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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영환의 지방시대

“안보·물·전기 위해 반세기 희생…4대 규제 푸는 강원특별도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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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 인터뷰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오는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 광역단체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와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어 세 번째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윤석열 정부가 내건 지방시대의 한 상징이자 첫 분권 모델이기도 하다. 내년 1월 특별자치도가 되는 전북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 중인 경기 지역에선 눈을 뗄 수 없는 선례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는 무늬만 바뀔 뿐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제주특별법은 제정 당시 363개 조(현재 481조)로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담았지만, 지난해 5월 성립한 강원특별법은 23개 조에 불과하다. 여야 타결을 우선하다 보니 자치도 출범과 자치권 강화의 원론, 감사위원회 설치 등 공통분모만 넣었다. 지난 2월 강원도 국회의원이 주축이 돼 137개 조의 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자치권 확대를 둘러싼 입법 전쟁은 다음 달 결판난다.

현행법으론 이름만 특별자치
제격 맞게 출범하려 개정안 내
자치단체 첫 재정준칙도 담아
새로운 자치분권 모델 만들 것

강원도는 예나 지금이나 안보의 최전선이다. 수력 발전과 석탄 산업은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접경과 방대한 산림,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폐광으로 대표적 과소지가 됐다. 광역 단체 중 인구밀도(㎢당 인구)가 90명으로 가장 낮다(전국 평균 515명). 지난해 세입과목 개편 전 재정자립도도 27.6%로 꼴찌다(전국 49.9%). 특별자치도는 강원도를 탈바꿈할 기폭제가 될 것인가. 강원도는 어떤 전략을 가진 것일까. 김진태 강원지사를 지난 20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비전은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로 정해

김진태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의 의의와 비전은.
“강원도는 지난 수십년간 군사, 농업, 환경, 산림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시피 했다. 철원군은 농지 면적의 105%가 농업진흥지역 규제에 묶여 있다. 그뿐 아니다. 군사 보호, 산림 규제도 받는다. 이런 지긋지긋한 규제를 좀 풀어보자고 특별자치도를 하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영문 명칭을 ‘Gangwon State’로 정했다. 미국의 주(State)처럼 강력한 분권을 해보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우리가 권한을 갖고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그런 시대를 열어보자는 것이다. 비전은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로 정했다. 한마디로 줄이면 산업이다. 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에너지, 이모빌리티, 스마트농업 등 미래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넘치는 강원도를 만들겠다.”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강원특별법 내용은 ‘이름만 특별자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원도민은 빈껍데기 상태로 출범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개정안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게 산림, 환경, 군사, 농업의 4대 규제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각종 규제에 대한 협의 권한을 도지사한테로 가져오자는 것이다. 강원도가 권한을 많이 가져가면 방종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개정안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재정준칙 도입을 담았다. 재정을 아끼고 세금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정안에 대해선 정부에서 난색을 보이는 분야도 있다. 국회 통과를 끌어낼 복안은.
“강원특별자치도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원도 1호 공약이다. 대통령이 “진짜로 하는 것”이라고 했고, 여기에 대한 의지가 아주 강하다. 정부 부처가 대통령 약속에 대해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장관들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계속 설득하고 있다. 올해는 정전 70주년, 소양강댐 건립 50주년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 수도권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강원도는 많은 규제를 받았다. 지난 50년간 강원도민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감내해온 희생에 공감해주었으면 한다.”
군사 면의 규제 철폐가 안보 공백을 불러올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규제가 나라를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 생활과 기업 투자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자는 것이지, 국가 안보를 희생하자는 것이 아니다. 군사 규제 해소는 안보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 지역 경제가 발전하면 우리 안보 역량도, 민관군 협력도 더 강화될 것이다.”

산업 중점 둔 도민 주도형 특별도 지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주특별자치도와의 차별화 방안은.
“제주는 기본적으로 관광에 중점을 두었다. 강원도는 산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주는 기초지자체를 폐지했지만, 강원도는 18개 시·군이 함께하는 특별자치도다. 앞으로 도와 시·군이 더 긴밀하게 협력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새로운 자치분권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는 중앙에서 주도한 ‘위로부터의 특별자치도’였다면, 강원은 도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아래로부터의 특별자치도’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강원도 내 불균형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은.
“18개 시·군은 전부 어려운 실정이다. 춘천, 원주, 강릉 등이 다른 비수도권 주요 도시들보다 인구가 많거나 경제력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역내 불균형도 분명히 있다. 북부 접경지역과 남부 폐광지역은 몹시 어렵다. 태백시 인구는 4만 명 선이 무너졌고, 접경지역 군들의 재정자립도는 한 자릿수이다.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향후 5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접경·폐광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강원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다. 이게 성립해야 이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 수 있다.”
강원도와 동해를 사이에 둔 일본 돗토리(鳥取)현과의 관계는 한·일 지방 교류의 모범사례다. 한·일 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계기로 한 새로운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돗토리현과는 1994년 자매결연을 한 이후 서로 활발하게 교류·협력을 진행해 왔다. 돗토리현은 1999~2022년 강원도 자연재해 때 13차례에 걸쳐 920만엔을 지원했고, 강원도도 돗토리의 두 차례 지진 피해 때 1500만원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교류 사업들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올 9월 열릴 강원세계산림엑스포에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도 초청한다. 내년은 자매결연 30주년인 만큼 의미 있는 기념사업을 해보려 한다.”