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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특별 인터뷰 |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힘 보태는 ‘킹메이커’ 김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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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힘 보태는 ‘킹메이커’ 김종인

“거대 양당 혐오감 ‘최고조’…판 바꿀 새 물결 일고 있다”

“국민 가려운 부분 외면하는 윤 대통령과 여당은 내년 총선 승리 ‘난망’”
“비민주적 야당에도 실망한 국민 표심… ‘금태섭 신당’에 힘 실어줄 것”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지 못하는 거대 양당 구도에 따른 혐오감이 극에 달했다”며 “제대로 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지 못하는 거대 양당 구도에 따른 혐오감이 극에 달했다”며 “제대로 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라고 대통령 못할 일 없을 것 아니냐.” 김종인(83)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세력이 등장하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사실상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다음 날이었다.

이날 포럼 좌장을 맡은 김 전 위원장은 “두 정당을 다 경험했지만, 양당 모두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전혀 해결할 능력이 없다”며 제3지대 신당 창당의 필요성과 함께 금 전 의원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오가며 해결사 역할을 했던 한국 정치계 원로다. 여의도 정가가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했던 이유다. 금 전 의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9월 중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는 등 행보를 구체화하고 있다. 월간중앙은 6월 2일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내수동 집무실을 찾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내 평가보다는 국민들이 윤 정부를 어떻게 보고 느끼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아닌가?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지지율이 약 35% 수준이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딱 그 정도인 것 같다.”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지금 경제 전반이 어려운데, 윤 정부의 정책은 과연 방향 감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국 경제에서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가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굉장히 많은, 소위 ‘경제적 패자’가 양산됐다는 점이다. 그 패자들이 지금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데도, 그 충격을 완화할 만한 정부의 조치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패자라면 누구를 가리키나?

“자영업자를 비롯해 배달·퀵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 등이다. 임금 격차도 큰 문제다. 300인 이상 고용 기업과 300인 이하 기업 간 임금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 전체 고용 노동자 중 1500만 명 이상이 300인 이하 고용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 사람들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난 3년간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총 부채가 1130조원 이상 증가했다. 그중 가계부채 증가액이 226조원 정도, 정부부채도 344조원, 기업부채가 540조원가량 늘었는데, 이들 부채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압박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취약 계층은 부채를 상환할 능력조차 없다. 상당수가 다중채무자가 돼 더 이상 돈을 빌려 쓸 곳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런 사람들을 구제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경제 심각… 尹 정부 발목 잡는 뇌관 될 것

결국 추경 예산을 편성하라는 얘기인가?

“지난 정부에서 빚을 많이 졌다고들 하는데, 한국뿐 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정부에서 부채가 늘었으니 지금은 재정준칙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식으로는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3대 개혁도 추진 속도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있다.

“3대 개혁은 구체적 내용 자체가 없다. 과거 정권처럼 막연하게 노동·교육·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만 외치고 있을 뿐이다. 개혁이 왜 필요하고, 그 구체적 방향과 추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얘기다.”

정치 얘기로 넘어가보자.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천에 개입하려 하는 등 지나치게 당을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실패 사례를 되새겨야 한다. 예를 들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자신을 그 자리에 앉혀준 민주당을 때려 부수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무 성과도 없이 자신의 재임 기간에 당이 스스로 붕괴하고 말았다.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을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처럼 당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숨겨져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무슨 보탬이 되거나 그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총선이 1년도 안 남았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내년 총선 이후면 2년을 흘려보내게 된다. 내년 총선은 아마 국민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 2년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국회가 야당에 지배돼 있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이 되는 정책을 거의 수행할 수 없는 상태다. 내년 총선 때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고, 만약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런 차원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설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여당이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이런 막연한 착각으로는 곤란하다.”

3대 개혁만큼 시급한 건 양극화 문제 해소

금태섭(오른쪽에서 둘째) 전 의원 등이 주도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이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포럼 좌장을 맡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성룡 중앙일보 기자

금태섭(오른쪽에서 둘째) 전 의원 등이 주도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이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포럼 좌장을 맡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성룡 중앙일보 기자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집안싸움’ 등에만 몰두할 뿐 집권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 지도부는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플랜을 제대로 짜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거의 괴멸하다시피 했다. 60석 가까이 되는 수도권을 어떻게 하면 탈환할 수 있겠는가 하는 그런 플랜을 짜야 하는데, 지금 보면 내년 총선에서도 그렇게 큰 기대를 해볼 수 없는 상황 아닌가?”

구체적으로 어떤 플랜을 짜라는 얘기인가?

