 공지 이후 급상승했다. 비록 원화마켓 진입은 무산됐지만, 메콩코인 가격은 일시적으로 2.5배(약 1만7000원)로 올라 김 의원이 보유한 메콩코인의 평가액도 한때 약 10억원에 달했다.
#2022년 4월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21일부터 5월 3일까지 코인 예치·교환 서비스인 클레이스왑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위믹스 등을 비상장 코인 마브렉스 약 1만9700개(당시 약 9억원)로 교환했다. 이후 5월 4일 마브렉스가 빗썸에 상장(5월 6일)된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마브렉스의 가치도 급등했다. 김 의원이 매수할 당시 개당 약 4만5000원 선이던 마브렉스 가격은 상장 직후 6만원대로 올랐다. 다만, 김 의원은 같은 시기 마브렉스 일부를 스테이블코인 테더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매도했다.
검찰은 김 의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적용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문제의 코인들을) 상장 직전에 산 건 사실 아니냐”며 “상장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따지는 건 합리적 의심”이라고 말했다. 뇌물 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경우 금품·현물이 아니더라도 투자 등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성립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메타콩즈는 2022년 2월 초에 예치해서 약 1년 5개월 장기간 계속 보유 중이고, 마브렉스의 경우 약 10개월 장기간 보유하면서 심지어 중간에 추가로 재투자하기도 했다. 장기 예치 중 메타콩즈와 마브렉스는 각각 구매단가 대비 약 99%, 96% 하락했고 그에 따라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단기에 큰 수익을 얻고 나오는 거래 패턴과 명백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실제 차익 실현이 없었다면 김 의원이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선 언제 사서 언제 팔라는 얘기까지는 안 하지 않겠느냐”며 “김 의원이 어느 시점에 팔았다면 큰 수익을 봤을 텐데 조금 더 갖고 있는 바람에 손해를 본 건 미공개 정보를 받았는지 여부와 완전히 별개의 얘기”라고 말했다.
#연말매수·연초매도
검찰은 2021년부터 매년 연말 코인에 거액을 투자한 뒤 연초에 이를 처분한 김 의원의 거래 형태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21년 12월 31일 빗썸 연결 은행계좌에서 약 90억원 어치의 코인을 매수하곤 새해(지난해 1월)가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약 50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도 연결 계좌 속 약 10억원을 코인에 투자한 뒤 해가 바뀐 지난 1월 비슷한 액수 상당의 코인을 팔았다.
공직자 재산 신고 기준일은 매년 말일이다. 이에 검찰은 김 의원이 공직자 재산 신고를 회피할 목적으로 편법을 쓴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과태료 사안인 허위 등록과 형사처벌 대상인 등록 거부 중 어떤 것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법리를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요건이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그 어떤 불법도 위법도 없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불사하겠다”며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으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에 대해선 따로 해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