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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서 피카소 사생활 사찰 25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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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세기 미술계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사찰 문건이 그가 사망한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 FBI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이 같은 사실은 작가 로버트 다벤포트 씨가 집필을 위해 미 정부에 FBI 비밀 문건 공개를 요청한지 2년 반만에 서류를 입수, 공개해 밝혀졌다.
다벤포트 씨는 이 같은 자료를 기초로 펴낸『위험한 문건 들』이라는 책을 통해 피카소 외에 저명한 문인·미술가들도 사찰대상 인물이었다고 공개했다.
그가 주장한 사찰 대상인물은 노벨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 싱클레어 루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존 스타인벡, 펄벅 등이다.
또 미술가로서는 알렉산더 캘더, 벤샨, 조지아 오키프, 헨리 무어 등도 FBI의 사찰대상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문화·예술인 대부분은 단 한차례 미국에 체류하거나 여행조차 한 일도 없으나 사찰대상에 포함됐던 것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공산주의활동을 한 경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모두 1백87쪽 분량의 피카소 사찰 문건은 모두 25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내용들은 그가 말하고 서명하고 유명한 예술인과 교류한 내용들이 상세히 기록돼 있으나 공산주의 활동으로 분류될 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다벤포트지 등의 분석이다.
이 같은 피카소에 대한 사찰은 44년 FBI국장이었던 후버 씨가 유럽주재 FBI 요원에게 특별 지시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후버 국장은 주 파리 미국 대사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피카소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하지 말고, 특히 그가 미국에 망명할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후버 국장이 이같이 피카소든 유럽거주 예술인들에 대한 개인사찰에 주의를 기울인 것은 대상자 대부분이 한때 공산주의자를 자처하던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와 미국 측이 이를 냉전시대의 대결자료로 사용키 위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피카소는 파리 공산당에 가입한 뒤 44년『왜 나는 공산주의자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집필했으며 2차대전 기간 중에도 미국으로 이주할 기회를 포기한 채 파리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며 FBI측도 이 같은 사실에 주목했었다고 비밀 문 건은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자료에 근거, 미국은 50년 피카소가 미국을 여행키 위해 신청한 방문비자를 거부했었으며 유럽의 자유주의자 및 일부 지식인들은 이 같은 조치를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었다.
다벤포트씨 등 이 문 건을 읽어본 사람들은 피카소가 특별한 목적을 갖고 공산주의 활동을 했었다는 증거는 갖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다만 냉전시대의 동서대결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예술활동은 물론 사생활까지도 철저히 정보기관의 사찰 대상이었다는 쓰라린 역사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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