“국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줘야지. 문제는 경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양극화 극복이 주된 과제로 떠올랐다. 역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 모두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격차가 더 벌어졌지, 좁혀진 게 하나도 없다. 결국 그 양극화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 노인 빈곤 문제, 높은 자살률 문제 등의 근본 원인이 돼버렸다. 한국의 국민행복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꼴찌 수준이다. 결국 양극화 극복을 위한 제대로 된 접근을 하지 않고서는 당면한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양극화 자체가 한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집권당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양극화는 일본도 극복하지 못한 문제 아닌가?

“그러니까, 일본을 반면교사로 해야지. 오늘날 일본이 왜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나? 〈피크 재팬〉이라는 책도 있지만, 일본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할 것처럼 자신만만해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경기 침체 이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 30년 동안 경제 성장을 전혀 이루지 못하지 않았나? 한국의 지금 여러 상황을 보면 일본이 과거 잃어버린 30년 초입에 들던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야당 얘기도 해보자. 민주당은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풍전등화’다.

“민주당의 상황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여러모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참 특이한 게 뭐냐면 지금 민주당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로는 여당과 거의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여당 스스로가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여당은 사실 야당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전혀 못하고 있다. 그게 한국 정당들의 큰 문제다. 정당들이 서로 싸우고 소위 비난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사실 별 관심도 없다.”

역대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처럼 사법 리스크가 심한 당대표가 없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 대표는 대통령 후보까지 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정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을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걸 본인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 것이다.”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건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다. 제3자가 뭐라고 얘기할 필요가 있겠나.”

김남국 의원은 ‘코인 투자’ 논란에 이어 자금 세탁 의혹까지 받고 있다.

“상식 이하의 사람이다. 논평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다.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코인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면서 투자까지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 아닌가?”

‘새로운 세력’의 등장, 시대가 원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금 한국 정치 전반을 평가한다면?

“나는 1963년부터 60년 동안 한국 정치를 지켜본 사람이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 빼고 역대 모든 대통령을 다 접해봤다. 그런데 지금 정치판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표를 먹고 사는 것이 정당이다. 먹고 살려면 유권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표를 얻을 것 아닌가? 그런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품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 한다. 지금 한국 유권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진 상황이다. 게다가 젊은 층에서는 소위 정의롭지 못한 부분에 대한 저항이 굉장히 심하다. 비민주적인 것에 대한 저항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젊은 사람들은 여야 관계없이 옳지 않다고 느끼면 절대로 지지하지 않는다. 지금 정치인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제3지대 신당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상당히 널리 퍼진 게 사실이다. 새로운 세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국민들은 지난 20년 동안 거대 양당을 체험했고, 이 두 당이 한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등장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국민이 수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제3정당이 속속 등장했지만,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기존 정당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뛰쳐나와 새로운 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대로 성공을 못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만든 정당이라고들 하는데, 그건 한국에 지극히 심화된 지역적인 투표 성향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일반적이거나 정치적 논리를 바탕으로 성공했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지금은 다르다. 국민이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을 굉장히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처음 만들겠다고 했을 때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웃었다. 테슬라가 모델3를 시중에 내놓기 직전까지도 그랬다. 그런데 어땠나?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씨가 당대표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나? 결국 국민의 뜻이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해서 그 사람들이 한국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이 수용을 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모든 게 국민의 뜻, 국민의 결심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 방송에서 ‘금태섭 전 의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과거 한국 대통령들만 봐도 무슨 미리 정해놓은 사람이 됐나? 예를 들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등장했을 때 과연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할 때 이 사람이 대통령 될 거란 생각이 과연 들었느냐는 얘기다.”

금태섭 신당, 기존 정치인들과는 거리 둘 것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2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자신의 집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2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자신의 집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 전 의원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안될 거 없죠’로 돼 있다.

“당연히 그런 의지를 내비칠 수밖에 없는 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처음에 이른바 제3지대 정당인 앙마르슈를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을 때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정치인 중에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 국민이 그를 뽑아준 것 아닌가? 샤를 드골이 근대 프랑스의 기틀을 닦았다. 드골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사회당과 보수당이 모두 집권했지만 프랑스를 한 발짝도 전진시키지 못했다.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마크롱 아닌가? 국민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제대로 파악해 대안을 내놓았던 사람이 마크롱 대통령이었다는 얘기다.”

금 전 의원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줄 생각인가?

