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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베를린 체임버 음악감독 라이너 호네크 “두 악단의 결합, 강렬하고 감미로워”

중앙일보

입력

빈 필의 악장이자,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 라이너 호네크.  사진 SBU

빈 필의 악장이자,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 라이너 호네크. 사진 SBU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은 높은 수준의 완벽함을 추구합니다. 초절 기교를 들려주죠. 그에 비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은 100퍼센트에서 조금 누그러뜨려 연주합니다. 연주가 힘든 빈 식 악기로 모험을 감수하며 아름다운 소리를 추구하죠. 둘을 합친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빈 필의 악장 라이너 호네크(62)의 말이다. 그는 서울시향(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65)의 친동생이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용호상박인 빈 필과 베를린 필 단원들의 연합 실내악단인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2008년 빈 필과 베를린 필 수석 단원이 모여 결성한 빈 베를린 체임버는 미국 투어와 일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6월 말 첫 한국 투어에 나선다.
28일 서귀포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LG아트센터(29일), 함안문화예술회관(30일), 아트센터인천(7월 1일), 통영국제음악당(7월 2일), 롯데콘서트홀(7월 4일)에서 공연한다.

빈 필과 베를린 필 합동 콘서트 계기로 2008년 결성 #6월말 첫 한국 투어에서 빈 고전주의 레퍼토리 연주 #"아름다움과 환상 담긴 음악, 단순한 연주 더 어려워"

1995년 빈 필 악장으로 첫 내한한 이래 몇 차례 빈 필과 왔던 호네크는 2001년 서울시향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러 서울에 왔었다. 빈 베를린 체임버와는 첫 내한이다. 지난 13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호네크는 “조용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격정적이고 다이내믹하다. 김치는 유럽에서도 즐기고 한우도 좋아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2005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빈 필과 베를린 필의 합동공연이 열렸다. 베를린 필 악장 가이 브라운슈타인이 악장을 맡아 본 윌리엄스 ‘토머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했다.

“경쟁 관계인 두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모두 행복한 날이었죠. 그날 연주에 제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150퍼센트를 다한 연주로 회자됐죠. 더 이상 이런 공연이 없을 거라는 사실이 슬퍼서 축소판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서 공연하자고 제안했더니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탄생했습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겐 환상의 조합이 아닐까. 빈 필과 베를린 필의 소리가 합쳐지면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하다. 호네크는 “베를린 필의 밝고 강한 소리와 빈 필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소리의 혼합”이라며 “단원들의 기교도 강조되는 멋진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 한국 투어에서 빈 베를린 체임버는 모차르트 교향곡 1번, 악장 라이너 호네크가 직접 협연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모차르트 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하이든 교향곡 49번을 선보인다.

“모차르트가 8세 때 작품인 교향곡 1번은 아버지 레오폴트가 도와줬을 것 같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미 천재성을  드러낸 작곡가를 느낄 수 있죠. 하이든 교향곡 49번도 비범해요. 특유의 유머와 농담은 찾아보기 어렵고 극적이고 필사적인 구석이 있죠. 캐릭터가 아름다워서 자주 연주합니다. 우리 오케스트라와 편성도 잘 맞고요.”

베토벤 협주곡을 서울시향과 협연한 이래 20여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협연인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에 관심이 간다. “바이올린 협주곡의 왕”이라고 설명한 호네크는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를 존경했는데, 그가 빈 필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할 기회를 준 이후 그와 가까워진 추억이 있다”고 사연을 말했다.

2008년 빈 필과 베를린 필 수석 단원이 모여 결성한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 이들은 6월 말 첫 한국 투어에 나선다.  사진 SBU

2008년 빈 필과 베를린 필 수석 단원이 모여 결성한 빈 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 이들은 6월 말 첫 한국 투어에 나선다. 사진 SBU

이번에 빈 베를린 체임버가 연주하는 하이든, 모차르트 등 빈 고전주의시대 음악은 연주자들 사이에서 연주가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자칫하면 균형이 깨지기 쉽기 때문에 ‘잘 해야 본전’인 작품들로 손꼽힌다. 호네크는 빈 고전주의 작품을 “아름다움과 환상을 담고 있는 천재의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주의 음악에 숨어있는 비경을 연주자가 찾아야 합니다. ‘단순하게’ 연주하는 게 비결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소리를 내는 게 가장 힘듭니다. 템포나 아티큘레이션(선율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법)의 훈련에 좌우됩니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환상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호네크는 40년 넘게 수도 없이 연주했지만 다시 연주하면서 아직도 몇 가지를 발견한다며 ‘누구나 아는 곡’이란 점도 연주자에겐 어려움이라고 했다.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빈 고전주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걸 단지 백그라운드 뮤직이 아니라 살아있는 진짜 음악으로 느끼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음악이 인생에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말이죠.”

빈 필 악장으로서의 계획을 묻자 여느 때처럼 수많은 탁월한 지휘자들과의 연주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시카고 심포니를 떠나는 리카르도 무티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떠나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빈 필과 많은 시간을 보내리라 기대를 표했다.
11월 빈 필의 아시아 투어 때 한국에 다시 온다는 호네크는 “잠시 후 시작될 빈 국립오페라의 알렉산더 소디 지휘 쇼스타코비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연주하러 가야 한다”며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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