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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엄마 손맛 재현한 김치찌개, 간판 없어도 40년 넘게 긴 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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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24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간판없는 김치찌개집

사진 1. 간판없는 김치찌개집

김치는 한국인의 고유 음식이자 소울 푸드다. 김치의 유래를 보면 채소를 장기보관하기 위해 소금물에 절였고, 이를 침채(沈菜)라 했다 한다. 이것이 발음상 ‘딤채’가 되었고 이후 ‘짐치’ ‘김치’로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치는 재료나 담그는 방식에 따라 종류가 대단히 다양하다. 통배추김치, 보쌈김치, 섞박지, 동치미, 나박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갓김치, 얼갈이김치, 부추김치, 백김치 등 200가지도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역사와 다양한 종류에도 불구하고 반찬의 위치에 머물던 김치는 ‘김치찌개’로 변신하는 순간 메인 메뉴가 된다. 외식 메뉴 1위이자 해외에 나가면 가장 그리운 우리음식은 누가 뭐래도 김치찌개다. 김치찌개는 무엇보다 만들기 쉽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누구나 김치와 몇 가지 재료만 있으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다. 먼저 신김치·돼지고기·양파 등을 냄비에 볶다가 육수나 물을 붓고 두부·파·마늘·고추 등을 적당히 넣어 끓이면 완성이다. 밥상 별로 안 차려본 새댁들도 자신 있는 메뉴가 김치찌개라고 흔히 답한다. 남자들이 캠핑, 등산 등 야외에서 서슴없이 도전하는 요리 역시 김치찌개다.

김치찌개 맛집은 곳곳에 즐비하다.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뒷골목에 위치한 ‘광화문집’, 서소문 호암아트홀 건너편에 있었던 ‘장호왕곱창’, 시청 맞은편 남대문시장 쪽 ‘한국관’, 서대문 사거리 부근 ‘한옥집’ 등. 이번에 소개할 곳은 인사동 인근 ‘간판없는 김치찌개집(사진1)’이다.

사진 2. 김치찌개.

사진 2. 김치찌개.

이름대로 간판이 없고 메뉴는 김치찌개(사진2) 한 가지다. 해방둥이 동갑내기 부부가 경영하는 가게인데 1층은 작지만, 2층도 있고 바깥에도 몇 개의 테이블이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다 70년대 말 이곳으로 이사해 김치찌개 전문 가게를 열었다. 2층에 주인내외가 살면서 손님이 있으면 오전 일찍도 문을 열고, 주말에도 영업하지만 오후 3시경까지만 하고, 저녁장사는 아예 안 한다(저녁은 단체예약만 가능하다).

여 사장님은 전남 함평 분으로 타고난 손맛이 있는 분인데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김치찌개 맛을 재현했을 뿐”이라 한다. 김치찌개 8000원, 오뎅·사리 등을 각 2000원에 추가할 수 있다. 김치는 국산재료로 손수 담그며, 육수는 소뼈 등을 우려 만들고,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목살을 쓴다. 주방에서 1차 조리해 테이블에서 끓여 먹는데 먼저 오뎅을 건져 먹은 후 얼큰하고 깔끔한 육수, 잘 삭힌 김치, 식감 좋은 고기등을 밥과 함께 먹으면 찌개의 신세계를 맛보게 된다. 점심시간에는 긴 줄이 기본이고 지방에서도 단골들이 온다. 인사동길 가족나들이 겸해서 방문하면 제격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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