“내가 그동안 국민의힘과 민주당 두 정당에서 모두 역할을 해봤다. 하지만 한국 정치를 별로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에 대한 요구가 꽤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제대로 조직을 구성해 내게 도움을 요청하면 조력할 용의는 있다. 나는 역대 대통령 선거 등 다 해봤지만, 그들 밑에서 무슨 자리를 얻으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사람이다. 새로운 정치 세력이 국민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고, 그 사람들이 진짜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금태섭 신당’의 정치적 색깔은?

“진보냐 보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금 전 의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난장판 속 민주당에서도 끝까지 자기 생각을 지킨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천도 못 받고 쫓겨났지만. 게다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뒤 국민의힘 쪽에서도 금 전 의원에게 추파를 던졌다. 윤 대통령도 대선 기간 같은 검사 출신인 금 전 의원의 지원을 받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것도 거부했다. 금 전 의원의 그동안 행보에 답이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좌냐 우냐가 중요한 때가 아니다. 한국이 처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당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여야 정치인이 두루 금태섭 신당에 모일 가능성은?

“내가 보기에 기존 정치인들은 안 모일 것이다. 그리고 기존 정치인이 모이면 성공할 수도 없다. 지금 정당에서도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들이다. 빠져나와서 새로운 세력에 합세한다고 해도 역할이 없을 것이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시대전환 대표 조정훈 의원, 양향자 의원, 손혜원 전 의원, 김해영 전 의원 등도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주도하거나 힘을 보탤 것이라는 얘기들이 정가에 돌고 있다.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다. 다만, 내가 보기에 금 전 의원이 주도하는 소위 새로운 정치 세력은 기존 정치인들과 합심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 새로운 인물들을 규합해 새 정치를 해보겠다는 복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출마설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은 당분간 좀 자숙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자꾸 정치적 발언을 하기 때문에 출마설이 나오는 건데, 그분이 학자임에도 정치에 관심을 너무나 많이 가져서 결국 스스로 궁지에 몰린 것 아닌가. 총선 출마를 통해 정치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한다. 지금 한국 정치판에 워낙 팬덤 정치가 만연하다 보니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다들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

‘팬덤 정치’는 환상… 표심 호락호락하지 않아

2021년 12월 5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국민의힘

2021년 12월 5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국민의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본인이 결심을 해야 할 상황이지. 한 장관은 정치판에 뛰어들든지, 아니면 법률가로 남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만약 정치를 할 생각이라면 일단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 국회가 좋든 싫든 국정 운영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야 모두 당내 경선 시점은 내년 2월께다. ‘공천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인지한 의원들이 탈당해 세력을 합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공천을 못 받더라도 그때까지 기다리지 그전에 박차고 나오진 못할 것이다(웃음).”

금태섭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다시 말하지만, 금태섭 신당이 양당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을 받았다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거물급 인사가 없는 한 ‘새 물결’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억측이다. 지금은 시대적으로 그런 사람이 없을뿐더러 그런 이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옛날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생각하니까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국민이 원하는 바를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이라는 게 표를 얻어먹고 사는 곳 아닌가? 표를 얻으려면 국민에게 뭘 제공할 줄 알아야 한다. 정당이 지향하는 목표를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정당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국민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성공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여당이 정권 재창출하기 어려워”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은?

“안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 소속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뭘 하든지 해야지 딴짓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변수로 꼽힌다.

“자꾸 지나간 옛날 사람들 거명해봐야 별로 의미가 없다. 지금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가 그런 올드보이들을 국민이 표로 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 아닌가?”

총선 결과는 어떻게 예측하나?

“최근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 같다. 야권을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는데, 그 야권에는 새로 등장하는 정치 세력도 포함될 것이다. 만약 새로운 정치 세력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로 의석을 확보하면 그 세력이 양 정당의 중간에서 한국 정치를 바꾸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좀 앞선 감이 있지만, 차기 대선 전망은?

“내가 보기에 이런 식으로 가면 차기 대선에서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내가 미리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좀 우습지만,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과연 윤 대통령 임기 중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는 굉장히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낮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외부 환경이 한국에 절대로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권 말기에는 경제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좌니 우니 이런 것에 관심도 없다.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우선적으로 따질 뿐이다. 경제 문제가 부각되면 결국 책임은 집권당이 질 수밖에 없다.”

야당이 정권을 탈환할 것이라는 얘기인가?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에 달려 있다. 새로운 훌륭한 대통령감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서는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내가 금태섭 전 의원이라고 해서 대통령 못할 일이 뭐 있냐는 얘기를 했던 이유가 솔직히 말해 지금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 뚜렷한 대통령 후보감이 없기 때문이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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