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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서 듣던 고전주의 곡들, 살아있는 음악으로 들려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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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빈 필의 악장이자,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 라이너 호네크. [사진 SBU]

빈 필의 악장이자,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 라이너 호네크. [사진 SBU]

“베를린 필은 높은 수준의 완벽함을 추구합니다. 초절 기교를 들려주죠. 그에 비해 빈 필은 100%에서 조금 누그러뜨려 연주합니다. 연주가 힘든 빈 식 악기로 모험을 감수하며 아름다운 소리를 추구하죠. 둘을 합친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빈 필의 악장 라이너 호네크(62)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65)의 친동생이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용호상박인 빈 필과 베를린 필 단원들의 연합 실내악단인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2008년 빈 필과 베를린 필 수석 단원이 모여 결성한 빈 베를린 체임버가 첫 한국 투어에 나선다. 28일 서귀포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LG아트센터서울(29일), 함안문화예술회관(30일), 아트센터인천(7월 1일), 통영국제음악당(7월 2일), 롯데콘서트홀(7월 4일)에서 공연한다.

1995년 빈 필 악장으로 첫 내한한 이래 몇 차례 한국에 왔던 호네크는 지난 13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조용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격정적이고 다이내믹하다. 김치는 유럽에서도 즐기고 한우도 좋아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빈 필과 베를린 필의 소리가 합쳐지면 어떤 소리가 날까. 호네크는 “베를린 필의 밝고 강한 소리와 빈 필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소리의 혼합”이라며 “단원들의 기교도 강조되는 멋진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한국 투어에서 빈 베를린 체임버는 모차르트 교향곡 1번, 악장 라이너 호네크가 직접 협연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모차르트 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하이든 교향곡 49번을 선보인다.

“모차르트가 8세 때 작품인 교향곡 1번에선 어린 시절부터 이미 천재성을  드러낸 작곡가를 느낄 수 있죠. 하이든 교향곡 49번도 비범해요. 특유의 유머와 농담은 찾아보기 어렵고 극적이고 필사적인 구석이 있어요. 캐릭터가 아름다워 자주 연주합니다.”

이번에 빈 베를린 체임버가 연주하는 하이든·모차르트 등 빈 고전주의시대 음악은 연주자들 사이에서 연주가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자칫하면 균형이 깨지기 쉽기 때문에 ‘잘 해야 본전’인 작품들로 손꼽힌다.

“고전주의 음악에 숨어있는 비경을 연주자가 찾아야 합니다. ‘단순하게’ 연주하는 게 비결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소리를 내는 게 가장 힘듭니다. 템포나 아티큘레이션(선율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법)의 훈련에 좌우됩니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환상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호네크는 ‘누구나 아는 곡’이란 점도 연주자에겐 어려움이라고 했다.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빈 고전주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걸 단지 백그라운드 뮤직이 아니라 살아있는 진짜 음악으로 느끼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음악이 인생에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말이죠.”

오는 11월 빈 필의 아시아 투어 때 한국에 다시 온다는 호네크는 “잠시 후 시작될 빈 국립오페라의 알렉산더 소디 지휘 쇼스타코비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연주하러 가야 한다”며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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